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특집Ⅲ 여름 울릉도] 걷기_도동~저동 해안산책로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만한 해안 절벽 길
4.4km에 2시간 30분 소요… 행남등대와 타워계단이 클라이맥스
- ▲ 행남등대 전망대에서 본 저동 앞바다. 오른쪽 뒤로 죽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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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도동~저동 해안산책로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걷기코스 두세 군데 안에 포함될 만한 코스다. 걷는 내내 입을 쩍쩍 벌리게 하는 풍경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나타난다.
해안산책로는 울릉도의 얼굴 같은 걷기 코스다. 포항이나 묵호에서 배를 타고 가면 닿는 곳이 울릉도 도동항인데, 해안산책로는 도동항여객선터미널에서 바로 시작된다. 울릉도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코스이며, 특유의 깎아지른 절벽 해안선을 가깝게 피부로 느끼며 걸을 수 있다.
도동~저동 해안산책로는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가인 도동리와 저동리를 잇는 해안길이다. 포항, 동해 묵호, 울진 후포에서 여객선이 닿는 곳은 도동이지만 저동이 더 크다. 현지 관광안내도에는 이 코스를 행남해안산책로와 촛대암해안산책로라 표기했다. 해안길 중간쯤에 행남등대가 있어 도동~행남등대까지 행남해안산책로라 한 것이고, 저동에 촛대바위가 있어 행남등대에서 저동까지 촛대암해안산책로라 한다.
울릉도 걷기코스는 제주올레처럼 유명한 곳은 없다. 아직 걷기코스 조성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울릉도의 걷기코스 중 가장 편의성이 뛰어나고 데크 설치가 잘된 곳이 이 해안길이다.
- ▲ 1 자갈해변에서 행남등대로 이어진 소나무숲길. 2 깔끔한 새 건물인 행남등대. 뒤로 돌아가면 경치 좋은 전망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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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길은 대부분 인공적인 설치를 해서 만든 것이다. 가파른 절벽이 해안을 이룬 이곳 특성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길을 내기가 어렵다. 바로 옆에서 파도가 치는 코스라 악천후에는 길이 통제된다. 실제로 통제된 해안산책로를 넘어간 사람 세 명이 모두 파도에 쓸려 사망한 사례가 있다.
행남등대는 도동에서 저동으로 가는 길의 절벽 꼭대기에 있다. 460m를 들어갔다 다시 나와야 해서 그냥 지나치는 이들도 있는데 이는 단팥빵의 팥이 든 부분만 버리고 먹는 것과 마찬가지다. 행남등대 전망대에서 본 저동항과 죽도는 쉽게 만날 수 없는 한국의 비경이기 때문이다.
행남등대를 나오면 도동으로 돌아가는 숲길을 만난다. 그러나 원점회귀의 편안함보다 진짜 울릉도 바다를 만나고 싶다면 저동으로 가는 것이 맞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울렁거리는 속이 가라앉기도 전에 해안산책로 안내판을 만난다. 계단을 올라가면 밑에서 안 보였던 해안 절벽길이 별천지처럼 나타난다. 바로 옆에서 밀려와 부서지는 동해바다 특유의 힘센 파도와 해안 따라 굽이굽이 이어진 길이 걷지 않고서는 못 배길 거라며 유혹한다. 바닷물은 투명한 진주빛깔이라 맑고 고급스럽다. 발리섬에 온 양 이국적인 물빛이다. 해안산책로는 콘크리트로 길을 닦고 다리를 놓았다. 섬 안으로 굴이 있는 곳은 다리를 이어 놓아 구경하기 안성맞춤이다.
350m 걸으면 해안선이 안으로 접어드는 골짜기가 나온다. 벽이 완만해지는 곳이라 식당이 있다. 길은 2~3m 폭으로 이어져 있어 대개 사람들은 일렬로 걷는다. 여기까지는 길이 완만했으나 이후로는 적당히 오르내림도 있는 코스다. 계단이 짧게 이어지다 다시 평평해지는 길이 대부분이라 힘들지는 않다. 뒤를 돌아보면 멀리 도동항과 쾌속여객선이 보인다. 해안은 그냥 깎아지른 절벽이 아니라 온갖 나무와 풀로 뒤덮여 있어 섬세하고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 ▲ 1 타워계단에서 본 해안산책로. 해안 절벽의 굴곡을 맛보며 걸을 수 있다. 2 저동항과 촛대바위. 대부분의 여객선이 도동항에 입항하지만 저동항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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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절벽의 굴곡을 따라 나 있어 굴 같은 통로를 지나기도 한다. 낙석이 잦은 곳은 주의 안내판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행남해안길이 내륙으로 꺾이는 곳에 자갈해변과 식당이 있다.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 소리가 너무 커 한참을 걸어도 계속 따라온다. 해안길에서 처음 만난 분위기 있는 숲길이 덕분에 얼른 지나고픈 길이 되었다.
갈림길에서 등대 쪽으로 향한다. 오랜만에 나온 오르막을 올라서니 새로 지은 깔끔한 건물에 하얀 등대가 있다. 아래층엔 화장실이 있고 건물 뒤로 돌아가니 절벽 위 전망대다. 도동~저동 걷기길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좋을 시원한 경치가 펼쳐진다. 저동으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해벽, 홀로 솟은 촛대바위, 옹기종기 자리잡은 저동의 지붕과 이들을 지키는 저동항의 방파제, 거북이 등처럼 떠있는 죽도가 단정하게 자기 영역을 메우고 있다. 건물 안에는 작은 등대 홍보관이 있다.
다시 숲으로 돌아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도동으로 돌아가는 숲길이고 오른쪽은 저동으로 이어진 해안길이다.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두 번째 전망대는 타워계단이다. 절벽 꼭대기에서 아래로 이어진 원형 계단인데 촛대바위로 이어진 해안선이 한눈에 든다. 발아래엔 코발트빛으로 빛나는 이국적인 바다다. 난간에 기대어 바라보면 고도감이 제법 세다. 계단을 내려서면 순식간에 고도 50m를 내리게 된다.
- ▲ 도동항에서 행남등대로 이어진 해안산책로. 동해의 거친 파도를 가까이서 느끼며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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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맛이 나는 해안길이 끝날 즈음 벽에 난 구멍을 만난다. 의아하게도 구멍 아래엔 콘크리트로 담을 쌓아 올렸다. 울릉산악연맹 김두한 회장은 예부터 이 구멍에 바닷물이 넘쳐서 들어오면 울릉도 여자들이 바람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파도가 거세질 때 바닷물이 넘치는 걸 막기 위해 단을 쌓았다고 한다. 그는 “농담이 아니라 파도가 구멍을 넘을 정도면 고기잡이배가 풍랑에 쓸려 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과부가 된 여인들이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구멍이 뚫린 담을 돌면 저동항과 촛대바위가 끝났음을 알린다. 촛대바위는 방파제를 따라 가면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촛대바위엔 전설이 있다. 옛날 노인이 딸과 함께 살았는데 하루는 조업을 나간 노인의 배가 풍랑을 맞아 돌아오지 않았다. 노인은 돌아왔으나 바다를 보며 기다리던 딸은 바위가 되어 있었다.
도동과 저동을 잇는 해안산책코스의 거리는 4.4km이며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이정표가 충분해 길찾기는 어렵지 않으며 정비가 잘 돼 있어 위험한 데는 없다. 파도가 높을 땐 출입을 삼가야 한다. 울릉도 동쪽 해안길이라 오전과 한낮에는 땡볕에 노출되므로 모자를 준비하고 물을 충분히 가져가야 한다. 도동에서 시작해 저동 방향으로 가는 것이 나은데 풍경을 감상하기 좋고 여름에 오르기 부담스런 타워 계단을 내려갈 수 있어서다. 스틱 같은 전문 산행장비가 필요 없는 부담 적은 코스다.
교통 도동과 저동은 울릉도에서 가장 번화가에 속하는 곳이다.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항구가 있으며 3km에 차로 10분 거리다. 저동에서 도동으로 돌아갈 경우 버스를 이용한다. 도동~저동~봉래폭포를 잇는 버스가 07:00부터 19:30까지 1일 18회 운행한다.
- ▲ 저동의 어택캠프 게스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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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식 강릉에서 여객선이 들어오는 저동항에는 어택캠프 게스트하우스(011-276-0428)가 있다. 도봉산에서 어택캠프 장비점을 운영했던 산악인 조중호씨가 주인장이며 혜초트레킹 울릉 지사장을 겸하고 있다. 게스트 하우스는 조중호씨가 원목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하여 2층 침대 형식으로 깔끔하게 꾸몄다. 1박 1만5,000원, 대학생 1만 원, 4인실은 8만 원으로 저렴하다. 페이스북(attack camp)을 운영한다.
- ▲ 여름 별미인 가야밀면
- 음식 저동우체국 앞 가야밀면식당(054-791-8998)이 괜찮다. 부산 음식인 밀면(6,000원)을 맛있게 하는 집으로 삼계탕(1만2,000원)도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