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걷기 길]
평화누리길 연천 둘째 길
- ▲ 임진강은 고구려와 신라가 대치했고, 거란과 몽골이 침입했는가 하면 이제 분단의 경계선을 상징하는 강줄기이지만 너무도 고요하게 흐르고 있다. 연천 당포성에서 임진강을 바라본다.
역사 탐방 겸하는 임진강 나들이
썩은 소의 전설 따라 잡는 숭의전 둘레길 & 고구려 보루 숲길
평화누리길은 김포~고양~파주~연천 4개 시군을 잇는 총 연장 180km 길이의 도보여행길이다. 경기북부 DMZ 일원의 안보관광지와 자연생태계를 가까이에서 보며 걸을 수 있는 평화누리길은 특히 빼어난 자연 경관과 독특한 자연 생태 등을 눈과 피부로 느낄 수 있어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12개 구간으로 나뉜 평화누리길 중 연천군 미산면 아미리 숭의전에서 왕징면 북상리 허브빌리지까지 잇는 연천군 둘쨋길은 약 20km 길이로서 임진강 줄기를 따르는 사이 강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예로부터 절경지로 꼽혀 온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또한 고구려와 고려시대의 유적지와 6·25 때 전사한 유엔군 화장장(등록문화재 제408호)과 같은 아픈 역사를 간직한 문화재를 답사할 수 있다.
연천군은 숭의전에서 연천 당포성을 거쳐 임진교까지 이어지는 9.9km 트레일을 ‘썩은 소의 전설을 따라잡는 숭의전 둘레길’, 임진교에서 무등리보루와 고성산보루를 거쳐 군남홍수조절지까지 이어지는 9.7km 트레일을 ‘고구려 보루 숲길’이라 명명했다.
- ▲ 1 고구려 보루 숲길 따라 무등2보루로 향한다. 2 나목이 더욱 쓸쓸한 늦가을 분위기를 자아내는 고구려 보루 숲길.
숭의전 둘레길은 고려와 고구려 흔적 찾아가기
고려의 실질적인 종묘(宗廟)인 숭의전(崇義殿·사적 제244호) 둘레길은 늦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호젓한 길이다. 야트막한 등성이에 올라서면 우선 수백년생 느티나무 두 그루와 참나무 숲 너머로 임진강이 물줄기를 유유히 흘리며 반겨준다. 숭의전은 고려 태조를 비롯해 현종, 문종, 원종 등 고려 4왕의 위패를 모신 정전(正殿)이며, 그 왼쪽에 제기를 보관하고 제수를 준비하는 전사청(典祀廳)과 제관들이 제례를 준비하며 머물렀다는 앙암제(仰巖齋)가 자리잡고 있다. 숭의전 오른쪽 배신청(陪臣廳)은 고려시대 국가에 큰 공헌을 한 16공신의 위패를 모신 곳이고, 이안청(移安廳)은 숭의전을 청소하거나 공사할 때 위패를 잠시 모셔두는 곳이다.
- ▲ 평화누리길 개념도
숭의전은 조선 태조의 명에 의해 세워진 곳으로, 고려의 흔적을 없애지 않고 상생과 화합의 정신으로 갈등을 해소한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수백년생 느티나무들이 숲을 이룬 절벽 아래로 유유히 흘러가는 임진강을 바라보노라면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게 되는 곳이다.
숭의전에서 연천 당포성으로 가려면 찻길 따라 2km쯤 걸어야 한다. 삼화교 사거리로 되돌아와 왕징면소재지 방향으로 100m쯤 가면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 마을길 따라 400m쯤 가면 도로 오른쪽으로 아담한 둔덕이 보인다. 당포성이다. 도로에서 연천승마장 길로 들어서다 무밭을 끼고 이어지는 오른쪽 콘크리트길을 따라 200m쯤 가면 왕릉을 연상케 하는 당포성 위로 올라선다.
당포성은 5세기 중후반 남진정책을 강화한 고구려가 대전까지 진출했다가 6세기 들어 신라와 백제 연합군의 반격으로 아차산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임진강까지 후퇴하면서 새롭게 구축한 방어선 상의 성으로 연천 호로고루, 연천 은대리성과 더불어 국내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고구려 성곽이다. 신라가 점령한 이후 북방 세력의 침입을 막는 데에도 사용되었다는 성이지만 이제는 조망대로서 훌륭한 곳이다. 망루에 서면 임진강이 빤히 내려다보이고 연천, 동두천, 파주 일원의 산봉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 ▲ 처연한 가을 분위기의 임진강변을 걷는 나그네들. 임진교 부근.
당포성을 내려선 다음 다시 동의리 마을도로를 따라 들면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전장에서 이슬로 사라져간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한 줌의 재로 변한 화장장과 동의리부대를 거쳐 임진강이 내려다보이는 둑 위에 올라선다. 강 건너 물줄기 따라 이어지는 강안 절벽이 주상절리다. 중국대륙에서 뻗어나온 선캠브리아기의 화강편마암류의 끝자락에 해당하는 이곳은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지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고, 경치 또한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주상절리강변→홍수조절지 13.9km’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강둑에서 둑길을 따라 걷노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강바닥으로 이어지는 흙길로 내려선다. 예까지는 둑길 대신 강변 자갈길을 따라도 된다. 흙길은 푹신푹신 부드럽고 잡목 잡풀은 다리를 툭툭 쳐대며 쉬었다 가라 붙잡는 듯해 더욱 정겨운 강변길을 걷노라면 강 건너 주상절리 절벽은 억겁세월의 많은 전설이 깃들어 있는 듯 괴이하면서도 대자연의 걸작처럼 신비롭게 느껴진다.
낙엽 쌓여 가는 강길을 걷노라면 산비둘기, 꿩이 푸드득 날아 올라 놀랍기도 하고, 놀란 고라니가 뛰쳐나가 가슴 철렁하게도 하지만 모든 게 정겹기만 하다. 게다가 강가에서 노닐던 두루미가 커다란 날개 펴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면 그 모습 지켜보는 여행객 또한 훠이 훠이 하늘로 날아올라 강을 내려다보는 착각에 빠진다.
- ▲ 왕징면 무등리 고구려 보루 숲길 들머리.
물줄기가 임진강으로 스며드는 황공천을 징검다리로 건너서면 다시 둑방길로 올라서고, 유유히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임진강과 둑길 왼쪽 너른 들녘에 연천군 맑은물사업소에서 조성중인 물새롬센터(하수종말처리장)를 바라보며 2km쯤 걸어가면 임진교 서단에 선다. 예서 계속 강변길 따라 고구려 보루길로 들어설 수 있으나, 그보다는 왕징면소재지를 관통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 무등교를 건너 황해냉면 삼거리에서 오른쪽 배수펌프장 길로 접어드는 게 수월하다. 왕징면소재지는 중국집, 냉면집, 순대국집 등 다양한 음식점이 몰려 있어 점심 먹고 쉬었다 가기 적당한 곳이다.
- ▲ 유유히 흘러내리는 임진강물을 바라보며. 북삼리 전망대.
호젓한 고구려 보루 숲길,
허브빌리지 망대에서 마무리
배수펌프장 옆 둑길로 접어들면 곧 고구려 보루 숲길. 안내판에 고구려 보루 숲길은 세 가닥으로 표시돼 있지만 어느 길을 따르든 자연스럽게 무등리2보루와 고성산보루를 거쳐 허브빌리지로 이어진다. 고구려 보루 숲길은 산길이다. 낙엽 밟고 산길을 걷노라면 어느 샌가 뒷동산 같은 무등리2보루에 올라서고, 강바람 맞으며 숲길을 따르노라면 나뭇가지 사이로 임진강 물줄기가 내려다보이고 강 건너 연천 일원의 산봉이 바라보이면서 풍류객이나 시인이 된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양수지배수장은 보루가 아니더라도 멋진 망대 역할을 해주고, 마을길을 가로지른 다음 다시 산줄기를 따르다가 보루길을 벗어나 북삼리 전망대에 올라서면 홍수조절지까지 이어지는 강줄기와 군남 들녘이 발아래 펼쳐져 가슴 설레게 한다.
북삼리 전망대를 지나 산줄기를 내려서면 거위 울음소리가 적막을 깨고 언덕을 올라서면 허브빌리지. 적막한 강변 오지마을에 웬 호사스런 시설물인가 싶어 안으로 들어서자 다시 한 번 망대가 반겨준다. 임진강과 북녘 땅까지도 바라보이면서, 고구려와 신라가 대치한 곳이 임진강이요, 고려 때 거란군과 몽골군이, 조선 때 청나라군사가 침입할 때에도 건넜을 강이 임진강이건만 이젠 남과 북의 경계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묘한 상념에 젖어든다.
- ▲ 1 주상절리 강변. 괴이하면서도 아름다운 강변 풍광을 볼 수 있다. 2 고려의 실질적인 종묘인 숭의전. 3 허브빌리지. 4 왕징면 귀빈각 홍합짬뽕.
트레킹 가이드
숭의전~주상절리 구간은 포장도로 따라야
숭의전에서 주상절리를 거쳐 북삼교까지 잇는 코스는 약 18km 길이로 결코 짧지 않다. 숭의전과 연천 당포성은 차량으로 둘러본 다음 주상절리부터 걷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다 쳐도 주상절리~임진교~북상교 구간은 11km가 넘고 군남홍수조절댐까지 가려면 2km를 더 걸어야 한다.
강 건너편으로 주상절리 절경이 계속되는 강변길은 둑길을 따르다 마지막 민가를 지나 강가 숲길과 풀밭길로 이어지다 황공천 물줄기를 징검다리로 건넌 다음 다시 둑길로 올라선다. 이후 현재 조성 중인 공원을 왼쪽에 끼고 걷노라면 임진교 서단에 닿는다.
여기서 왕징면소재지 일원의 민가를 가로질러 무등2보루 길로 갈 수도 있으나 그보다 면소재지 관통도로를 따라 북쪽 황해냉면 삼거리까지 간 뒤 오른쪽 배수펌프장 길로 접어든 다음 강변길을 따라 산길로 들어선다. 다음 무등2보루·고성산보루를 거쳐 허브빌리지까지 가도록 한다. 허브빌리지에서 마을길을 따라 군왕로 밑 터널을 빠져나간 다음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따르면 군왕로 위로 올라서고 이어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400m쯤 가면 북삼교 앞이다. 이어 북삼교를 건너 1.5km 더 가면 군남면소재지에 들어선다. 군남면에서 전곡행 노선버스는 10~60분 간격(06:00~21:30)으로 불규칙하게 운행한다. 택시는 1만2,000원선.
전곡콜택시 031-832-0044.
대중교통
숭의전이 위치한 미산면 아미리행 노선버스는 전곡에서 다닌다. 전곡까지는 동두천에서 신탄리까지 운행하는 경원선 열차를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정부→동두천 첫차 05:42 이후 매시 1회(오전 7시대 5회) 운행하며, 동두천에서 전곡행은 06:50~22:50 매시 50분 출발한다. 동두천역에서 대양운수 53번(전곡행)이나 연천교통 39번·39-5번·39-1번 버스를 타면 전곡까지 간다. 전곡에서 동두천행 통근열차는 매시 50분에 출발하고, 동두천에서 성북·창동·구로·인천행 전철은 05:23(인천행)~23:33(성북행) 매시 2~7회 운행한다.
■전곡→숭의전 버스터미널에서 1일 4회(06:00, 10:30, 14:30, 17:00) 운행하는 백학·장남행 58번 대양운수 이용. 문의 031-832-2194.
드라이브 코스
■서울·고양·일산 지역 자유로 문산 방향 → 문산교 1km 지나 당동 IC에서 우회전 → 37번국도 → 두포삼거리에서 편도 2차선 방향으로 직진 → 어유지리삼거리 → 좌회전해서 368번지방도(편도 1차선) → 삼화교 → 삼거리에서 좌회전 약 1.4km → 숭의전
■서울 동부·북부 지역 서울외곽순환도로나 동부간선도로를 이용해 의정부시 진입 → 3번국도 → 동두천시 → 한탄대교 → 전곡읍 → 읍사거리에서 좌회전 → 372번지방도 따라 약 8km → 임진교(구 화이트교) 삼거리 → 다리 건너 372번지방도 따라 약 5km → 삼화교 직전 사거리 → 직진 약 1.4km → 숭의전 주차장. 삼화교 사거리 직전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접어들면 당포성과 유엔군화장장을 거쳐 주상절리 임진강변으로 향한다.
숙식(지역번호 031)
임진강해돋이펜션(왕징면 무등리 산 29-2 / 833-1171), 허브빌리지(왕징면 북삼리 222 / 833-5100), 나룻배마을(왕징면 북삼리 160-4 / 833-5005), 임진강펜션(미산면 우정리 390 / 011-449-5253)은 군에서 추천하는 숙박업소다.
숭의전 주차장 부근에 왕자회관(835-2928)은 버섯을 주재료로 음식을 내놓는다. 전골(밥 포함 3만 원), 비빔밥(5,000원), 불고기(1만 3,000원). 고려가든(835-5464)은 숯불고기구이 전문점이다. 왕징면소재지의 귀빈각(833-6040)은 푸짐한 홍합 짬뽕(6,000원)이 인기다. 배수펌프장 입구의 황해냉면(833- 7470)은 30년 역사의 냉면과 꿩만두가 주메뉴다. 임진교 부근의 고향산천 어부집매운탕(833-1190)은 매운탕요리를 내놓고 참게장도 판다. 북삼교와 허브빌리지 사이 도로변의 둔전나루(833-0605)에서는 매운탕을 주메뉴로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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