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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그너머 <712> 경주 남산 금오봉

호젓한오솔길 2011. 2. 12. 10:04

 

 

근교산&그너머 <712> 경주 남산 금오봉

한적한 '황금능선' 따르니 서라벌 황금들판이 한눈에

'천년 왕국' 신라의 불교적 성취와 흔적, 설화와 전설이 가장 짙게 배어 있는 경주 남산은 흔히 금오산(金鰲山·467.9m)과 고위산(高位山·495m)을 합쳐서 일컫는 이름이다.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도 남산이라는 산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고위산이라고 부르는 최고봉 지점을 '금오산'으로 표기해 놓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이들 두 개의 봉우리를 통틀어 남산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으며 '경주 남산 일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적비(제311호) 옆 세계문화유산 안내판에도 그같은 내용을 기재해 놓고 있다. 영남의 산꾼들 뿐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경주 남산은 쉬운 접근성과 운치 있는 숲길, 예상치 못했던 암릉, 호쾌한 조망, 풍부한 유적과 볼거리 등으로 인해 아주 인기있는 산행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인 나들이산행지로는 남북 8㎞ 동서 4㎞에 달하는 남산 산군 가운데 북쪽에 있는 금오산이 좀 더 인기 있는 편이다. 삼릉과 포석정, 상선암, 약수골마애대불, 매월당 김시습이 한국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집필한 곳이자 3층 석탑, 삼륜좌불 마애불 등이 있는 용장사터 남산부석 등 수많은 유적과 유물 볼거리가 흩어져 있고 걷기에도 비교적 편하기 때문이리라. 조금 더 산행의 맛을 진하게 느끼고 싶어하는 산꾼들에게는 남산 유일의 암릉코스인 공룡능선(일명 이무기능선)과 조망미 멋진 봉화대능선을 끼고 있는 고위산이 인기 있다. 또한 고위산 자락에는 또한 칠불암이라고 하는 남산 불상 가운데 예술성과 아름다움에서 첫 손가락에 꼽히는 불상과 많은 불자들이 기도를 올리는 신선대 마애불 등의 유명 유물이 자리잡고 있어 산행과는 별도의 유적답사지로도 선호되는 곳이다.

◇ 비파골 삼층석탑 거치는 3시간 간편 코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경주 남산 금오봉 아래 비파골 삼층석탑 옆에서 주변 풍광을 살피고 있다. 형산강 줄기 너머로 영남알프스 산군과 낙동정맥이 보인다.
그런데 경주국립공원 측에서 설치한 이정표 상에는 금오산과 고위산을 '산'자 대신 '봉(峰)'으로 표기하고 있다. 아마도 전체 산군을 남산으로 불러야 한다면 2개의 대표적 봉우리는 말 그대로 '봉'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 많은 산꾼은 금오봉 고위봉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 조선시대 이전부터 봉화대가 설치된 산 이름을 고위산으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어 '고위산' '금오산'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이에 대한 정확한 이론 정립은 그동안의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뿐, 결론은 나지 않은 상태다. 다만 본지에서는 남산의 '금오봉'으로 일단 개념을 잡았다는 점을 우선 밝혀둔다. 물론 정상에는 '금오산'이라는 표기의 정상석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같은 논란은 남산이 품고 있는 그 많은 전설과 설화, 역사적 사실, 유적 및 그와 연관된 인물들의 이야기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 해변의 모래알 정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다 부질없는 논란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코스는 비파마을에서 비파골을 타고 올라 금오산 정상을 거쳐 일명 '황금능선'으로 불리는 능선을 따라 포석정터로 내려오는 코스다.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이면 충분히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 봄을 앞둔 반나절 나들이 산행으로는 아주 그만인 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코스를 살펴보면 비파마을 버스정류소~월성 이씨 묘~이정표~삼층석탑~삼형제바위(전망대)~주능선 갈림길~금오산~전망대~상사바위~삼릉 상선암 갈림길~바둑바위~황금대~포석정터로 이어지는 6.5㎞ 구간이다.

경주시 내남면 용장4리 비파마을 버스정류소에서 길 건너 '비파골 입구' 이정표를 보고 계곡으로 접어든다. 이정표에는 '금오봉 2150m', '삼층석탑 990m'를 가리키고 있다. 몇 갈래 길이 있지만 소나무 울창한 주 등산로를 따라 천천히 오르면 7분 만에 봉분 5개가 직선으로 서 있는 월성 이씨 묘를 만난다. 길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는 남산 자락의 여느 산길 주변과 다름없이 울창하기 그지없어 운치가 넘친다. 상수원보호구역인 비파골을 따라 10분쯤 더 가면 석가사지와 삼층석탑이 갈라지는 갈림길. 이정표에서 금오봉, 삼층석탑 방향인 왼쪽으로 계곡을 건너 곧바로 오르막을 치면 3분 후 삼층석탑이다. 자연석을 기단 삼아 3층으로 이뤄진 옥개석과 탑신이 조형된 고색창연한 탑이지만 발굴된 지 채 10년쯤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아래 신안 주씨 묘 옆에는 남산일원 폐탑 복원 사업을 위해 분묘 이장을 추진한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석탑 앞에서 바라보면 형산강과 용장리 비파마을 비파골 일대가 내려다 보이고 가깝게는 고위산, 멀게는 영남알프스 일대 산군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 바둑바위서 경주시가지 한꺼번에 조망

 
  경주 시가지를 조망하기에 좋은 바둑바위 전망대.
삼층석탑부터 주능선 갈림길까지는 외길이지만 경사는 제법 있는 편이다. 능선길 주변은 오래전 발생한 산불 여파로 조금은 앙상한 가지의 작은 나무들이 산재해 있는 모습이지만 덕분에 비파골과 약수골 일대 주변의 수많은 바위가 진주알처럼 반짝거리는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30분쯤 가면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삼형제바위를 지난다. 주변에 이름 없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이어서 10분쯤 더 오르면 마침내 금오산과 고위산을 잇는 주능선 갈림길. 오른쪽으로 가면 삼화령 이영재 백운재를 거쳐 고위산까지 가거나 삼화령 부근에서 용장사터 방향으로 내려 설 수 있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금오산 방향인 왼쪽으로 길을 잡는다. 4분이면 금오산 정상에 닿는다. 널따란 공간에 정상석이 서 있고 그 주변에 이른 봄맞이 산행에 나선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마의 땀을 닦고 있다. 남산과 망산의 유래에 얽힌 전설을 기록한 안내판이 눈길을 끈다. 옛날 서라벌 또는 새벌로 불리던 이 땅에 덩치가 산만한 남신과 여신이 나타났는데 이를 본 어떤 처자가 "산 봐라!"라고 외치자 어찌된 영문인지 남신과 여신은 그 자리에서 발을 옮길 수 없게 됐다는 것. 즉, 근육질의 남신은 울퉁불퉁한 산세를 자랑하는 남산이 됐고, 여신은 부드럽고 야트막한 망산이 됐다는 이야기다.

◇ 황금대 주변 바위길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

 
  산행 날머리에 있는 사적 제1호 포석정터.
하산은 진행 방향으로 직진한다. 10분쯤 가면 깎아지른 절벽을 낀 냉골 상단부와 상사바위, 상선암, 마애불 등이 보이고 멀리 영축산에서 신불산 간월산 가지산 고헌산 백운산 단석산에 이르는 영남알프스와 낙동정맥이 훤히 드러나는 전망대. 5분 후 높이 13m, 길이 25m쯤 되는 상사바위를 지나면 곧바로 삼릉 상선암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내려 서면 상선암과 마애불 등을 거쳐 삼릉까지 내려설 수 있지만 취재팀은 비교적 한적한 길인 황금능선을 타기 위해 직진한다. 곧바로 바둑바위 또는 바둑판바위로 불리는 널따란 바위 전망대. 태종무열왕릉을 품은 선도산과 선덕여왕능 김유신 장군능 등을 품은 송화산이 멀찌감치 보이고 그 아래로 오릉 대릉원 포석정터 등 유적지와 경주 시가지 일원이 훤히 드러나는 최고의 조망처다.

 
  열심히 기도하면 상사병도 고칠 수 있다는 상사바위.
바둑바위를 지나 계속 주능선을 탄다. 오른쪽 부흥골 건너편에 늠비봉 오층석탑과 부흥사가 줄곧 시선을 사로잡는다. 비탈진 길과 평온한 길이 이어지는 황금능선은 오천 정씨 묘 지나자 마자 만나는 진주 강씨묘를 받친 큰 바위인 황금대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바둑바위에서 황금대까지는 쉬엄쉬엄 걸어도 40분 정도면 닿는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 해가 서쪽 하늘에 걸렸을 때 이 바위는 햇살을 받아 황금빛을 띠며 번쩍거린다고 해서 황금대라는 이름이 붙었다. 진주 강씨 묘 10m 못 미친 곳에서 왼쪽 비탈로 내려서면 본격적인 하산을 할 수 있다. 산꾼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는 않는 코스여서 한적하면서도 여유로운 산행을 할 수 있는 길이다. 정부인 월성 김씨 묘를 지나 '경주 남산 일원 사적비'가 세워져 있는 남산 일주도로 들머리 부근까지는 30분 정도면 족하다.

◇날머리 포석정에서 신라 흥망성쇠 반추

이곳에서 도로를 따라 왼쪽으로 가도 포석정까지 갈 수 있지만 취재팀은 직진, 작은 계곡 오른쪽 길을 따른다. 5분 후 작은 하천을 건너 마을 길로 접어들어 3분쯤 가면 통일신라 말기 견훤이 지휘하는 후백제군의 침입때 숨진 경애왕의 비사가 전해지는 포석정터 앞 주차장에 닿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포석정 우리나라 사적 제1호다.


# 떠나기 전에

- 비파골 전설엔 소탈한 석가모니 가르침'

 
  들머리인 비파골로 입구의 운치 그윽한 소나무길.
경주 남산은 살아있는 '노천 불교박물관'으로 불린다. 현재까지 조사된 불교 관련 유적 및 유물만 해도 40여개의 계곡에 122개의 절터와 57개의 석불, 64개의 석탑이 있다. 경주국립공원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뿐 아니라 산군 전체가 사적 제311호로 지정돼 있고 지난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이처럼 불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남산은 그동안 본지의 근교산 시리즈에서도 수차례 답사한 바 있다. 그러나 수많은 산길이 있는 금정산이 그러하듯 경주 남산 또한 70여개의 답사 코스가 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산행이 가능하다. 그 가운데 비파골과 황금능선 연결 산행로는 화려함을 버린 비교적 소탈한 산행로라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파골에 전해 오는 전설도 소탈함의 미덕과 관련성이 있다. 신라 제32대 효소왕이 어느 날 망덕사 낙성식에 친히 참석해 제를 올리던 중 행색이 소탈함을 넘어 남루할 정도의 스님이 찾아와 자신도 참여케 해달라고 청했다. 왕은 할 수 없이 말석에서 참여토록 허락한 후 제를 마치고 나서 "비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고 물으니 스님은 "예, 소승은 남산 비파암에 삽니다"라고 답했다. 이어서 왕이 비웃듯이 "돌아가거든 왕이 친히 참석한 불사에 함께했다고 말하지 말라"라고 말하자 스님은 "왕께서도 진선석가를 친견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고 한 뒤 구름을 타고 남쪽으로 날아가버렸다.

이에 왕은 놀랍고 부끄러워 진신석가가 사라진 방향으로 수없이 절을 한 후 신하들에게 모셔오라 명했지만 찾지 못했다. 결국 남산 비파골 삼성곡 주변의 바위에 지팡이와 바리떼만 남겨져 있는 것이 발견됐을 뿐이다. 왕은 비파암 아래에 석가사를, 바위 주변에 불무사를 지어 석가를 공양했다고 전해온다. 소탈함의 미덕을 알아보지 못하고 겉모양의 화려함만을 좇는 세태를 꾸짖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것이다.


# 교통편

- 노포터미널서 경주행 버스 10분 간격 운행

부산 노포동 버스터미널에서 새벽 5시30분부터 10분 간격으로 경주행 시외버스가 운행된다. 요금은 4500원. 50분 소요. 경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남면 용장4리 비파마을까지 가려면 500, 503, 505~508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20분 안팎 간격.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 경주IC에서 내려 요금소를 통과한 후 첫번째 사거리에서 언양방면 35번 국도를 따라 우회전, 4분쯤(약 3.5㎞) 가면 만나는 사거리에서 삼릉 방향으로 좌회전 한다. 150m 가다가 만나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500m쯤 가면 용장4리 비파마을 버스정류소에 닿는다. 인근에 주차 가능하다. 산행 후 차량 회수를 위해서는 포석정터 앞 버스정류소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비파마을까지 가면 된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GPS 트렉=http://ww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