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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들 고민 "나는 엄따, 우리 아이는 왕따?"

호젓한오솔길 2011. 12. 30. 08:40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를 둔 직장맘, 학생맘인 김연주 김현자 하영화(왼쪽부터)씨가 자녀 교육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며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주성기자 poem@hk.co.kr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대한 설렘과 불안을 가라앉히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을 만도 한데, 일과 자녀교육을 병행하는 ‘직장맘’(직장에 다니는 엄마) ‘학생맘’(학교에 다니는 엄마)들은 여전히 초조하기만 하다. “나는 혹시 엄따(엄마 왕따), 우리 아이는 왕따?” 직장맘, 학생맘 3명이 털어놓는 따돌림에 대한 불안감과 고민, 해결책을 들어봤다.

하영화(42) / 윤아(8ㆍ백신초 1년) 엄마, 통역대학원 재학

김현자(38) / 동환(8ㆍ백신초 1년) 엄마, 미용실 운영

김연주(36) / 주항(9ㆍ이화여대부속초 2년) 엄마, 온라인쇼핑몰 운영

■ 엄따란?

‘엄마 왕따’를 의미한다. 취학 아동이나 청소년을 둔 엄마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하고만 정보 교류를 하겠다는 집단의식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전업주부보다 교육 정보에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는 직장맘이나 학생맘이 대상이 된다.

- 엄따 현상을 알고 있나. 어느 정도 체감하나.

동환 엄마(이하 동환) “당연히 알죠. 둘째 입학 전에 첫째(13ㆍ여)가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모여있는 옆 동네 학교를 다녔는데 솔직히 제가 엄마들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엄마들이 굉장히 열성적이에요. 치맛바람이랄까. 동네에서 자주 보는 이웃들이다 보니 정보 교환도 끼리끼리 주고 받는 분위기죠.”

윤아 엄마(이하 윤아) “세계가 달라요. 직장 다니는 엄마들은 아무래도 정보력이 뒤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정보 교류에서도 당연히 소외되죠. 학교 생활에 참여하는 것도 당해낼 수 없어요. 급식 당번이나 아이 귀가시키는 일밖에 못하는데, 20~30대 젊은 전업주부들은 얼마나 적극적인지 교실 청소까지 발벗고 나서서 해줄 정도예요.”

- 일(공부)과 자녀 교육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윤아 “24시간이 모자라요. ‘수퍼 맘’이 돼야 해요. 저는 언어 전공이라 하루에 4시간 이상 꾸준히 공부하는 게 중요한데 잠을 쪼개서 버티지 않으면 불가능해요. 아이 국어, 영어, 한자 학습지 봐주고, 읽기 등 학교 숙제까지 챙겨줘야 하니까요. 시장 갈 시간도 없어서 저녁도 대충 먹어요. 요즘엔 체력이 바닥나서 아이 학교 보낸 후에 한 시간씩 낮잠을 자야 해요.”

주항 엄마(이하 주항) “아이가 막 입학했을 땐 제 일 패턴에 맞춰서 아이를 학원에 뺑뺑이 돌렸어요. 학교 끝나면 공부방, 영어학원, 논술학원,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어느날 초등학교 1학년짜리 아이가 ‘자유 시간을 달라’며 하소연을 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남자 아이라서 그런지 학습효과도 없고, 산만해지는 것 같고. 지금은 제가 오후 5시까지 하던 일을 2시까지만 하고, 사교육도 거의 끊었어요.”

-초등학교 입학 후 한 달이 지났는데, 아이들의 적응력은. 왕따 걱정은 없나.

동환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심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저학년은 아이들이 느끼기에 짝꿍이 안 놀아주니까 짝을 바꿔달라, 그런 정도의 투정이에요. 하지만 고학년의 경우는 튀는 외모도 따돌림의 대상이에요. 제가 미용실을 운영해서 아이 옷도 예쁘게 입히고 머리 염색도 해줬더니, 남자 아이들이 공주병이라고 놀림을 하더라구요. 요즘은 아이가 ‘머리는 한 갈래로만 묶어줘’ 하고 아예 경고를 한다니까요.”

윤아 “어눌한 말투도 따돌림의 원인이 되기 십상이죠. 아이들 왕따가 참 무서워요. 첫 아이가 외국에서 태어나서 10년을 살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 한글 맞춤법도 잘 모르니까 따돌림을 당했어요. 외국인학교에도 보냈는데 이중 언어를 사용하다 보니 거기서도 적응을 잘 못해서 지금은 아예 외국으로 대학을 보냈어요. 당시엔 학교 선생님도 이런 ‘리턴 유학생’들의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을 주는 일이 잦아서 따돌림이 더 심했어요. 어찌나 속상하던지….”

-아이의 학교 생활은 어떻게 체크하나.

윤아 “엄마가 아이의 매니저인 시대에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학습 플랜을 짜야 해요. 특히 저학년 때 공부하는 습관을 제대로 들여야 해요. 그때 훈련이 되지 않으면 중ㆍ고등학교 땐 교정하기가 힘들어요. 학습지 3과목, 피아노, 영어 학원 등 월 40~50만원이 사교육비예요. 사립학교 수업료가 분기당 100만원이니까 학교에서 원스톱으로 가르쳐주는 사립에 보내는 게 나았을 뻔했어요.”

동환 “전 아직 성적 욕심 안 내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깜짝 놀랐어요. 가족 그림을 그리는데, 엄마 아빠가 없고 누나랑 자기 둘만 달랑 그렸어요. 그래서 ‘일을 줄이고 아이를 돌봐줘야겠다,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알림장을 성실히 적어오게 하고, 선생님이 강조하는 챙겨야 할 일은 스스로 기억하도록 하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직장맘(학생맘)들을 위한 엄따 피하는 법 혹은 자녀 교육의 노하우가 있다면.

주항 “요즘 직장맘 모임의 트렌드는 주말 소모임이에요. 평일에 시간이 없는 직장맘들을 위해서도 맞춤이죠. 전 1학년 때 같은 반 엄마들이 모여 ‘토요 체육모임’을 만들었어요. 축구 강사를 초빙해서 한강 고수부지에서 공놀이도 하고 축구 게임도 시켜요. 월 1회 참관수업에도 빠지지 않아요.

그날만이라도 나와서 엄마들 모임에 얼굴 비추고, 자꾸 물어봐야 해요.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된다니까요.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무조건 학원에 보내려는 경향이 있는데, 저녁 시간에라도 엄마가 과제하는 걸 봐줘야 해요. 아이들도 엄마가 옆에 있으면 글씨라도 더 예쁘게 쓰려고 노력한답니다.”

동환 “솔직히 학원을 더 보내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아이가 못 따라가요. 둘째아이가 바쁜 부모 때문에 정서적으로 상처를 받았다는 걸 알고부터는 ‘못해도 좋다, 건강하면 된다’로 교육관이 바뀌었어요.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건 아빠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에요. 남편이 경찰공무원이라 3교대로 근무하는데 쉬는 날에는 아이들을 치과병원에 데려가는 등 많이 도와준답니다.”

■ Tip- 엄따 탈출법

전문가들로부터 엄따 탈출법을 들어봤다. 우선 직장맘(학생맘)들은 시간이 없더라도 적극적으로 학부모회에 참석하는 것이 좋다. 전업주부들처럼 평일 오후에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주말이나 평일 저녁 시간에 학부모회를 열도록 반장 엄마에게 의견을 낸다.

직장맘들이 서로 안면을 익히고 연락처를 교환해 다른 엄마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오후 7, 8시에 학부모회를 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학교 어머니 활동에 참여할 생각이라면 선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구해 단체의 성격 등을 알아둔다. 어머니 모임엔 학급 대표 어머니회, 녹색어머니회, 명예교사 등이 있다. 아이가 학급의 임원이 되면 학급 대표 어머니회 활동을 한다. 녹색어머니회는 아이들의 등ㆍ하교길 교통지도를 도와준다.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중요하다. 명예교사는 한 학급에 2명 정도며, 운동회나 소풍, 견학 시에 교내행사 도우미 활동을 한다. 어머니 활동이 아니더라도 1년에 몇 차례 학교 청소나 급식 봉사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직장맘들 스스로 정보 교류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 등 모임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 김미라 서강대 평생교육원 교수는 “직장맘들은 아이들의 교육정보를 독점, 주도하는 ‘돼지 엄마’를 무작정 따라가기보다는 스스로 아이 교육에 능동적으로, 부지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From 인터넷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