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자료실 ♥/여행,산행지

[산&산] <297> 창원 장복산

호젓한오솔길 2011. 4. 5. 19:32

 

 

[산&산] <297> 창원 장복산

 

터질 듯한 벚꽃, 발길마다 진달래… 잔치는 준비됐다
전대식 기자

 

 

산수유, 매화, 벚꽃이 연달아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가슴이 벅차다. 이럴 때면 산꾼은 물론 장삼이사 남녀들도 꽃이 그리워질 때다. 꽃구경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날 게다. 부산시내에도 제법 벚꽃이 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벚꽃을 보려면 경남 창원시 진해구 일대를 가는 게 좋겠다. 마침 다음달 1일부터 군항제가 열린다. '산&산' 팀은 벚꽃의 그윽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장복산(593m)을 찾았다. 장복산은 인근 시루봉이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그 위세에 가려져 있었다. 거기에다 불모산~웅산~시루봉 코스가 산꾼들의 종주코스가 되면서 장복산은 상대적으로 외면받아 왔다.

산행팀은 이번 산행에서 장복산 단독 산행 코스를 꾸며 봤다. 안민동을 출발해 안민고개를 지나 덕주봉~584봉~정상을 거쳐 창원시 양곡동 쪽으로 내려오는 구간이다. 그동안 장복산 단일 코스가 산행 시간이 짧다는 지적이 있어서 쉬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 정도 걸리는 구간을 잡았다.

암릉 타는 재미 크고 바위 모습도 장관
정상엔
태극기 '펄럭' 시가지 전경 한눈에

들머리는 안민동 신우에이스타운 정류소다. 주변에 소야원 숲속학교가 있다. 시멘트 길인데 길 이름이 '푸른솔길'이다. 이 길을 따라 7분 정도 걷자 나무데크 산책로가 나왔다. 계단을 올라갔다. 창원시내 중심부가 훤히 드러났다. '안민고개길 데크로드 안내'가 있어 참고했다.

데크에서 올라 편도 1차로 도롯가에 난 '데크로드'를 따라 걸었다. 벚꽃이 막 피려고 순을 열었다. 툭 치면 '쩍!' 하고 벌어질 것 같다. 데크로드는 두 사람 정도 걸으면
어깨가 부딪칠 정도다. 걷기아스팔트길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흙길에 비해 멋이 떨어진다. 데크로드 정비가 안 된 구간은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야 한다. 차량의 교행은 거의 없다.

20분 정도 지나 창원시 생활폐기물매립장 입구가 나왔다. 조금 지나 두꺼비 입에서 물이 뿜어 나오는 약수터가 있어서 수통에 물을 채웠다. 약수터에서 안민고개까지 10분쯤 걸어 안민고개 전망대 휴게소에 도착했다. 전망대에서 창원시내를 한 번 더 눈에 담았다.

안민고개에서 우회전했다. 장복산 등산로 안내도가 있다. 데크로드, 아스팔트 길을 버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다.

비탈은 가파르지도 평탄하지도 않고, 딱 걷기에 그만인 경사도이다. 오를수록 진해구 일대가 점점 모습을 드러낸다. 진해만과 진해 앞바다가 보일 무렵이면 본격적인 장복산
마루금을 탔다고 보면 된다. 331봉에 올라 진해 쪽을 한 번 훑었다. 해안선을 따라 도시가 있고, 그 도시를 따라 산자락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옛 진해시청, 해군사관학교가 저기 있다.

다시 걷는다. 흙길이 점차 사라지는
기미이더니 조금 뒤엔 바위 암릉이 나타난다. 일부 등산객은 장복산이 육산인 줄 알고 있으나, 장복산은 암릉의 조망미와 타는 재미를 주는 엄연한 골산이다.

딱딱한 암릉과 푹신한 흙 마루금을 번갈아 만난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불모산 쪽에서 해병들의 구호와 함성이 들렸다. 왼편 진해 바다에서는 바닷물이 철썩댔다. 오른쪽 창원 쪽에선
공장에서 나는 기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사람과 자연과 기계가 만드는 소리가 마루금에서 조화롭게 들렸다.

마루금에 들어서면서 조망은 어디 한 군데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진해, 창원 땅이 마루금을 경계로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왼쪽으로 돌면 바다가, 오른쪽엔 계획도시 창원이 꽉 들어차 있다. 암봉은 탈 만한 것과 돌아가야 하는 것들로 뒤섞여 있다. 간간이 개나 용 머리를 닮은 특이한 바위도 발견된다.

562봉을 밟고
앞으로 나아간다. 여기부터 암릉은 더 장관이다. 잇단 암릉을 딛거나 우회한다. 나무다리를 건너 조금 더 가자 철 사다리를 타고 봉우리에 올랐다. 5분 정도 지나 덕주봉 표석이 망루 봉우리가 나타났다. 표석만 있지 실제 덕주봉은 여기에서 20여 분 정도 더 떨어진 데에 있다. 망루에서 3분 거리에 정자 쉼터가 있다. 주변에 편백 숲이 있다. 삼엄할 정도로 울창하다. 진해구청에서 태풍에 대비해 조성한 조림지이다.

곧이어 덕주봉(604m)에 올랐다. 오늘 목적지인 장복산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덕주봉에서 내리막 능선을 타고 헬기장을 지난다. 10분 정도 걸려 정상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나왔다. 여기서 왼쪽으로 틀면 진흥사 방면인데 이 숲길도 정감 있게 아름답다. 장복산 2봉이라고 불리는 584봉에서 정상까지는 9분 정도.

태극기가 산정에서 휘날리고 있었다. 군항도시다운 면모였다. 남루한 감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데서 태극기를 쳐다보니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졌다. 태극기 뒤로 진해, 거제의 바다가 출렁댔다. 동쪽으로는 마산 시내와 마창대교가 나란히 눈에 들어온다. 서쪽에는 불모산과 창원의 정병산~비음산~대암산 꽃 능선이 어슴푸레 잡힐 듯하다.

정상 표석에는 장복산 높이가 582.2m로 적혀 있다. 하지만 국토지리정보원 지도에는 593m로 표기됐다. 진해구에 문의하니 5년 전에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높이를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도와 표석 높이가 달라 헷갈릴 수 있겠다. 어느 한 쪽으로 통일해야 되지 싶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하산길은 암릉보다는 대부분 흙길이다. 솔숲을 지나는 아늑한 길이지만, 조망미는 산행 초입보다 덜하다.

정상에서 내려와 첫 번째 갈림길에서 우회전한다. 여기에서 7분 정도 내려가면 또다시 갈림길(개념도에 표시)을 만나는데 이번엔 좌회전이다. 이 길을 따라 30분 정도 부담 없이 걷는다. 368봉에서 다시 한 번 오른쪽으로 꺾어 철탑 안부를 지나 370봉을 만난다. 막 피기 시작한 진달래가 심심찮게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부터 장복산 서북능선이다.

370봉에서 왼쪽으로 돌아 700여m를 더 걸으면 또다시 철탑이 나온다. 이곳에서 276봉 조금 못 가서 오른쪽 길로 붙어야 한다. 짧은 구간에 헷갈리는 지점이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리본을 충분히 매달아 두었으니 참고하자. 철탑 2개를 연이어 지나면 묘가 나온다. 마지막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돌면 날머리가 나온다. 날머리 건너편에 동성아파트가 있다. 산행 거리 약 11.8㎞, 총 소요시간 5시간 정도. 문의: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홍성혁 산행대장 010-2242-660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