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의 뱃속이 궁금하다.
아귀는 잡식성 생선이다. 큰 입으로 먹잇감을 닥치는대로 빨아들인다. 부산의 '물꽁식당'에 특별히 부탁해 뱃속을 갈라보았다. 40~50㎝ 길이에, 무게가 5㎏쯤 되는 아귀인데 보통 크기란다. 배를 가르자 장어부터 이름 모를 생선까지 11마리가 쏟아져 나왔다.
40여년째 아귀찜을 내놓고 있는 홍계순(77)할머니는 "큰 아귀에는 더 많은 생선이 나온다. 가끔 참조기 같은 비싼 생선도 들어 있다. 그 때는 횡재한 기분이다"고 말한다.
이날도 아까모찌 한 마리가 나왔다. 시중에서 3만원 가량한다. 5만원을 주고 산 아귀 뱃속에 3만원짜리 생선을 품고 있은 것. 조개 속의 진주가 아니라 '아귀속에 진주'란 말이 나온다. 뱃속의 생선들은 팔지 않고 식당 식구들과 나눠 먹는단다.
아귀의 알과 고니는 어디로 갔나.
아귀는 '버릴 게 전혀 없는 생선'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작 아귀찜을 먹다보면 빠진 게 많다. 다른 생선과 달리 내장, 즉 알이나 고니가 보이질 않는다.
'아귀는 내장이 없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아귀도 다른 생선처럼 내장이 있다. 암컷의 배를 가르면 알 주머니가 나오는데 수만개의 알이 차 있다. 이는 삶아서 탕이나 수육에 넣어 준다. 맛은 애하고 비슷해 고소하다고 한다.
고니도 있는데 흔하지 않다. 물꽁식당 윤근순 사장은 "하루 30마리를 잡아도 고니가 들어 있는 수컷을 보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찜 속에 애(간)도 없네.
아귀 애(간)는 세계 3대 진미의 하나인 '푸아그라(거위 간)'에 비유된다. 5㎏짜리 한 마리에 손바닥만한 크기의 애가 나온다.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는데 보통 찜에는 넣어주질 않는다. 무른 탓에 버무리는 과정에서 다 부서져 버리기 때문이다.
대신 갈아서 넣어주거나 탕이나 수육에 인심을 쓴다. 물론 단골에겐 찜속에도 따로 챙겨주기도 한다. 마산 '구강 할매집' 김수일 할머니는 "옛날에는 애만 모아 일본으로 보냈는데 여성 화장품 재료였던 것으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크기나 암수에 따라 맛이 다를까.
너무 작은 아귀는 아귀찜으로 사용할 수 없다. 살이 너무 흐물흐물하기 때문이란다. 반대로 큰 아귀(길이가 1m를 넘는 것도 있다)는 주로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데 육질이 보통 아귀 보다는 단단해 식감이 훨씬 좋다는 게 아귀찜 주방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암컷이나 수컷이나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
아귀찜에 아줌마들이 많은 까닭.
요즘 아귀찜집에 가면 여자들, 특히 아줌마들이 많이 보인다. "아휴 말도 마세요. 우리집 좌석이 500석이나 되는데 점심 저녁할 것없이 아줌마들이 몰려와 대기 번호표를 나눠줘야 할 정도랍니다."
인천에서 가장 유명한 '성진물텀벙' 염정일 지배인의 푸념 아닌 푸념이다. 콜라겐 때문이란다. 2~3년전 콜라겐이 피부를 탱탱하게 해준다는 말이 돌면서 아줌마들의 아귀찜 공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귀는 특히 지느러미와 꼬리 쪽에 콜라겐이 많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아귀는 바닷속 종합영양제다
아귀는 바다에서 나는 '종합영양제'라고 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하다. 수분이 많고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적은 저칼로리 식품이다.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두 먹을 수 있다. 아귀의 껍질에는 피부의 염증을 방지해주는 비타민 B2와 피부를 탄력있게 만드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하다.
뼈와 이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 D도 풍부하다. 비타민 A의 경우, 100g 당 26ug로 대구·고등어(이상 22ug) 등보다 많으며 비타민 E도 갈치나 삼치 등보다 많이 함유돼 있다.
특히 애(간)은 지방 함량이 대단히 높은데 약 30%에 이른다. DHA·EPA도 하루 섭취 권장량(650㎎)의 20배나 돼 동맥경화·뇌졸중·심장질환 등과 같은 순환기 계통의 성인병을 예방 효과가 높다. 비타민 C가 부족한 편이지만 아귀 요리에 들어가는 콩나물이나 미나리가 이를 해결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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