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세와 이별한다'는 뜻을 지닌 속리산(俗離山·1057.7m)은 두 말할 필요 없는 명산이다. 과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 대부분의 중학교에서 수학여행을 법주사와 문장대로 떠났을 만큼, 현재 40대 이상의 중장년층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 본 산이기도 하다. 비록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있어 부산 울산 경남에서는 그만큼 멀게 느껴지지만 유년기의 아련한 추억이 머물고 있기에 다른 산에 비해 친숙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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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적 암릉산행지 중 하나로 손꼽히는 속리산 묘봉 정상에 오르면 충북알프스라고 불리는 내륙의 명산들이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진다. 취재팀이 묘봉 정상에서 상학봉 비로봉 등 지나온 서쪽 능선 암봉들을 살펴보고 있다. |
사실 상학봉과 묘봉을 잇는 구간은 속리산 뿐 아니라 전국의 명산들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히는 암봉 코스다. 길이 험한 만큼 산행의 재미와 빼어난 조망을 원 없이 즐길 수 있어 산꾼들에게 인기가 높다. 게다가 은빛 화강암 바위와 울긋불긋한 단풍잎이 어우러지는 가을철의 묘봉은 진경산수화의 진수를 옮겨놓은 듯한 선경(仙景)을 자랑하기 때문에 특히 단풍산행과 암릉산행을 함께 할 수 있는 코스다. 아직 초록이 덜 지쳐 단풍은 이르지만 곧 붉게 물들테다. 다만 간간히 위험구간을 만나기 때문에 산행 입문 초보자의 경우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비 올 때나 겨울철에도 피하는 것이 좋다.
■ 속리산국립공원 서북능 10.5㎞, 6시간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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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봉 코스는 유달리 로프구간이 많다. |
음식점인 '묘봉두부마을' 앞에서 남쪽으로 병풍처럼 둘러 선 묘봉~상학봉~비로봉 줄기와 산행 안내판을 번갈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차례 한 후 운흥1리 마을회관 쪽 골목길로 들어선다. 회관을 지나면 정식 속리산국립공원 안내도가 있다. 다시한번 묘봉~상학봉 능선을 바라본 후 개울을 따라 골짜기 안으로 진행한다. 10분 후 첫번째 이정표. 문장대 9.1㎞ 묘봉 4.2㎞ 상학봉 3.9㎞를 가리킨다. 다시 5분쯤 가면 주의해야 할 두 번째 이정표다. 우측으로 '상학봉 2.9㎞'를 표시하고 있다. 암릉 위험 경고 문구도 보인다. 직진하면 토끼봉 방향이지만 위험하기 때문에 국립공원사무소 측에서 우측 방향으로 오르도록 유도하고 있다. 취재팀 역시 이정표가 가리키는 우측으로 길을 잡는다. 서서히 한적한 숲길의 분위기가 완연해 지면서 어느새 깊은 산중의 풍취가 물씬하다.
■ 기묘한 바위 즐비… 한국 대표 암릉산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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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기암 중 하나인 스핑크스 바위. |
살짝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을 타면 5분 후 '상학봉 1.3㎞' 이정표를 지나고, 로프를 잡은 채 비스듬한 암벽을 오른다. 앞으로 줄기차게 나타나게 될 로프와의 조우다. 그런데 로프 마디 사이에 장력 약한 스프링이 함께 장착돼 있고 철사도 연결돼 있어 자칫하면 손을 다칠 위험이 크다. 무슨 이유로 스프링과 철사를 장착해 놓은 것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로프를 잡고 오르면 널찍한 마당바위 위다. 이곳 역시 조망만큼은 기가 막히다. 다시 로프를 잡고 내려서서 좀 더 진행하면 암봉 앞에서 좌우로 길이 갈린다. 왼쪽은 암봉으로 오르는 길이고 우측은 우회로다. 왼쪽 길을 택해 암봉으로 오르면 상모봉(772m)이다. 정상석은 없다. 전방 왼쪽으로 토끼봉 능선 암릉이 눈앞에 펼쳐진다.
■ 바위굴만 5개 산행 재미 듬뿍… 조망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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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과 암릉이 어우러진 묘봉은 비경 중에 비경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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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우 산행대장이 절벽 위 개구멍을 통과하고 있다. |
■ 암벽 로프구간 많아 산행 안전 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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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닭의 볏인가, 용의 등뼈인가. 들머리인 운흥1리에서 보면 묘봉 암릉의 울퉁불퉁한 골격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
스핑크스를 닮은 기묘한 형상의 바위를 지나 내려선 후 다시 로프구간을 만나는데, 전체 코스에서 만난 것 중 가장 긴 로프다. 2단으로 이어져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0분 후 또 하나의 개구멍을 지난 후 사다리와 로프구간을 잇따라 통과한다. 오르내림의 연속이다. 개구멍에서 25분 가량 가면 비로소 '암릉(해발 860)' 표지석과 '묘봉 0.3㎞'가 표시된 곳에 닿는다. 살짝 넘어서서 사다리를 통과하고 왼쪽 우회로를 타고 올라 뿅뿅다리를 건너 오르면 마침내 해발 874.0m인 묘봉 정상이다. 충북 청주대학교 출신인 고(故) 고상돈 산악인을 추모하는 나무기둥이 반겨준다. 서쪽으로는 상학봉을 포함한 지난 암봉들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도명산 낙영산 등의 명산들이, 또 동쪽으로는 관음봉과 문장대,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속리산 주능선이 파노라마를 이룬다.
이정표 상 '관음봉 3.3㎞' 방향으로 로프를 잡고 살짝 내려서자마자 왼쪽으로 꺾어 10여 분 가면 북가치고개 사거리에 닿는다. 우측 길은 관음봉 문장대로 이어지는 능선이지만 '위험구간 폐쇄' 안내판이 보란듯이 서 있다. 고개를 넘어 직진, 계곡을 따라 내려서는 길은 순하디 순한 길이다. 20분 후 '묘봉 두부마을' 갈림길이 나오지만 직진해서 내려간다. 다시 20여분 걸으면 미타사 입구 임도에 닿고 이후 날머리인 운흥2리에 있는 화북면서부출장소까지는 임도를 따라 15분만 걸으면 된다.
◆ 떠나기 전에
- 속리산 묘봉 암릉은 9000만 살 어르신
기기묘묘(奇奇妙妙)한 바위들과 암봉이 수없이 늘어 선 속리산 묘봉 산행을 하다가 문득 언젠가 읽었던 책 한 권이 생각났다. 국제신문 부설 부산과학연구소 손동운 소장이 본지 생활과학부 기자 시절 부산지역 지리학 및 지질학 교수단과 함께 발로 쓴 '우리 산, 땅의 자취 답사기…산에도 역사가 있다(부산대출판부)'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속리산 문장대는 마그마가 지하 수㎞에서 서서히 굳어진 화강암이며 방사성 연대측정 결과 그 나이가 대략 9000만 살에 이른다.
묘봉 역시 문장대가 속한 속리산 능선에 위치한 점으로 미뤄 나이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부산 금정산(약6500만~8000만 살)보다는 '형님'인 셈이고 월악산(9000만~1억 살), 인수봉 만경대 백운대 등 3개의 거대 암봉을 지닌 탓에 옛부터 삼각산이라고 불린 북한산(1억3000만~1억8000만살)에 비해서는 '동생'인 셈이다. 억겁의 세월을 거친 이 땅의 산과 바위를 두고 고작 100살쯤 살까 말까한 인간이 이기려 한다는 것부터가 분수를 잊은 행동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산에서 겸손해야 할 또 다른 이유인 셈이다.
◆ 교통편
- 자가용 이용해 속리산IC에서 내려야
대중교통 이용시 당일 산행이 힘들 정도로 부산에서는 거리가 먼 편이다. 따라서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3시간 쯤 걸린다.
우선 대구·부산고속도로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 김천분기점까지 간다.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옮겨탄 후 낙동분기점에서 다시 당진상주고속도로를 이용한다. 당진 방면으로 45㎞쯤 가서 만나는 속리산IC에서 내린 후 상장교차로에서 속리산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5.2㎞쯤 간 후 말티교차로에서 보은 방면으로 좌회전 한 후 2.5㎞지점 보은교차로에서 우회전 국도 19호선을 타고 괴산 미원 방면으로 간다. 4.7㎞가량 이동, 봉계1교차로에서 국도19호선을 버리고 우측으로 빠져나가 내북 산외 방면으로 향한다. 575번 지방도다. 원평삼거리에서 우측 길로 직진, 충북알프스자연휴양림 방향으로 계속 가면 활목고개를 넘어 운흥1리 묘봉 두부마을 음식점 앞에 닿는다. 주차는 식당 주변이나 마을회관 인근에 할 수 있다. 산행 후 차량회수를 위해서는 20분 정도 걸어야 한다.
문의=생활레저부 (051)500-5169, 이창우 개척단장 010-3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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