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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38> 김해 무척산

호젓한오솔길 2012. 1. 20. 22:45

 

 

[산&산] <338>  김해 무척산
나룻배와 사공 이젠 없지만, 수려한 산세는 옛날 그대로
전대식 기자

 

 

 

무척산(無隻山·702.5m)은 불모산, 신어산과 함께 김해의 3대 명산에 속한다. 불모산이 김해 땅의 기운을 돋우고 신어산이 김해의 정기를 낳았다면 무척산은 김해의 뼈대를 일궜다. 지리산에서 불거져 낙동강을 따르던 낙남정맥이 남해에 닿기 전에 마지막으로 용솟음친 산줄기가 무척지맥이다. 무척산은 지맥의 말미에 앉아 낙동강을 바라보며 김해의 북쪽을 막고 있다. 하여 김해 사람들은 산 모양이 밥상을 닮은 이 산을 북풍을 막고 김해를 먹여 살린다는 의미로 '식산(食山)'이라 부른다.

베테랑 산꾼들에게 김해 무척산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을 게다. 이른 아침 덜컹거리는 완행버스를 타고 김해시 생림면 생철리에 내린다. 땀을 훔치며 산에 올랐다가 노을을 보면서 하산한다. 용당마을 나루에 이들을 기다리는 배가 있다. 사공이 노를 저어 강을 건넌다. 양산 원동역에 내린 산꾼들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 같은 막차' 완행열차를 기다리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선배 산꾼들은 이 루트를 '버스 타고 배 타고 열차 타고'라며 일명 '타고' 코스로 불렀다. 한 편의 흑백TV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산행은 198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자가승용차가 무척산 산자락 입구까지 드나들자 나룻배들은 온데간데없어졌고, 사공도 이제는 남아 있지 않다. '아름다운 시절'의 산행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지만 산꾼들이 아꼈던 무척산의 산세와 풍광은 지금도 여전하다.


나룻배 타고 완행열차 기다리던
베테랑 산꾼들에겐 추억의 산

사람 발 때 덜 탄 동릉 코스
무척산교회·
산정호수 등 볼거리


무척산의 산세는 산행 방향에 따라 달리 다가온다. 암릉이 많은 서릉 쪽은 바라만 봐도 까칠하다. 기암이 우툴두툴하고 걸어보면 골산처럼 암릉미가 느껴진다. 장군바위·흔들바위, 연리지소나무, 천지폭포 등 무척산의 명소도 이 능선에 있다. 서릉 코스는 2~3시간이면 돌아볼 정도로 코스가 짧다. 거기에다 휴일엔 등산객, 관광객이 섞여 산중 체증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흙이 많고 숲이 좋은 동쪽 능선은 육산처럼 둥그스름하다. 걷는 데에 여유가 있고, 까다로운 산등성이가 서쪽보다 적다. 추억 속의 '타고' 코스가 자취를 감추면서 이 등로는 아는 사람만 타고, 타본 사람이 다시 타는 '은밀한 코스'가 됐다.

이번 주 '산&산'은 설 연휴에 가볼 만한 산을 찾다 무척산에 올라갔다. 부산에서 가까워 산행지까지 이동시간이 짧으며 코스가 단출하고 원점회귀 산행이라 산행 자체에도 부담이 적겠다. 기존 무척산 코스(서릉 구간)보다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코스는 용산교에서 출발해 동릉 1푼 능선으로 진입한다. 낙동강을 보면서 능선을 따르다 연봉들을 잇달아 밟는다. 무척산터널 위를 지나 된비알 구간은 밧줄로 극복한다. 이후 주능선을 따라가다 천지로 잠깐 떨어졌다가 정상으로 오른다. 오행바위~백운암~부도를 지나 너덜 구간을 통과해 용산교로 내려간다. 산행 거리 11.8㎞, 먹고 쉬는 시간을 포함해 4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원래 무척산 동릉 코스의 들머리는 상동면 여차리에 있는 용산초등학교였다. 이 학교에서 서북쪽으로 600m쯤
갈대밭을 걸어 용산교까지 접근했다. 하지만 지난해 봄부터 4대 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갈대는 사라지고, 운치 있던 길에는 덤프트럭이 오간다.

용산교에서 북쪽으로 둑을 따라 150m쯤 가다 왼쪽으로 꺾는다. 무척산 동릉 들머리에 산행 안내리본이 달렸다. 능선 사면 길을 따라 묘 두 기를 지나 5분 정도 가면 능선길이다.

능선길 좌우로 조망처로 삼을 만한 자잘한 바위들이 박혀 있다. 능선 오른쪽으로 낙동강이 흐른다. 검푸른 물결이 잔잔하게 흐른다. 능선에서 왼쪽으로 빠져 바위에 섰다.

대구·부산고속도로가 낙동강과 나란히 달린다. 그 옆으로 용당나루터가 있던 용당마을이 보인다. 나루터 뒤로 용이 머리를 강에 담그려는 듯한 모양의 산이 보인다. 용산(龍山·62m)이다. 고속도로 공사 당시 주민들은 도로가 용산의 지맥을 끊는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결국 터널은 뚫렸고, 지금은 그 위로 동물 생태로를 설치해 맥을 겨우 잇고 있다.

173봉, 197봉을 지나 삼각점이 있는 290봉까지 고도는 조금씩 오르지만, 그다지 가파르지 않다. 25분 정도 걸렸다. 373봉과 385봉까지 외길이다. 7분가량 가면 갈림길이다. 무척지맥이 지나간다. 왼쪽으로 꺾어 370봉까지 내리막길이다. 370봉 아래에 무척산터널이 지나간다. 질주하는 차들이 폭포 소리처럼 굉음을 내며 달린다.



전망대를 지나면서부터 경사가 심상치 않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의 고도는 400m. 앞으로 580m까지 올라야 하니 된비알이 불가피하다. 무릎가슴에 닿을 정도로 비탈이 사나워지더니, 능선 바로 아래에서 밧줄이 아니면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구간과 맞닥뜨린다. 이 난관만 극복하면 무척산 주능선에 오른다.

사람 발길이 드물다 보니 주능선 길바닥에는 솔가리와 낙엽이 수북하다. 588봉에서 5분쯤 직진하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능선 사면을 따라 왼쪽으로 비스듬히 10분간 내려가 무척산교회(기도원)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교회
안내판에 1940년 일제에 항거한 목사들이 만든 기도터라고 쓰여 있다.

교회 앞에 산정 호수인 천지가 있다. 수면이 꽁꽁 얼었다. 이 못에는 가락국 수로왕의 장례에 얽힌 사연이 있다. 수로왕이 붕어하자 현재 김해시 서상동 왕릉에 묏자리를 팠는데 자꾸 물이 나왔다. 수로왕의 부인 허왕후를 모시던 신하 신보가 "무척산에 못을 파면 물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 하니 왕릉에서 물이 사라졌다고 한다. 천지 옆에 통천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통천정 뒤를 돌아 정상 방향으로 오른다. 이 구간부터 무척산 서릉 코스와 만나기에
이정표가 잘 설치돼 있다. 20분 정도면 정상 앞 삼거리에 있는 이정표에 닿는다. 여기서 2분가량 더 가면 무척산 주봉인 신선봉이 나온다. 무척산은 '한 쌍이 될 짝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산'이라는 뜻이다. 무쌍산(無雙山)이란 명칭도 있다. 지역 불교계에서는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아 무착산(無着山)으로도 부른다.

정상 조망은 시원하지 않다. 남북 방향은 답답하고 동서쪽이 조금 낫다. 이마저도
참나무, 소나무 가지들에 걸려 탁 트인 편은 아니다.



신선봉에서 아까 지나친 이정표 삼거리까지 90m가량 되돌아온다. 푯말에 적힌 백운암 방향을 좇아 우회전한다. 655봉을 지나 갈림길을 지나 오행바위에서 잠깐 들른다. 조망은 정상보다 오히려 여기가 더 낫다.
영남알프스의 동쪽과 천성산, 금정산의 마루금이 뚜렷이 확인된다.

오행바위에서 백운암까지 10여 분 정도 내리막길. 가락국의 무척대사가 수도했다는 백운암(白雲庵)은 툭 튀어나온 바위 아래에 앉아 있다. 암자에서 바라보면 건너편 토곡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법당 뒤 바위에서 나오는 물을 먹고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절에서 나와 1분 남짓 임도로 걸으면 왼쪽 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보인다. 갈림길에서 6분쯤 가면 능선길 가운데 부도 1기가 쓸쓸하게 서 있다. 백운암 스님한테 물었는데, 부도의 주인은 알 수가 없었다.

부도를 지나 399봉을 밟으면 너덜 구간이다. 내리막이고 돌부리가 제법 사나우니 발밑을 살펴 걷자. 이런 길이 10분 정도 이어진다. 235봉부터 길이 순하다. 183봉을 넘으면 묘가 나오는데 여기서 왼쪽으로 꺾어 10분쯤 내려가면 기점인 용산교가 나온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김해 무척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김해 무척산 구글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