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 2000년 향기를 맡는 역사탐방
- ▲ 월악산
월악산은 기암절벽이 치솟아 산세가 험준하다. 옛날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여겨졌다. 치악산, 설악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嶽)산'으로 꼽힐 만큼 깎아지른 봉우리가 절경을 이루며, 물이 맑다.
월악산은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다. 그냥 지나치면 이끼가 많이 끼어있는 불상과 옛 절터에 지나지 않지만 잠시 숨을 멈추면 수천 년전 불상에 소원을 빌던 나그네의 정취가 풍기는 곳이다.
월악산으로 휴가를 떠나려면 일단 야영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계곡을 따라 야영장이 잘 갖춰져 있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닷돈재, 덕주, 송계오토캠핑 야영장 등이 있다.
이중 오토캠핑 야영장은 주차장을 개조한 것으로 그늘을 찾기가 쉽지 않다. 보다 편안한 휴가를 원한다면 닷돈재 야영장을 추천한다.
닷돈재 야영장은 계곡을 바로 옆에 두고 있는데다가 울창한 숲속에 있어 더위를 식히기에 좋다. 계곡 물의 깊이도 여름이면 발목에서 가슴 위까지 차는 곳도 있어 물놀이를 즐길 수도 있다. 월악산 미륵리사지와 하늘재도 주목할 만하다.
하늘재 숲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길이다. 신라시대에 개통돼 영남과 서울을 잇는 길이었으니 우리나라 첫 '경부고속도로'인 셈이다.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작은 길이지만 수천 년 전 봇짐을 멘 민초들이나 당시 창과 칼을 들고 걷는 승병의 흔적을 맡을 수 있다.
신라시대부터 고려까지 2000년동안 하늘재가 이용됐지만, 조선시대 문경새재길이 생기면서 쇠락했다. 지금은 교통수단으로는 이용하지 않는 길이다. 그러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탐방로로 조성해 옛 길을 복원해 놓았다.
하늘재 바로 아랫부분에는 큰 절터가 있다. 미륵리사지다. 미륵리사지는 고려 태조 왕건이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왕건이 최대 호족세력인 지방 충주 유씨를 아내로 맞고 세운 건축물이라는 것이다.
당시 충주는 북과 남을 잇는 하늘재가 자리한 교통의 요지인데다가 최대 철 생산지였다. 왕건이 충주 지역의 최대 호족세력을 아내로 맞은 것은 일종의 '정략결혼'인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미륵리사지의 불상이 북방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향을 하고 있는 불상은 월악산 미륵리사지가 유일하다. 미륵리사지 불상의 시선은 정확히 치솟은 산세 사이의 송계계곡을 향하고 있다. 이 시선을 따라가면 한강이 나온다. 더 나아가면 불상의 시선은 당시 도읍지였던 개성과 북방을 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 역사학자들은 왕건이 북방정벌을 약속하며 세웠다고 보고 있다.
미륵리사지에 대해서는 신라 마지막 태자로 잘 알려진 '마의태자'에 대한 전설도 있다. 아버지인 경순왕이 고려에 항복하자 마의태자는 망국의 한을 안고 서라벌(경주)을 떠나 금강산에서 살다가 생을 마감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그가 금강산을 떠났을 때 누이동생인 덕주공주가 동행했는데, 이들이 북쪽으로 가던 중 지금의 문경에서 머물렀다. 이때 태자와 덕주공주가 월악산 영봉 아래 덕주사를 만들었다. 공주는 그곳에 머물면서 오빠와 아버지를 위해 예불을 드렸다. 태자는 신라 재건의 꿈을 안고 금강산으로 떠났다.
미륵리 절터는 지나치는 여행자들이 보기엔 잡초와 야생화가 무성한 공터다. 주춧돌만 남아있을 뿐 옛 절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미륵리절터는 고려 초 나그네들의 숙식을 제공하고 장터가 열렸던 역원이 있던 자리다.
하늘재로 불릴 만큼 험한 골짜기를 넘어야하는 나그네가 반드시 거쳐 가야 하는 곳이다. 목을 축일 수 있는 주막이 있었을 수도 있고, 말을 돌보는 시설이 있었을 수도 있다. 험난한 여정에 나선 나그네들은 여기서 잠시 머물고 미륵리사지 불상을 보며 자신의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물놀이와 시원한 소나무 숲에서 하룻밤 야영을 즐기며 수천 년 전의 태조 왕건과 마의태자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워보는 여름휴가는 어떨까?
월악산의 대표적인 먹을거리로는 산채비빔밥, 송어회, 능이버섯전골 등이 있다. 주변에는 충주호와 수안보온천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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