[산&산] <287> 포항 고주산 |
추우세요? 가족·연인 산책하듯 눈나라로 … |
전대식 기자 |
한파가 연일 기승이다. '소한'은 이름값을 톡톡히 했고, '대한'도 제몫을 할 것이다. 예보에 따르면 입춘까지는 맹위가 가시지 않을 거란다. 산은커녕 밖이라도 나가려 해도 추위 때문에 이내 포기하고 마는 요즘이다. 그래도 눈 쌓인 산정에서 본 눈꽃과 설경의 매력은 그 맛을 본 산꾼은 안다.
이번 주 '산&산'은 이런 산꾼을 위해 부산에서 비교적 가까운 포항 고주산(347.5m)을 택했다. 언젠가 한 번은 소개하려고 염두에 둔 산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청소년 시절에 살았다고 해서 일명 '이명박 대통령 고향마을 뒷산'이라고도 한다. 마을 사람들은 '고'자를 빼고 '주산'으로 부른다.
다체적으로 산행 코스는 무난하다. 날씨만 좋다면 가족, 연인이 함께 산책해도 좋을 정도로 등산로가 순하다. MTB(산악자전거) 마니아에게도 매력적인 코스가 곳곳에 담겨 있다. 해발은 낮아도 수㎞에 달하는 소나무 숲길은 그 자체로도 볼거리이다.
산행 코스는 주차장~철탑~삼거리 갈림길~고주산 정상~덕실재~267봉~226봉~주차장으로 연결되는 원점회귀 코스다.
기점인 주차장에서 덕성리 방향으로 걸었다. 포항 일대는 최근에 '눈폭탄'으로 불릴 만큼 기록적인 눈이 내린 터라 길 곳곳에 눈이 쌓였다. 농로를 따라 20m 정도 지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2부 능선을 따라 왼쪽으로 움직이는 순간 묘 2기가 보인다. 첫 번째 갈림길인데 묘지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참고로 고주산 일대에 전문 풍수가가 아니라도 '아, 터 참 좋다!'고 생각하는 곳에 여지없이 묘가 들어섰다. 풍수가들은 고주산이 '왕을 배출하는 형세를 띤다'고 설명한다. 생가는 아니지만 이 대통령이 여기서 살았으니 풍수가의 설이 증명된 것인가?
묘를 따라 500여m 정도 걸으면 임도와 만나는 합류지점이 나온다. 이 임도는 고주산 철탑 공사 시 개설됐다고 하는데 산의 주요 능선에서 여러 개의 임도를 만날 수 있다. MTB 라이더들은 이 임도를 타면 쉽게 산 중턱까지 도달할 수 있겠다.
임도 합류지점에서 500m쯤 가면 첫 번째 송전 철탑을 만난다. 여기까지 경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송전 철탑을 정면으로 바라봤을 때 10시 방향에 비학산(762m)이 눈에 걸린다.
송전 철탑은 3개가 잇따라 나타난다. 네 번째 철탑에 못 가서 임도공사 당시 쓰던 화물용 케이블카 출발 지점이 있다. 네 번째 철탑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는데 나중에 고주산 정상에 갔다 돌아올 때 다시 이 지점을 돌아 하산해야 하니 눈여겨봐야 한다.
삼거리 갈림길에서 정상까지는 560m. 조금 경사가 있다 싶은데 작심하고 오르면 그리 숨이 가쁘지 않다. 다만 눈이 산허리보다 많이 쌓여, 걸음을 뗄 때마다 부대낀다.
앞서 말한 것처럼 고주산은 전체적인 등산로가 수월하다. 기점인 주차장을 출발해 1시간 10여 분 만에 정상에 도착했다. 멀리 괘령산(869m)과 천령산(775m)이 어깨동무를 하고 위용을 뽐내고 있다. 그 산 머리에도 '눈 백발'이 성성했다. 괘령산 능선 기슭에 박힌 마북저수지도 얼어붙었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동해와 월포 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추위에 바다가 얼지 않은 게 신기할 뿐이다. 망원경이 있으면 눈대중보다 감상하기가 더 편하겠다.
고주산 정상에 산불 감시 초소가 있다. 붉은색 '산불조심'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고주산 정상을 가리키는 나무 이정표도 센 바람에 흔들렸다.
다시 정상에 올라올 때 탔던 길로 발길을 돌렸다. 200m 정도 걸으면 신광온천으로 빠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 길로 20분 정도 가면 이 대통령의 증조부·모와 조모의 묘를 모신 선산이 있다. 대통령을 낳은 명당 묘가 어느 묘인지는 풍수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다. 주변에는 이 씨 이외에 다른 성씨의 묘도 들어서 있다.
산에 오를 때 만났던 삼거리 갈림길에서 이번에는 우회전해야 한다. 송전 철탑을 따라 5m 정도 내려오면 임도가 나온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150m가량 가면 덕실재와 만난다. 덕실재는 반쯤 포장되고 반은 비포장인 임도이다. 차체가 높은 화물차라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겠지만, 일반 승용차는 아무래도 무리이겠다.
덕실재 임도에서 왼쪽으로 10m 걸어가면 갈림길이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만약 여기서 덕실재를 따라 내려가면 덕실마을에 곧장 이른다. 갈림길에서 400m 정도 오르니 267봉이 나타났다. 연이어 224봉과 198봉을 만난다. 이 봉우리가 연결된 600여m의 길은 트레킹 구간에 가깝다. 길 좌우로 소나무 숲이 우거져 봄철에 오면 삼림욕하기에 딱 맞는 코스다. 길의 끝에서 덕성리 이정표를 만난다. 왼쪽 오르막으로 올라가야 한다.
226봉에 올랐다. 시야가 원만한 곳에서 포항시 흥해읍을 쳐다봤다. 226봉에 있는 소나무 한 그루에 그네가 매달려 있다. 박영태 산행대장이 신나게 그네를 탔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그네 쉼터'라고 부른다.
이곳은 하산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우측으로 내려가면 '덕성사', '덕실숲'으로 연결된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이 코스도 권하고 싶다. 숲길이 꽤 아름답다. 좌측으로 하산하면 기점인 주차장 쪽과 만난다. 이번 산행에서는 왼쪽 코스를 택했다.
내리막길도 수월한 편이다. 다만 눈이 쌓여 조금 미끄럽다. 내려가면서도 묘지를 여럿 발견했다. 대부분 돈과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산행 코스와 주요 목마다 묘가 있는 점을 미뤄보건대 고주산 능선 전체가 명당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묘지 난개발'이라 생각하면 민감한 걸까? 풍수사상을 떠나 자연을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참 동안 씁쓸했다.
하산길에서 두릅나무와 진달래나무가 많이 보였다. 하산 코스도 전체적으로 무난했다. 굳이 들머리 날머리의 구분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탄 코스를 거꾸로 돌아 정상에 이르는 것도 재미가 있을 법했다. 종점에 다다르자 넓은 개활지가 나타났다. 덕실마을 임시주차장으로 쓰는 곳이다. 종점이자 기점인 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 길이 10㎞, 3시간 30분이 걸렸다.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 오솔길 자료실 ♥ > 여행,산행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교산&그너머 <678> 경주 봉서산~삼태봉 (0) | 2011.02.06 |
---|---|
산&산] <288> 창원 서북산 (0) | 2011.02.06 |
산&산] <286> 의성 선암산 (0) | 2011.02.06 |
근교산&그너머 <710> 제2코스 : 울주 작천정~상북 못안못 (0) | 2011.02.06 |
근교산&그너머 <709> 제1코스 : 양산 통도사~울주 작천정 (0) | 2011.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