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가 서말' 가을전어의 비밀, 며느리는 알까
[제철, 우리맛] 전어
봄보다 3배 이상 많은 지방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의 비결, 단맛·감칠맛 증폭시키기도…
가을 전어 참맛 즐기려면 2년생·15㎝ 이상 골라야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다. 시집살이가 오죽 매웠으면 도망갈 생각까지 했을까. 이런 '독한' 마음을 먹은 며느리마저 발걸음을 돌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가을 전어 굽는 냄새'의 위력은 얼마나 대단하고, 그 과학적 실체는 무엇일까.
전어는 겨울을 앞두고 몸에 기름이 잔뜩 오른다. 전어의 주요 어장 중 하나인 전남 광양 망덕리 어촌계장 이용호씨는 "월동 준비를 위해 몸에 기름을 비축하는 것 같다"고 했다. 수십 년 경력 어부의 체험은 수치로 입증된다. 가을 전어의 가식(可食)부위(먹을 수 있는 부위) 100g당 지방은 10.0g이다. 봄에는 지방이 3.0g. 가을이 봄보다 세 배 이상 더 많다(조영제, '생선회학').
지방은 그 자체로는 무미(無味)·무취(無臭)하다. 하지만 지방은 단맛, 감칠맛 등 다른 맛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고기건 고기건 지방이 오르면 맛이 더 진하고 깊게 느껴지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지방은 또 살코기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사철 나는 전어 중에서도 연중 지방이 가장 많은 '가을 전어'가 제일 맛있다. 자연히 그 가을 전어를 구울 때 몸통에서 뚝뚝 떨어지는 기름이 뿜어내는 연기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소함 그 자체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가을 전어가 집 나간 며느리까지 돌아오게 만드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전어를 굽는 시간, 즉 고소한 냄새를 피우는 시간의 정도다. 지방은 살코기에 비해 열전도율이 낮다. 따라서 같은 전어라도 지방 함류량이 더 많은 것을 구울 때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그만큼 고소한 냄새도 더 오래, 더 많이 피우게 되는 것이다.
전어는 옆으로 납작하면서 전체적으로 동그스름하고 날렵한 모양새다. 전어를 한자로 표기할 때 흔히 돈 전(錢)자를 쓴다. 하지만 조선 후기 해양식물학자 정약전은 '현산어보'에 전어의 생김새를 보고서 화살 전(箭)자를 써 '전어(箭魚)'라고 적고 "기름이 많고 맛이 달다"고 기록했다. 그러고 보면 진짜 화살촉처럼 생긴 것도 같다.
- ▲ 집 나간 며느리 발걸음도 돌린다는 전어 구이(앞)와 초고추장에 매콤새콤하게 무친 전어회. /김승완 영상미디어 기자 wanfoto@chosun.com
조선 중종 때 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與地勝覽)'은 충청도·경상도·전라도·함경도에서 전어가 난다고 했다. 요즘도 한반도 연안해에서 고루 잡히나 서남해안에 특히 많이 분포한다. 여름은 먼바다에서 나고 가을부터 봄까지 뭍 근처 얕은 바다에서 지낸다.
전어는 예로부터 한민족이 즐겨 먹은 생선이다. 장사치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 등 큰 도시까지 가서 팔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맛도 좋지만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부위가 없다. 구운 전어의 대가리를 꼭꼭 씹어 먹으면 고소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머리는 깨가 서말'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먹고 나면 입술이 기름으로 번질거린다. 밤톨처럼 생겼다 하여 '밤젓'이라고 부르는 전어 창자는 젓갈을 담가 먹는데 이 역시 별미다.
최대 수명이 7년인 전어는 크기가 만 1살 때 11㎝, 2살 16㎝, 3살 18㎝, 4살 20㎝ 정도. 최대 26㎝까지 자란다.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제대로 맛보려면 적어도 2년생 이상, 적어도 15㎝ 이상을 골라야 한다. 크기에 따라 지방 함량 차이가 크다.〈표 참조〉 또 작은 전어는 양식산일 가능성이 높다. 생선 양식은 오래 하면 채산성이 떨어져 대개 1년을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전어는 뼈째 썰어서 씹는 맛을 즐기는 뼈회(세꼬시회)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15㎝ 안팎이 적당하다. 구이용으로는 그 이상이 지방 함량이 높아 더 맛있다. 20㎝ 이상 큰 전어를 흔히 '떡전어'라고 한다. 떡전어도 회로 먹는데, 이때는 뼈를 발라내고 뜬다.
요즘은 큰 배로 먼바다에 나가 잡아오는 전어가 많지만,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내만(內灣)이나 하구 기수역(汽水域)에서 잡은 전어가 더 낫다. 전남 광양 망덕리 근처가 그런 기수역이다. 망덕리 어촌계장 이용호씨는 "요즘 전어도 기름이 잘 올랐지만 10월이 되면 절정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전어 시세가 도매가 1㎏당 1만2000원, 소매가 1만5000원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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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는 가을 전어.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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