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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왔어!" 봄이 속삭입니다

호젓한오솔길 2011. 3. 9. 20:29

 

[봄이 오는 소리] "나 왔어!" 봄이 속삭입니다

 

 

제주 유채꽃 나들이

 

제주의 유채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닷바람일 것이다. 3월 초 섭지코지에서 이른 봄바다를 바라보려고 해도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 걸어도 걷는 게 아니라 바람에 등떠밀려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섭지코지 앞바다를 보며 자란 유채는 바람 따라 상반신만 살랑살랑 움직일 뿐이다. 어른 무릎 높이만큼이나 자랐는데 휘기는 해도 꺾이지는 않는다. 바람이 불 때마다 수만 송이의 꽃이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내는 것 같기도 하다. 바람 속에서 몸을 버티려고 사지를 허우적대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조금만 참으면 봄이 올 것이라고 다독이는 것이다.

 

4일 제주도 바닷가에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었지만 산방산 앞 유채꽃밭을 찾은 연인들은 따뜻한 봄의 전령을 맞이하고 있었다.

 

섭지코지의 유채밭은 몇 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바다의 푸른빛과 대조를 이루는 노란 물결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유채의 꽃 한 송이는 시시할 정도로 수수하다. 꽃잎 크기는 새끼손톱보다 작고 색깔도 개나리의 그것처럼 선명한 노란빛이 아니라 어딘가 약간 바랜 듯하다.


 

꽃의 특장(特長)이라고 할 만한 향기도 딱히 없다. 산에 핀 야생화로 착각할 만큼 유약한 이 꽃이 바닷바람에 견딜 수 있는 것은 줄기 때문이다. 땅에 박혀 있는 원줄기가 남자의 손목만큼이나 굵다. 원줄기에서 15개 정도의 곁가지가 나오고 이 가지에서 2~4개의 곁가지가 나온다. 줄기 하나에 달린 꽃이 줄잡아 서른 송이는 된다.

제주 바다와 색으로 대조를 이루는 게 섭지코지의 유채라면, 성산일출봉(182m)이나 산방산(395m) 앞에 핀 유채에는 귀여우면서도 편안한 멋이 있다. 시커멓고 멋대로 우뚝 속은 제주의 명산(名山)들보다 야트막해도, 노란빛을 온몸으로 발산하는 유채밭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무뚝뚝한 거한(巨漢) 앞에 해맑기만 한 아기를 데려다 놓은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아니나 다를까, 유채의 꽃말은 '쾌활'이다. 성산일출봉과 산방산 입구로 가는 도롯가에 유채밭을 여러 개 볼 수 있는데 모두 개인의 것이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한 사람당 1000원을 내야 한다. 일부 유채밭에서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연인들을 위해 꽃밭 한가운데다가 벤치를 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품종개량한 유채를 심어 성산일출봉이나 산방산 등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는 사계절 내내 유채밭을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본디 유채는 보기 좋으라고 심어놓은 것이 아니라 먹기 좋으라고 심어놓은 밀원(蜜源·꿀 채취용) 식물이자 식용 식물이다.


 

4~5월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유채꿀은 젖빛을 띠고 신선한 풀 냄새가 난다. 포도당 성분이 많아 소화·흡수가 잘돼 어린이나 노인에게 좋다고 한다. 유채꽃은 차로 만들어 마시면 달고 부드럽다. 눈을 밝게 하고 지혈을 돕는다고 알려졌다. 유채씨에서 짠 기름은 튀김용이나 샐러드유로 쓰이며 소비량이 콩기름 다음으로 많다. 유채의 '유'자가 '기름 유(油)'자인 데는 다 그만 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어린 유채잎은 겨우내 움츠렸던 입맛을 깨우는 데 많이 쓰인다. 살캉살캉하게 씹히는 상큼한 맛 때문에 그냥 먹어도 좋고, 잎의 질감이 도톰해서 살짝 데치거나 전으로 부친 후에도 숨이 크게 죽지 않아 아작아작 씹힌다. 고춧가루·식초·설탕 등을 고루 섞어 버무리면 '유채 겉절이', 데쳐서 마늘·파·고춧가루·참기름 등과 함께 무치면 '유채나물무침', 부침개 반죽에 넣으면 '유채전'이 된다. 홍고추· 쪽파·대파를 넣고 양념으로 버무려 담근 유채 김치는 쌉쌀하면서 달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