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자료실 ♥/여행,산행지

[특집 | 도시 근교 명산종주] 부산 5산종주 르포

호젓한오솔길 2011. 3. 18. 19:56

 

[특집 | 도시 근교 명산종주] 부산 5산종주 르포
 
낙동정맥·용천지맥 두루 거쳐 봉우리 30여 개 오르내려
하루 15㎞내외씩 나흘간 60.5㎞ 주파… ‘백금철아장’으로 부르기도

부산 5산 종주-. 말이 오산이지 실제로는 봉우리를 30여개 정도 오르내리며 실제 거리가 60㎞를 훌쩍 넘는 고난과 극기의 등산길이다. 오산은 많은 봉우리 중에 꼽을 만한 산 5개, 즉 장산·아홉산·철마산·금정산·백양산의 이름을 따서 ‘백금철아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5산 종주를 하려면 수많은 봉우리를 오르내려 어디가 어디인지 헷갈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출발하기 전 미리 부산의 산악지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형을 이해하면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남은 구간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 종주에 도움이 된다.

부산의 산악지형은 이름 붙이기 곤란한 자잘한 산들도 매우 많지만 주로 낙동정맥과 낙동정맥에서 가지치고 나온 용천지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낙동정맥은 백두대간의 매봉산(태백시)에서 빠져나와 백병산(1,259m)을 거쳐 칠보산~백암산~백운산~가지산~신불산~천성산~계명산~금정산~상학산~백양산~구덕산~몰운대에서 다대포 앞바다로 스며든다. 용천지맥은 낙동정맥의 천성산에서 다시 동해 쪽으로 한 줄기 가지를 뻗어 용천산~백운산~망월산(~철마산)~함박산(~달음산)~아홉산~일광산(~모산)~산성산으로 빠져나와 한 줄기는 연화봉~시랑산으로 가고, 다른 줄기는 구곡산(~장산)~부흥봉~와우산으로 연결돼 동해로 사라진다.


▲ 망월산악회 김환 전 회장이 장산 정상 조금 못 가서 옥녀봉 정상에서 용천지맥 와우산 줄기를 배경으로 해운대 앞바다와 광안대교를 바라보고 있다.
낙동강이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을 갈라놓는다면 수영강은 낙동정맥에서 용천지맥을 가지치게 하는 분수령이 되는 강이다. 즉 낙동정맥에서 발원한 물이 동해로 흐르는 수영강과 남해로 빠져드는 낙동강으로 갈라지는 것이다.

부산 5산 종주는 동백역에서 출발해 간비오산~장산(634m)~483봉~315봉~산성산~쌍다리재~320봉~아홉산(361m)~함박산(457m)~곰내재~문래봉~451봉~철마산(605m)~철마교(이상 용천지맥)~284봉~지경고개~계명봉(599m)~718봉~금정산(801m)~원효봉~동문~산성고개~519봉~만덕고개~367봉~불웅령~백양산(616m, 이상 낙동정맥)~성지곡수원지로 하산하는 실제거리 60.5㎞(GPS 측정)의 장거리 종주산행이다. 장산에서 철마산까지가 용천지맥이고, 계명봉에서 백양산까지가 낙동정맥의 산줄기다. 따라서 부산 5산 종주는 용천지맥에서 시작해서 낙동정맥 줄기를 타다 중간에서 하산하는 셈이 된다.

이 기나긴 종주산행을 안내하기 위해 부산 동래고 총동창산악회인 망월산악회의 회원들이 교대로 나뉘어 나흘 동안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김환 전 회장은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흘 연속 참석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지면을 빌어 다시 감사의 뜻을 전한다.

출발지를 부산 지하철 동백역으로 잡았다. 많은 사람들이 산행 전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오전 9시 30분 망월산악회 일행을 만났다. 김영해(41회, 1965년 졸업) 고문, 김환 전 회장, 김성진 총무 겸 산행대장, 손철홍 회원 등이 나와 있었다. 이들과 함께 바로 출발했다. 이날 예상 종주거리는 쌍다리재까지 도상거리 13㎞, 실제거리 15㎞ 정도 된다고 했다. 한 회원은 “이젠 꼼짝없이 하루 종일 끌려 다녀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 등산객들이 장산 정상을 향해 가고 있다. 해운대 앞바다와 다이아몬드 브리지로 알려져 있는 광안대교가 배경으로 보인다.
출발지를 보통 장산 들머리로 잡아

동백역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약 100m 내려간 뒤 GS칼텍스 주유소 왼쪽 골목길을 들머리로 했다. 50m쯤 지나 운촌당산에서 곧바로 이정표가 나왔다. ‘정상 4.5㎞→, 안부 3.1㎞→, 간비오산봉수대 0.6㎞→’라고 안내하고 있다. 간혹 사람들이 눈에 띈다. 등산로는 잘 닦여 있었지만 한동안 비가 내리지 않은 탓인지 먼지가 퍼석퍼석 날렸다. 낙엽과 솔가리 밑으로 먼지투성이다. 금방 신발과 바지가 먼지로 뒤덮였다. 숨쉬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부산은 이미 날이 풀려 날씨가 따뜻하다. 서울에서 새벽에 운전하고 내려온 영향도 있겠지만 입고 온 옷을 바로 바꿀 정도였다. 간비오산봉수대에 올라 잠시 옷차림을 정리했다.

간비오산봉수대는 고려 말부터 갑오경장까지 700여 년간을 해운대 일대를 침입한 왜적을 감시한 곳으로, 부산에서는 황령산봉수대와 함께 가장 오래된 봉수대로 알려져 있다. 봉수의 기본조건은 사방이 확 트여야 한다.

간비오산봉수대는 해발 100m도 채 되지 않은 야트막한 곳이지만 지형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남쪽은 탁 트여 해운대 앞바다와 부산의 ‘다이아몬드 브리지’ 광안대교가 한눈에 조망이 가능했다. 북쪽으로는 장산 정상이 저 앞에 빨리 오라고 손짓하는 듯했다. 용천지맥의 능선 줄기가 대충 윤곽이 잡혔다.

▲ 1. 부산 동래고 총동창산악회인 망월산악회 회원들이 장산 정상을 향해 가고 있다. / 2. 망월산악회 회원들이 아홉산 정상 이정표 앞에서 서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 3. 망월산악회 고문이 함박산 정상에서 GPS와 나침반을 비교해 가며 방향을 잡고 있다.
김환 회장은 “5산 종주이니 가능한 한 능선으로 난 길로 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앞장서며 옥녀봉으로 향했다. 많은 산에 옥녀봉이 있다.

“저 산은 왜 옥녀봉이죠? 뭔가 유래가 있을 법한 데….”

“글쎄, 옥과 같이 아름다운 처녀가 있었다고 해서 그런 것 아닌지….”

“옥녀예요, 옹녀예요? 사실상 똑 같은 개념이지 않나요?”

“같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자세히는 모르겠네.”

산에서 여럿이 같이 걸으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조금 더 걸으면 걸쭉한 농담이 나올 것 같다.

야트막한 봉우리에서 내려와 장산으로 치고 오르는 중간 봉우리가 옥녀봉이다. 완만한 등산로를 가다 가파른 길이 나왔다. 다들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 때 누군가가 다시 한마디 건넸다.

“쥐약을 먹고 견뎌도 나이 먹고는 못 견딘다고 하더라.”

“맞는 말이다. 그건 분명히 공자가 한 말일 거야.”

모두 한바탕 웃으며 거친 숨소리를 달랬다. 다들 그나마 등산을 자주 다녀 먹는 나이를 더디게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안부와 전망대 봉우리 군부대 유격장 등을 거쳐 옥녀봉에 도착했다. 정상비석엔 383m라고 표시돼 있다. 옥녀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고 울퉁불퉁한 바위 봉우리만 덩그러니 솟아 있다.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1 · 2 · 3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