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동맥 박리, 고혈압이 주원인…등과 가슴쪽 극심한 통증 동반, 급성땐 인조혈관 삽입해줘야
격렬한 사랑 뒤에 이별을 하거나, 내 몸 같았던 가족을 여의게 되면 흔히들 '가슴앓이를 심하게 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겼다'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이 때의 상처란 정신적인 것이어서 시간이 지나면 대개는 저절로 해결이 되게 마련. 진부한 말마따나 이른바 '세월이 약'이다. 그러나 만약 가슴 통증이 육체적인 것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상처가 아물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심하면 목숨까지 잃게 되는 까닭이다.
■가슴이 아프면 병을 의심하라

일상 생활 중 가슴 부위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면 돌연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강덕철 기자 kangdc@kookje.co.kr
일반인들은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면 심장병이 아닌가라는 걱정을 많이 한다. 통상 가슴이라 일컫어지는 부위는 많은 장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심장을 비롯해 대동맥, 식도, 폐, 늑막, 심낭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따라서 흉통은 비단 심장뿐만 아니라 이런 장기들의 이상에 의해 발생하게 된다.
흉통은 크게 심혈관질환과 비심혈관질환으로 나뉘어진다. 심혈관질환은 원인 장기에 따라 심장질환과 대동맥질환으로 구분된다. 허혈성 심장질환(협심증, 심근경색)이나 심장판막질환, 급성 심낭염, 심근병증 등이 심혈관질환에 속한다. 대동맥 박리나 대동맥 혈종, 대동맥류 등은 대동맥질환에 포함된다. 비심장혈관질환으로는 식도질환, 흉곽질환, 소화기질환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 허혈성 심장질환과 대동맥 박리증은 돌연사(심장급사)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발생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
허혈성 심장질환 중 협심증은 동맥경화 때문에 관상동맥(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이 좁아져 피가 잘 흐르지 못하게 되면서 심장 근육에 산소부족 현상이 발생,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이 오는 증상이다. 관상동맥이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을 말한다. 이 혈관이 좁아지면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심근경색은 관상동맥이 혈전(피떡)으로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의 괴사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심장급사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협심증이 불러오는 통증은 다양하다. 주로 앞가슴의 중앙부분에서 흉통이 느껴지는데 때로는 왼쪽 팔 안쪽부분에서도 아픔이 감지되기도 한다. 통증은 차가운 날씨나 음주 전후, 빨리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찾아온다. 3~5분가량 통증이 지속되다가 안정을 취하면 1~5분 내로 사라지는 까닭에 괜찮겠지 하고 쉽게 넘어가는 수가 많다. 심근경색은 아픔의 정도가 협심증보다 심하다. 통증이 10~30분 정도 지속되고 안정된 상태가 되더라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고 종종 호흡곤란이 동반된다.
대동맥질환의 대표적인 것은 대동맥 박리다. 대동맥의 내막층과 바깥층이 분리돼 아래 위로 길게 찢어지는 것을 말한다. 참기 힘든 통증이 앞가슴과 등쪽 날개뼈(견갑골) 사이, 또는 배 위쪽에서 느껴지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통증은 발생 즈음에 가장 극심하고, 수시간 이상 이어진다. 이 병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고혈압 병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예방이 비극을 막는다

허혈성 심장질환은 내·외과적 방법을 동원해 치료를 한다. 관상동맥 확장, 혈전 용해, 혈압과 심장을 안정시키는 약물을 사용하는 약물치료와 관상동맥 성형술이 내과적 치료의 근간을 이룬다. 관상동맥 성형 때는 길고 가느다란 관을 손목동맥이나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관상동맥까지 집어 넣은 뒤 끝에 달린 풍선이나 그물망(스텐트)을 확장시키는 식으로 진행된다.
외과적 치료로는 관상동맥 우회수술이 주로 쓰인다. 환자의 몸에서 동맥이나 정맥을 일부 떼어내 혈류가 막힌 관상동맥에 다른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수도관이 막히면 옆으로 다른 수도관을 연결해 물이 흐르도록 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우회 혈관은 우리 몸에서 일부가 떨어져 나가도 별 문제가 없는 가슴 속 동맥이나 팔 동맥, 다리 정맥 등이 사용한다. 수술 때는 인공 심폐기를 이용해 심장 박동을 정지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우회 혈관을 연결하는 방법(무심폐기하 관상동맥우회술)도 자주 동원된다.
대동맥 박리에도 역시 내·외과 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 환자의 상태가 합병증이 없는 급성 하행 대동맥 박리나 만성 대동맥 박리라면 약물을 통해 통증과 혈압을 조절해 찢어진 대동맥 내막을 안정시키는 내과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하지만 급성 및 만성 상행 대동맥박리 때는 외과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대동맥 내막이 찢어진 부위를 잘라내고 인조혈관으로 교체하는 인조혈관 삽입술과 그물망이 부착된 인조혈관(스텐트-그래프트)을 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대동맥 안쪽에 삽입하는 인조혈관 삽입술 등이 있다.
심혈관 질환은 무서운 병이다. 심근경색의 경우 일단 발생하면 40% 정도가 급사를 하고, 대동맥 박리증도 수술 사망률이 10~30%나 된다. 수술 대상임에도 수술을 받지 않으면 2주 이내에 80%가량이 죽음에 이른다. 따라서 생활습관 및 식단 개선, 만성질환 관리, 적절한 운동 등 관상동맥이나 대동맥의 동맥경화를 막기 위한 예방이 아주 중요하다.
도움말=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