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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의 겨울 눈꽃 천지 雪國

호젓한오솔길 2011. 12. 18. 21:36

 

치악산의 겨울 눈꽃 천지 雪國

 

 

12월의 산 ―치악산 남대봉

‘전설의 산’치악은 겨울이면 하얀 눈으로 꽃 단장하고 산객들을 불러들인다./정정현 영상미디어 기자 rockart@chosun.com

강원도 원주와 횡성을 가로지르며 장벽처럼 뻗어 있는 치악산(1288m)은 가을산이자 겨울산이다. 원래 이름은 적악산(赤岳山)이었다. 그만큼 이 산은 가을이면 단풍빛이 곱다. 그러다 꿩 세 마리가 죽음을 무릅쓰고 상원사 종을 울림으로써 은혜를 갚았다는 꿩의 보은설화로 인해 이름이 치악산(雉岳山)으로 바뀌었다 전한다.

치악산은 겨울이면 설국(雪國)으로 변모한다. 강원도 땅에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이튿날 아침 치악산릉은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아도 하얗게 빛나고, 그 유혹에 이끌려 산 안으로 들어서면 나뭇가지마다 봉우리마다 하얀 꽃을 피워놓고 감동케 한다.

원주 토박이 등산인 구찬옥(여·47·치악산구조대 대원)씨가 추천한 치악산 최고의 눈꽃 명소는 정상인 비로봉(毘盧峰)이 아닌 남대봉(南臺峰·1181.5m)이었다. 구씨는 "치악산맥 남단의 남대봉은 겨울이면 아침마다 설화가 만발한다"고 일러 주었다.

금대분소를 지나 금대계곡 길로 접어들자 차가운 기운이 엄습한다. 사뭇 황량한 분위기의 계곡은 된비알 포장도로로 접어들면서 오히려 풍광이 나아지고, 바위 협곡 따라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 즈음 천년 사찰 영원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영원사를 지나 영원골로 접어드는 순간 깊은 풍광이 산객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여름보다 짙은 옥빛을 띤 계류가 콸콸대며 흐르는 바위협곡과 소(沼)가 반복되고, 덕유산 칠연폭포와 견줄 만큼 빼어난 와폭이 나타나 감탄케 한다.

금대계곡에 접어든 이후 내내 지속되던 누런 빛깔 늦가을 산은 영월골 명소인 아들바위를 지나면서 점차 겨울산으로 풍광이 바뀌어 가고, 허연 입김을 뿜어대며 된비알 산길 따라 오르면 오를수록 눈은 더욱 깊어지고 바람은 더더욱 차가워져 겨울산 깊숙이 들어섬을 깨닫는다.

휙 불어대는 바람에 놀라 고개 숙인 채 고갯마루에 올라서자 갈림목. 왼쪽 능선길은 남대봉 직등로요, 능선 너머 허릿길은 상원사 가는 길이다.

남대봉 정상을 오르는 등산인들./정정현 영상미디어 기자 rockart@chosun.com

눈꽃의 유혹을 뿌리치고 산허리를 휘감는 산길 따라 상원사에 올라서자 치악산 최고 조망을 자랑하는 산사답게 멋진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남대봉에서 동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또 하나의 산군을 이룬 채 하늘을 떠받들고 있고 그 한가운데 매봉산(1095m) 정상은 코발트빛 하늘을 터트리려는지 뾰족 솟구쳐 있다.

상원사는 꿩의 보은(報恩) 전설로 유명하다. 과거길 떠난 선비가 우연히 들어선 외딴 민가에서 구렁이가 꿩을 휘감고 있던 모습을 보고 구렁이를 죽이고 꿩을 살려줬다.

깜빡 잠이 든 사이 암구렁이가 나타나 몸을 감고 "내 남편을 죽인 죄가 괘씸하지만 다음날 새벽 해가 뜰 때까지 절에서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고 했다. 이러자 꿩 세 마리가 밤하늘을 날아 죽음을 무릅쓰고 머리로 부딪쳐 종을 울림으로써 선비를 살려냈다는 것이다. 이 얘기가 아니더라도 상원사는 조망만으로도 감동케 했다.

멋들어진 조망과 꿩의 보은 설화에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된비알 눈밭 길을 올려쳐 전나무숲을 가로지르고 펑퍼짐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자 남대봉 정상 아래 널찍한 헬기장. 새벽녘 날씨가 포근해지는 바람에 기대했던 멋진 눈꽃은 마주하지 못했으나 그곳에 또 다른 꽃이 환하게 피어 있었다. 초로의 산객들은 저마다 눈밭에 자리를 펴고 앉아 환한 웃음꽃을 피운 채 전설의 산 치악산에서 겨울 풍광을 만끽하고 있었다.

★산행 길잡이

금대계곡~영원사~영원골~상원사~남대봉 코스는 구룡사나 황골 코스에 비해 찾는 이가 많지 않아 호젓한 겨울 산행을 누릴 수 있는 코스다. 원주와 신림을 잇는 5번 국도변에서 금대분소까지 약 2.5km 구간은 차로 들어갈 수 있으며, 본격적인 산행은 분소에서 2.4㎞ 떨어진 영원사 주차장에서 영원골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능선 마루를 한 시간쯤 앞두고 산길이 가팔라지고 빙판을 이룬 구간이 자주 나타나므로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

능선 마루 갈림목에서 능선길 따라 1.1㎞를 오르면 남대봉 정상이고, 능선 너머 허리길을 500m쯤 따르면 상원사에 닿는다. 상원사 직전 갈림목에서 왼쪽 산길을 따르면 남대봉 정상으로 올라선다. 산행시간은 금대분소 기점 등행 3시간30분, 하행 2시간30분. 난이도 별 5개 기준 5개, 봄·여름·가을에는 3개.

겨울 치악산은 눈도 많고 바람도 심하게 부는 산이다. 보온방풍의류를 착용토록 하고, 아이젠과 등산용 폴을 지참하도록 한다. 치악산국립공원 산행문의 본소(구룡탐방지원센터) (033)732-5231, 금대분소 (033)763-5232. 무료 스마트폰용 ‘국립공원 산행정보’ 앱을 통해 코스, 날씨, 주변안내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행수첩

대중교통 원주역 앞 버스정류소나 중앙시장 버스정류소에서 20, 21, 23, 25번 태창운수 또는 동신운수 시내버스 이용. 약 30분, 1200원. 태창운수 (033)734-9680.
성남에서 원주시내 방면 시내버스는 08:20, 10:20, 13:50, 16:50, 20:00 출발.
자가용 서울: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원주IC→5번 국도(신림 방면)→금대계곡 입구→금대분소
부산·대구: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신림IC→5번 국도(원주 방면)→치악재→금대계곡 입구→금대분소
대전·광주(호남고속도로 경유):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남원주IC→5번 국도(신림 방면)→금대계곡 입구→좌회전→2.5㎞→금대분소
숙식
금대분소 입구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인 치악산자연휴양림에는 치악산이 마주보이는 쾌적한 산사면에 4인용·10인용 산막과 6인용 황토방 등이 조성돼 있다. (033)762-8288, www.chiakforest.com. 금대분소 부근에 야영장이 있다. 1박 1인당 1600원, 주차료 승용차 4000원. 문의 금대분소
금대분소 들머리의 둥지본가(033-763-5989)에서는 송어회(1㎏ 3만원), 누룽지토종닭백숙(4만5000원), 닭볶음탕(3만5000원) 등을 내놓는다. 금대계곡 입구에서 원주 방향 약 1㎞ 거리 도로변에 있는 궁중누룽지백숙(033-762-3450)에서는 닭백숙(3만2000원), 오리백숙(3만8000원), 옻닭(3만7000원), 옻오리(4만3000원), 쟁반막국수(1만2000원, 감자전(7000원)이 주메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