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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빚은 자연 제주도

호젓한오솔길 2011. 6. 30. 07:51

 

자연의 보고, 제주
제주는 화산활동에 의해 만들어진 섬으로서 지질·지형적 측면에서 볼 때, 육지의 지형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지질경관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지질구조로 인해 한라산을 비롯한 수많은 오름이 연출하는 제주 산야의 형태는 현재와 같은 모습이 되었으며, 또한 이와 같은 화산활동에 의해 지하에서는 다양한 용암동굴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제주의 용암동굴 중 다수는 바닷가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있어 용암동굴이면서도 석회동굴의 특징을 함께 지니고 있는 동굴이 많다. 이것은 바닷가의 모래가 동굴상부로 공급되고 이 모래의 성분이 동굴 안으로 녹아들어, 석회암동굴에서 볼 수 있는 동굴석회 생성물이 용암동굴에 생성되어 나타난 결과다. 특히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 구역 내에 위치하고 있는 당처물동굴(천연기념물 제384호), 용천동굴(천연기념물 제466호) 등은 이러한 특징이 아주 잘 발달된 동굴로, 동굴모습의 아름다움에는 정말 경탄을 금할 수 없다.


 

제주 섬의 남단에는 해안을 따라 길게 단애가 형성되어 아름다운 해변풍경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단애는 대부분 화산암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특히 중문·대포 해안주상 절리대(천연기념물 제443호)는 대포해안을 따라 형성된 주상절리로서 그 모습은 거대한 기둥들이 바닷속에서 죽죽 솟아올라 마치 커다란 석주를 서로 붙여 세워 쌓아놓은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제주의 지질, 지형에 속하는 또 다른 특이한 자연자원으로는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464호), 우도 홍조단괴 해빈(천연기념물 제438호), 비양도 호니토(천연기념물 제439호), 수월봉 화산쇄설층(천연기념물 제513호), 서귀포층 패류화석산지(천연기념물 제195호)등이 있다.


 

 

 

제주의 독특한 식물경관
제주는 또한 식물자원 및 식물경관의 보고다. 국토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제주의 식물은 난대성 식물상을 형성하고 있다. 섬의 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은 남한에서 최고의 높이(1,950m)를 가지고 있어 산의 높이에 따라 서로 다른 다양한 식생대를 이루고 있으며, 식생대에 따라 제각기 특이한 식물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제주는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난대성 식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서귀포시 상효동의 영천천(돈네코) 변에는 추운 계절에 꽃이 핀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한란(천연기념물 제191호, 상효동 한란 자생지 천연기념물 제423호)이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생육하고 있다. 서귀포 남쪽의 작은 섬 섭섬에는 난대성 고사리식물인 파초일엽(천연기념물 제18호)이 생육하고 있고, 구좌읍 하도리 해안에서 50여m 떨어진 토끼섬에는 문주란(천연기념물 제19호)이 순군락을 형성하고 있으며, 한림읍 월령리에는 선인장(천연기념물 제429호)이 군락으로 자라고 있다. 이러한 식물 생육지는 오직 제주에만 자라고 있는 식물종의 자생지이거나, 제주가 생육할 수 있는 북방한계지인 식물이다. 이 식물종들은 자원적, 학술적 가치가 큰 식물자원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 중턱에는 왕벚나무가 자생하고 있는데 1932년 일본 교토대학의 고이즈미 교수가 한라산의 왕벚나무(신례리 왕벚나무 자생지 천연기념물 제156호)를 확인하면서 왕벚나무의 제주도 자생설을 인정하게 된 귀중한 자생지가 있다. 또한 서귀포시 도순동에는 한약재, 민간의학재료 등으로 널리 쓰였던 녹나무가 자생하고 있으며(천연기념물 제162호), 천지연 부근에는 여덟 잎 중에 항상 한 잎이 단풍이 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담팔수가 자생하고 있다(천연기념물 제163호).


 

 

 

이 밖에도 제주에는 아주 많은 식물자원이 분포하고 있다. 애월읍 납읍리, 안덕계곡, 산방산, 천제연, 천지연 등에는 난대림이 발달한 지역이 있으며, 이들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이다. 이 난대림에는 주로 상록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이 숲에는 후박나무, 생달나무, 녹나무, 종가시나무, 아왜나무, 동백나무, 구실잣밤나무, 돈나무, 참식나무, 감탕나무 등의 교목이 상층을 형성하고 있고, 희귀식물인 풍란, 지네발란을 비롯해 조록나무, 검양옻나무, 광나무, 마삭줄, 가는쇠고사리, 석위, 바위손 등과 같은 식물종이 하층을 형성하여 제주 특유의 난대림 식물경관을 조성하고 있다.


 

천연보호구역, 제주를 말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10개소가 있다. 그 중에서 제주에는 절반에 해당하는 5개소의 천연보호구역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한라산에는 산정상의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라산국립공원에 해당하는 전역이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호)으로 지정되어 있고, 성산일출봉, 문섬·범섬, 차귀도, 마라도 등이 모두 국가에서 지정한 천연보호구역이다.


 

천연보호구역은 매우 뛰어난 자연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 그야말로 천연 그대로의 자연지역에 대해 지정하는 천연기념물이다. 이들 천연보호구역은 그 안에 다양한 종의 생물종들이 제각기 자기 지위(ecological niche)를 차지하고 건강한 구조의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구역이다. 특히 제주는 자연 상태가 극히 양호하여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구역 내의 생물종을 보면 종다양성이 매우 풍부하고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산종의 수도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매우 건강한 생태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는 정말 아름다운 섬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라는 명칭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세계유산을 보유한 곳이다. 우리나라는 아름다운 경승지가 방방곡곡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강토지만, 특히 제주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명승지가 매우 많다. 세계자연유산이란 용어의 의미는 명승 중의 명승이라는 개념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현재 제주에는 명승으로 지정된 국가지정문화재로 서귀포 정방폭포(명승 제43호)가 유일하게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려한 제주의 자연에 비추어볼 때 큰 오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1970년 11월 명주 청학동 소금강이 명승 제1호로 지정된 이후 명승은 2002년까지 전국적으로 단지 7건이 지정되었을 뿐으로써, 2002년 이전까지 문화재청은 물론 문화재 업무에 종사하는 어느 누구도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밝히는데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히 문화재청에서는 2003년 이후 명승업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후 명승 관련 전문가들의 노력이 집중되면서 2011년 현재는 70여 건을 상회하는 명승이 전국적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 역시 2008년 이전에는 한 건의 명승도 보유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서귀포 정방폭포가 2008년 8월 8일자로 제주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명승 제43호)으로 지정되었다.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제주가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명승에 관한 전국적인 문화재 지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것에 기인된 결과다.


 

한라산에는 백록담, 선작지왓, 영실기암, 오백장군 등 아름다운 명소가 수없이 자리하고 있고, 제주 전역에는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산방산, 쇠소깍, 용두암, 박수기정, 용머리해안, 외돌개, 어승생악, 송악산, 방선문 등 다수의 경승지가 위치하고 있다. 예로부터 이렇듯 아름다운 제주의 경치를 일컬어 영주10경, 영주12경이라 하지 않았는가? 제주의 아름다운 경승지에 대해 명승지정을 위한 1차적인 기초조사는 이미 문화재청에서 진행한 바 있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앞으로 제주에는 많은 경승지가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될 것이다.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자랑할 만한 우리나라 자연자원의 보고인 제주! 앞으로 제주의 신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더더욱 갈고 닦고 밝히어, 우리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주목하는 세계적인 자연유산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것이다. 


 


글 / 사진ㆍ김학범 한경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사진ㆍ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