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고기밥상을 위한 푸른 혁명 '산야초'
어릴 적, 할머니께서는 아담한 바구니에 호미를 하나 넣고 햇볕이 내리 쬐는 산으로 자분자분 올라가시곤 하셨다. 그렇게 몇 시간 출타 후 돌아오신 할머니의 바구니 안은 흙이 묻은 초록 잎들로 가득했고, 그런 날 저녁 식사에서는 항상 할아버지께서 밥을 두 공기씩 비우셨다. 냉이를 넣어 끓인 된장국, 돼지고기와 쑥을 다져 만든 고기전, 참나물, 곰밤부리, 돌나물 등을 재래 간장에 무쳐 낸 다양한 나물들, 가끔은 고기를 맛있게 구워 쌉싸래한 민들레잎, 쑥과 쑥갓을 곁들여 한 상 푸짐히 차려내기도 하셨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의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한 맛과 향이 고이 배어있던 할머니의 건강한 밥상을 꾸며 준 그것들은 바로 '산야초'. 이 ‘산야초’가 이제 산과 들을 벗어나 웰빙고기밥상을 위한 푸른 혁명을 일으킨다.
1960년 이후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채식보다 육류위주의 식습관이 형성되었으며, 이로 인해 현대인들은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질병과 끊임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 사실 육류는 인간의 식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단백질 공급원임과 동시에 인간은 고기라는 식재료를 거부하기에는 이미 그 맛에 상당부분 익숙해 있다. 때문에 고기밥상은 진화를 거듭해야 한다.
육류를 즐기되, 몸에 어떻게 하면 더 이로울지, 어떻게 하면 더 건강하고 맛있게 육류를 즐길 수 있을지를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건강한 육류를 즐기기 위해 굽는 대신 찌거나, 삶는 조리법을 선택하고 최대한 채소를 많이 섭취해 기름진 육류와의 밸런스를 맞추는 식의 방식은 이미 너무 대중화 되었고 구태의연한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이런 1차적인 접근법을 벗어나 선택해야 하는 방법은 바로 육류를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제 3의 조력자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웰빙고기밥상의 최대 조력자 ‘산야초’가 프러포즈를 시작했다. 그 손을 잡을 것인가? 잡지 않을 것인가?
자연이 준 선물 '산야초'
산야초, 야생초, 토종 허브, 산나물. 이 단어들을 굳이 구분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 조금의 뜻 차이는 있을지언정 거의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봄이 되면 예외 없이 밥상에 올라오는 냉이, 달래, 씀바귀들? 모두 산야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소위 '채소'라 일컫는 오이, 호박, 토마토, 마늘? 이 역시 모두 산야초다. 이 쯤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산야초라는 개념은 '우리의 산(山)과 들(野)에서 자생하는 모든 풀'이라는 선명한 뜻을 지니고 있지만 그 종류는 얼마나 방대한지 말이다.
옛 기록에 꿩은 날개나 다리를 다쳤을 때 주둥이로 늙은 소나무의 송진을 쪼아 상처에 문지르고 산불로 화상을 입은 구렁이는 소리쟁이잎(지혈작용과 화상에 효험이 있는 산야초)을 몸에 둘렀으며 독사에 물린 동물은 쥐방울덩굴(천식과 호흡곤란에 효능이 있고 뱀독을 해독할 수 있는 산야초)을 뜯어먹어 해독한다는 기록이 있다.
지천에 널린 산야초를 찬으로, 약으로 애용하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는 시간이 지난 지금 현대 의학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얼마 전 고려대 식품공학부 교수팀의 실험에서 밝혀진 질경이의 놀라운 효능이 그 좋은 예다. 산야초인 질경이를 생쥐에게 42일 동안 먹인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171mg/dl에서 145mg/dl로 15% 낮아졌다는 결과가 그것이다. 이는 질경이에 함유된 저분자방향 성분이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지니며,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해 동맥경화와 지방간을 예방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현대에 와서 재해석 되고 있는 산야초를 비단 의학 분야뿐 아니라 음식에도 건강한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Hot item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천에 흔한 만큼 광범위한 효능을 지닌 ‘산야초’
우리는 흔히 산삼, 녹용 등 흔하지 않은 것일수록 우리 몸에 좋을 거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다. 한 약선요리 연구가는 말했다. 지천에 흔한 것들은 그만큼 가까이 두고 많이 먹으라 자연이 말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현대인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 섬유질, 미네랄 등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산야초’다.
산야초마다 각각 다른 특성과 효능을 지니고 있지만 포괄적으로 산야초를 말한다면 뿌리의 삼투압작용과 잎의 광합성작용을 통해 흡수한 대지의 생명력과 태양에너지가 그대로 농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장 자연적인 것이 어쩌면 가장 인간에게 필요한 것 일진데- 물과 공기가 그러하듯,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산야초가 지니는 효능은 인간의 몸을 태초의 깨끗한 상태로 돌려 줄 수 있는 기초적인 영양의 보고라 할 수 있다.
월간외식경영ㅣ글·정선옥 기자 사진·엄태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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