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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298> 양산 매봉산

호젓한오솔길 2011. 5. 1. 21:01

 

[산&산] <298> 양산 매봉산
정겨운 냇물소리 졸졸졸, 버들강아지 봄바람에 하늘하늘
전대식 기자

 

 

 

꽃샘추위에 개화 소식이 주춤하더니 지난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벚꽃과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렸다. 바야흐로 남쪽의 산천이 꽃 몸살이다. 신나는 일이다. 지난겨울 맹추위에 산꾼들이 기세가 죽은 터라 더 반가운 건지 모르겠다. 이맘때면 봄꽃으로 유명한 전국 산은 산꾼과 상춘객들로 몸살이다. 여차하면 꽃보다 사람 구경만 하다 볼일 다 보고 돌아오기 일쑤이다. 소나기는 피해야 하는 법. 눈치 깨나 있는 산꾼들은 이럴 때는 사람의 발길이 잦은 산을 피한다. 대신 인적이 드문 산에서 느긋한 산행과 이제 막 움트는 진달래나 야생화를 보러 잠행(?)하곤 한다.

경남 양산 매봉산(754.9m)은 아는 산꾼들만 찾아가는 숨은 매력으로 그득한 산이다. 우선 부산에서 가깝다. 양산 원동역까지 가는 열차를 탄다면 산행과 열차 여행,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다. 인근 영축지맥이나
영남알프스의 산과 연결한다면 진득한 산행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흙 맛 제대로 나는 육산이지만 산행 초입의 바위 봉우리는 근사한 전망을 선사한다. 적은 노력으로 쏠쏠한 산타는 재미를 맛보는 곳. 그곳이 매봉산이다.

흙길 오르는 재미 크고
열차 여행도 가능한 산

예닐곱 평 좁은 정상엔
병풍처럼 두른 진달래

도를 얻는다는 도득골
발음 어려워 도둑골로

그동안 매봉산은 산 자체보다 산줄기 사이에 있는 도둑골이 더 유명했다. 도둑골 일대는 여름 계곡산행 때 산꾼들로 절정을 이룬다. 이번 산행은 도둑골 대신 4개의 전망대 봉우리를 넘고 정상을 돌아 속칭 '청솔옥봉' 능선을 타고 계곡으로 다시 돌아오는 원점회귀로 코스를 꾸며봤다.

기점은 원동면 영포마을의 '아름빌 가든'으로 잡았다. 가든 왼쪽으로 흐르는 도둑골 하천을 건너 매봉산에 첫발을 내디뎠다. 졸졸졸, 촬촬촬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정겹다. 힘이 난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9분 정도 가면 묘가 나온다. 이번 산행은 초입~작은매봉산과 제1전망대~매봉산 정상은 비탈길의 연속이다. 특히 초입부터 작은매봉산까지 구간은 된비알이다.

여기저기 진달래꽃이 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산수유는 '절정을 맛봤다'는 듯, 기세가 약간 꺾였다. 개나리는 '이제는 내 차례야'라는 듯 노란 빛깔을 뿜어댔다. 등산 스틱에 힘을 주어 땅에 꽂았다. 이마에 땀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흘렀다. 25분 정도 된비알과 씨름했다. 사람의 발 때가 덜 묻은 검은 흙길이 푹푹하게 느껴졌다.

428봉에 올라서고야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나무숲에 가려졌던 주변 산세가 비로소 눈에 보인다. 맞바람이 줏대 없이 불고 있었다. 428봉을 벗어나 삼각점을 지나 작은매봉산에 올랐다. 428봉보다 표고가 30m쯤 더 높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아영재(안부)가 끝나자 제1전망대 비탈로 접어들었다. 안부 끝에서 전망대까지는 13분 가량.

사실 매봉산은 다른 산에 비해 정상의 조망미가 덜한 편이다. 하여 산을
오르다 만나는 전망 좋은 봉우리 네 곳에서 욕심을 내서 구경해야 한다.

제1전망대에 서면 가장 먼저 토곡산(855m) 능선이 눈에 밟힌다. 이 산은 능선과 능선 사이 비탈이 장난이 아니다. 해서 부산 근교의 3대 악산(惡山)으로 꼽힌다. 산세는 악산일지언정 멀리서 바라보는 마루금은 매끄럽고 아련했다. 제1전망대 암봉에 소코뚜레 모양의 소나무가 신기하게 자라고 있다.

제1전망대에서 10분 걸려 제2전망대로 올랐다. 이번에는 오른쪽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다봤다. 선해사, 백림사가 발아래에 있다. 멀리 영축지맥의 명산인 금오산~천태산 줄기가 사이좋게 마루금을 이루고 있다. 금오산 정상 바로 밑에 약수암이 바짝 달라붙어 있다.

제3, 제4전망대에서 도둑골을 내려다봤다.
이름은 험상궂지만 사실 도둑과는 상관없는 계곡이다. 예전에 마을 선비들이 물 좋고 경치 좋은 이 계곡에서 공부하면서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다. 그때 '배워서 도를 얻는다'는 뜻으로 '도득(道得)골'로 불렀다. 세월이 지나서 '도득골'로 발음하기가 여의치 않자 도둑골로 부르기 시작했다. 지금은 도둑골로 굳어져 주변 음식점 간판은 죄다 '도둑골'로 적고 있다.

제4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가면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가면 금오산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헬기장을 곧바로 만난다. 헬기장 왼쪽 귀퉁이로 지나면 내리막과 오르막이 번갈아 나온다. 바스러진 낙엽을 밟는 소리가 한가한 산의 정적을 깬다. 757봉을 우회해 15분 정도 더 가면 매봉산 정상이다.

정상은 한 예닐곱 평으로 좁은 편이다. 진달래가 거의 360도를 병풍처럼 둘러쳤다. 산 아래 만큼 꽃이 피지는 않았다. 웬만한 산에 있는 정상 표석 대신 '영축지맥 매봉'이라고 쓴
푯말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바닥에는 낡은 '삼각점'이 있는데 '이 표석을 파괴하는 자는 의법 처단함'이라고 경고했다.

정상에서 길이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은 도둑골로 내려가는 능선이다. 산행팀은 오른쪽 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길을 열었다.

정상에서 25분 정도 가면 갈림길이 또다시 등장한다. 왼쪽으로 가면 밀양시 단장면 고례리로 간다. 탈출로인 셈이다. 오른쪽으로 더 걸어가 헬기장을 통과한다.

8분 정도 지나 낙엽 쌓인 안부 삼거리를 만난다. 헷갈릴 만한 갈림길이다. 왼쪽은 고례리, 직진은
배내골 방면이다. 우측으로 직각으로 꺾는다. 800m쯤 가면 454봉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산꾼들이 '청솔옥봉'이라 부르는 능선을 탄다. 푸른 소나무 사이를 걷는다. 건너편 도둑골의 소나무들이 빗질한 듯 능선을 따라 서 있다. 길은 비탈이 비교적 완만하다. 간간이 내리막이 나온다. 1.4㎞(30분 소요)쯤 내려오자 영포리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굳이 기점까지 원점회귀를 원하지 않는다면 여기에서 탈출해 영포리 방면으로 나가면 된다.

갈림길에서 산행팀은 오른쪽으로 내려갔다. 10분 정도 지나자 도둑골 계곡이 나온다. 언 물이 냇가를 가득 채우며 흐른다. 들여다보니 고둥과 산천어가 제법 있다. 계곡 응달에는 버들강아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물길 가장자리를 따라 20분 정도 걸었다. 산행 초입에서 만난 갈림길을 지나 아름빌 가든에 도착했다. 산행 거리 10㎞,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쯤 걸렸다. 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박영태 산행대장 011-9595-8469.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