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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가장 위험하다는… 눈 쌓인 설악의 유혹

호젓한오솔길 2011. 12. 12. 08:19

 

연중 가장 위험하다는… 눈 쌓인 설악의 유혹

 

 

 

설악산 겨울 산행

 

눈(雪)이 내리면 더 아름다운 설악산. 눈 쌓인 하얀 산등선은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비경이지만, 겨울 산행은 어느 때보다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 영상미디어

 

설악산은 겨울이 아름다운 산이다. 특히 눈이 쌓여 하얗게 변한 산줄기는 말 그대로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설악산은 설봉산·설산·설화산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언제나 '눈 설(雪)' 자를 늘 첫머리에 둔다. 그만큼 겨울 풍광이 멋지다는 말이다. 설악산은 얼마 전 폭설로 근사한 옷을 갈아입었다.

눈 쌓인 설악산은 연중 가장 위험하다.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비경이 펼쳐지며 사람들의 눈과 가슴을 놀라게 한다.

눈 덮인 설악산은 등산로 상태와 산행 소요시간 등이 다른 계절과 크게 달라진다. 여름에는 뚜렷하게 보이던 갈림길도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불면 발자국도 감쪽같이 사라져 길이 헷갈릴 수 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해가 짧아 산행시간에 여유가 없다. 눈 쌓인 설악산은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겨울 설악산은 크게 당일과 1박2일 일정으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일 코스로는 ▲장수대~12선녀탕 ▲한계령~귀청봉~장수대 ▲흘림골~등선대 코스 ▲오색~대청봉 왕복 ▲마등령 동서횡단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1박2일 코스는 보통 대청봉을 포함시키는데, ▲설악동→비선대→공룡릉→희운각대피소→대청봉→오색 ▲한계령→서북릉→중청대피소→천불동→설악동 ▲오색→대청봉→구곡담→백담사 코스를 많이 선택한다.

1박2일 코스도 서두르면 당일에 마칠 수 있다. 하지만 겨울철 산악지대는 오후 5시가 되면 어두워지기 시작해 순식간에 주변이 깜깜해진다. 체력이 약하고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아무래도 무리다. 이런 계절적 환경을 생각할 때, 겨울 설악산 산행은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 2박3일 정도로 일정을 잡는 것이 무난하다.

◇비선대~천불동~대청봉 코스

웅장한 설악산 계곡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대표적 코스다. 바위 봉우리로 둘러싸인 천불동(千佛洞)계곡은 풍광이 수려하고 대청봉 접근성이 좋아 설악산의 많은 계곡 가운데 가장 먼저 개발됐다. 계곡 초입의 와선대와 비선대를 비롯해 문수담·이호담·귀면암·오련폭포·양폭·천당폭 등 수많은 비경이 숨어 있다. 또한 토막골·설악골·잦은바위골 등 수려한 곁가지 계곡이 연달아 이어지며 웅장함을 더한다.

천불동계곡은 설악산에서 이용 빈도가 가장 높은 산길로 많은 이들이 몰리는 인기 코스다. 외설악에서 내설악이나 남설악으로 넘어갈 때, 혹은 그 반대로 대청봉 주능선을 넘어 외설악으로 내려가는 이들에게 이 계곡길이 아주 유용하다.

철다리와 계단이 없을 때, 천불동계곡은 전문 등반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운 매우 험한 골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물을 건너거나 가파른 구간에 안전시설물이 완비되어 편안하게 산행이 가능하다. 그래도 여전히 좁고 가파른 곳이 많아 등산객이 한꺼번에 몰리면 병목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설악동 소공원에서 도로를 따라 40분쯤 걸어가면 와선대를 지나 비선대에 닿는다. 본격적인 천불동계곡의 시작 지점인 비선대 주변은 위압적인 바위 봉우리들이 사방으로 둘러싸고 있어 경관이 웅장하다. 비선대 앞의 철다리를 건너면 길은 둘로 나뉜다. 오른쪽은 금강굴 입구를 거쳐 마등령으로 이어지고, 천불동계곡 길은 왼쪽으로 뻗어 있다. 곧이어 토막골과 설악골, 잦은바위골 입구를 지나며 상류로 오른다. 도중에 계곡 안에 자리한 문수담과 이호담을 구경할 수 있다.

병풍암을 거쳐 좁은 골짜기를 통과해 귀면암 안부로 올라선 뒤, 계곡 바닥으로 내려섰다가 왼쪽 산사면을 타고 오른다.

칠선골과 용소골 입구를 지나, 와폭 5개가 연이어져 있는 오련폭 오른쪽 사면의 철다리를 통과하면 양폭대피소가 나타난다. 이곳을 지나 양폭과 천당폭 사이의 아름다운 협곡을 감상하면서 올라선다.

천당폭을 지나면 계곡 풍광은 평범해진다. 죽음의계곡 갈림길부터 돌계단을 타고 무너미고개로 오른다. 고갯마루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희운각대피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소청까지는 계단이 많은 가파른 능선이 기다리고 있다. 이 구간에서 외설악 일원의 멋진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소청에서 중청봉 왼쪽 사면길로 중청대피소까지 이동하고, 대피소에서 대청까지는 능선에 길이 나있다. 소공원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4시간 30분, 희운각에서 대청봉까지 2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오색~대청~백담사 코스

대피소에서 머무는 1박2일 산행으로 무난하다. 오색~대청 구간은 대청봉에 오르는 최단거리 코스로, 설악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 중 하나다. 해발고도 차 1200m에 등반시간이 3~4시간 걸리는 오르막 일변도의 코스다. 하지만 이곳은 남사면에 위치해 겨울철에는 구곡담이나 천불동 길에 비해 눈이 빨리 녹는다는 장점이 있다.

산행은 오색 탐방안내소 옆의 문을 통과하며 시작한다. 계곡을 따라 잠시 나아간 뒤 계곡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산길은 우측으로 이어진다. 목제 데크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길은 곧 계곡과 멀어져 능선 사면으로 연결된다. 이제 그 악명 높은 오색 급경사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30분쯤 급경사 구간을 지나면 경사가 다소 누그러진다.

완경사의 산릉을 따라 오르면 쉼터가 나온다. 이후 잠시 내려선 뒤, 산비탈을 가로지르면 설악폭포가 걸쳐진 계곡이다. 계곡을 건너는 곳에 긴 목제 다리가 있다. 다리 건너 지능선 자락을 넘으면 다시 계곡 지류에 걸쳐진 다리를 건넌다. 이렇듯 대청을 오를 때까지 모두 세 번 계곡을 건너게 된다.

대청봉 정상 직전의 산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정상으로 오르며 오른쪽 멀리 대청봉 동사면과 화채봉 능선이 펼쳐진다. 시야가 터지는 곳을 지나면 곧이어 대청봉 정상 비석이 나타난다. 바람 부는 대청봉 정상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춥다. 대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10분 거리의 내리막길이다.

중청대피소에서 출발해 정상에 공 모양의 시설물들이 있는 중청봉 동쪽 사면을 가로지른 이후 소청봉의 갈림목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봉정암 방향으로 내려선 뒤 숲길을 지나면 소청대피소다. 계속해 능선길을 따르다 보면 우측 아래로 봉정암이 보인다. 이곳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5대 적멸보궁의 하나다.

봉정암에서 구곡담계곡으로 내려선 이후 얼마간은 설악산 계곡 특유의 심산유곡에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러다 쌍용폭포 부근에서 목재 데크가 시작된다. 계곡을 빠져나와 수렴동대피소를 지나면 길은 한결 넓고 평평해져 속도가 빨라진다. 백담탐방안내소를 거쳐 백담사까지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백담사부터 용대리 시설지구까지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다. 백담사에서 탐방안내소 앞까지 구간은 평소 마을버스가 운행되지만 겨울에는 모든 차량의 출입이 통제된다. 이 구간까지 합할 경우 오색~대청~용대리 코스의 총 산행거리는 25km나 된다. 이 코스는 중청이나 소청대피소에서 하루 묵는 1박2일 산행이 무난하다.


 

◇숙식

설악산 일원에는 여관과 민박집이 많다. 하지만 겨울철 비수기에는 난방 상태를 확인한 뒤 입실하는 것이 좋다. 숙박업소 정보는 설악동 인근은 설악타운(seoraktown.com), 속초시 일원은 속초투어닷컴(sokchotour.com) 참조.

설악산을 찾는 등산인들에게 속초가 뒤풀이 장소로 인기다. 그중 설악동 입구 부근의 대포항과 물치나 동명항 부근은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회타운이다. 동명항 맨 뒤에 위치한 동명활어센터는 유리창 너머로 설악산이나 동해를 전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