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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 <336> 밀양 백운산~가지산

호젓한오솔길 2012. 1. 7. 22:17

 

[산&산] <336> 밀양 백운산~가지산
길 옆엔 화려한 눈꽃… 부산이 흐리면 여긴 눈이 온대요

 

 

영남 알프스는 낙동정맥에 속하는 산악군입니다. 가지산을 비롯해 해발 1,000m가 넘는 산봉우리가 8개가 넘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부산을 벗어나면 멀리 왼쪽으로 보이는 영축산(취서산), 신불산, 간월산도 이 산줄기에 속합니다. 이밖에 고헌산, 재약산, 문복산, 운문산 등 전국 어디에 내놓더라도 손색이 없는 산들이 즐비합니다.

부산의 진산인 금정산도 영남 알프스 산줄기에 맥이 닿아 있습니다. 1970년대 등산이 일반화 되면서 이 산군에 올랐던 산악인들이 '유럽의 알프스나 일본의
북알프스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영남 알프스'로 불렀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산에 '알프스'가 웬말이냐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산·경남 산꾼들의 '영원한 노스탤지어'로 대접받고 있습니다.

임진년 첫 산행지로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인 가지산(1,241m)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초 '영남 알프스
둘레길'을 걸으면서 바라만 봤던 산을 올랐더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간 김에 '산&산' 애독자들과 산을 좋아하는 '산님'들의 안녕을 비는 조촐한 시산제도 열었습니다.

좋은 징조일까요? 백운산을 밟고 가지산으로 다가가니 어느새 눈발이 휘날립니다. '그 좋다'는 가지산 조망이 은백색
스크린에 가려버렸지만, 상서로운 눈이라고 생각을 바꾸니 서운함도 가셨습니다. 서설의 기운을 받은 '산&산'도 올해에도 좋은 산, 찾고 싶은 산을 부지런히 소개해야겠다는 각오를 새기고 왔습니다.



부산·경남 산꾼들의 고향
영남알프스에 위치한 명산

너덜 모양 재밌고 암릉도 장관
부산 근교서 상고대 구경도



산행은 삼양교에서 시작해 백운산(891m) 능선으로 직행한다. 너덜 섞인 길을 오르다가, 미끈하고 잘생긴 암릉을 밟고 백운산에 오른다. 백운산에서 오르내림을 거듭하다 가지산 서릉에 닿는다. 해발이 1,000m에서 1,200m까지 오르는 길이지만 그다지 비탈이 없고, 길이 순한 편이라 부담이 없다. 가지산을 밟고 중봉과 892봉을 지나 하산한다. 길이 뚜렷하고 이정표가 잘 돼 있어 길 찾는 데 크게 애를 먹을 구간은 없다. 원점 회귀 산행이다. 산행 거리 10.6㎞, 산행시간은 쉬고 먹는 시간을 포함해 5시간 남짓 걸렸다. 가지산은 1,000m가 넘는 지대에는 지상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눈이 내리기 십상이다. 아이젠, 스패치 등 기본적인 방한 장비를 갖추고 산행하자.

들머리인 삼양교 부근에 있는 호박소 휴양지는 다른 말로 가지산 휴게소라고 한다. 여름철엔 주변 가게들에 사람이 붐빈다. 요즘에는 주말에만 문을 연다. 2006년 전만 해도 백운산 접근 루트는 휴게소 안으로 들어와 백운산 동쪽 능선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비탈이 심하고, 조망도 별로라 요즘엔 별 인기가 없는 등로다.

산행팀은 이 길 대신 대체 등산로로 떠오른 들머리로 발을 뗐다. 24번 국도를 따라 호박소 쪽으로 8분 정도 간다. 오른쪽으로 돌면 갓길 안전
펜스 사이로 진입로가 있다. 산행 안내리본이 달려 찾기가 수월하다.

펜스를 지나자마자 오르막이다. 발부리에 돌부리가 자주 걸리지만,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 성가시지 않다. 너덜이 질펀한 길을 걷는데, 돌탑이 길가에 서 있다. 꽤 공을 들인 것 같았다. 산행팀은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하면서 돌을 하나 얹었다.

방석, 빨래판, 장판 모양 등 너덜 모양이 재미있다. 너덜길 오른쪽으로 가지산의 모습이 조금씩 보인다. 산꼭대기에 구름에 처박힌 듯 숨어 있어 신비스럽다.

너덜이 조금씩 사라진다 싶었는데, 어느새 암릉 구간이다. 아침 햇빛을 받은 화강암 덩이에서 빛이 난다. 능선 좌우로 전망이 시원하다. 능선 왼쪽으로 백운산의 허연 암장들이 드러난다.

백운산 암장(백운대)은 경사 70도를 오르내리는 슬래브 구간이 대부분. 1970년대 부산크라이머스 등 부산 산악인이 개척한 암장 코스로 알려졌다. 부산·경남 주변 산에 이만한 암장이 없다 보니
등산학교 암벽타기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봄이면 암장 하단부 일대는 암벽을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암벽에 오르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다.

군데군데 설치된 밧줄과
철계단을 이용해 점점 백운산 가까이 다가간다. 전망대로 삼을 만한 암릉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린다. 정신이 번쩍 든다.

885봉 오른쪽으로 등산로가 나 있다. 앞서 말한 백운산 동릉 길이다. 백운산이 지척이다. 한달음에 오른다. 전국에 백운산이란 산
이름만 해도 20곳이 넘는다. 대부분 구름이 걸린 산이라는데, 밀양 백운산은 산마루의 암릉이 허연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육중한 운문산이 북쪽에 있다. 동으로는 밀양 산내면의 너른 들판이 뚜렷하다. 남쪽의 천황산~능동산 산줄기가 푸르스름한 실루엣을 긋는다.

백운산을 두고 다시 산행을 재촉한다. 아까와 달리 암릉이 날카로운 데가 많아 발밑을 잘 살펴야 한다. 10분 남짓 가면 삼거리 이정표가 나오고, 여기서 812봉을 지나면 사거리(이정표)가 나온다. 왼쪽은 산내면 남명리, 오른쪽은 구룡소 폭포로 연결되는 하산로다. 여름 계곡산행 때 이 길로 많이 내려간다.

사거리 지점부터 능선 우측 사면을 따른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
GPS) 고도가 쭉쭉 상승한다. 경사가 느껴질 만큼 오르막이 급하다. 20분쯤 가풀막을 디디면 아랫재로 갈리는 삼거리(이정표)에 닿는다. GPS는 1,000m를 가리킨다. 흐린 날씨였지만 얼마 전까지 햇빛이 등에 있었는데, 지금은 온데 간데 없다. 진눈깨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가지산 쪽으로 움직이자 점점 눈송이가 커진다. '부산이 흐리면 여기에는 눈이 온다'는 산꾼들의 속설이 오늘도 여지없이 맞아떨어졌다.

외길을 따라 무던히 전진한다. 해발 1,000m에서 1,200m까지 붙는 구간이지만 높이가 완만하게 오른다. 눈이 안 내렸다면 운문산과 가지산 서북릉의 장쾌한 조망과 심심이골의 비경이 저만치 있을 텐데…. 입맛만 다시고 서설을 만난 것으로 만족한다. 길옆에 만발한 상고대가 아쉬움을 달래준다. 지리산이나 덕유산을 가지 않고 부산 근교에서 눈꽃을 원 없이 볼 수 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아랫재 방향 이정표에서 헬기장까지 50분 정도 걸렸다. 이미 가지산 대가리는 눈발에 가리어 아예 종적을 감추었다. 대피소에서 잠깐 몸을 녹였다. 라면과 어묵,
커피 등 간단한 요깃거리를 판다.

가지산 산정은 돌덩이였다. 계단 모양으로 각이 잡혀 발 딛기가 좋았다. 이 산은 예전에 '갓뫼산'으로 불렸는데, 국문학자 양주동 박사는 '갓'을 처음, 시작으로 풀었다. 하늘 아래 첫 산인양 유달리 돌올한 멧부리 덕에 그런 이름이 붙었지 싶다.

가지산의 한자는 원래 절 가(伽)와 부처이름 가(迦)를 썼는데, 불교를 싫어하던 조선의 유자들이 지금의 가(加)로 바꿔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정상에서 10분 정도 내려오면 삼거리(이정표)가 나온다. 삼거리에서 10여 분 더 가면 중봉(1,167m)이다. 중봉에서 잠시 뒤돌아서서 가지산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는다.

여기서부터 봄에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는 일명 '진달래 능선'이다. 낙엽이 수북이 깔린 길을 20분가량 내려가면 용수골로 향하는 갈림길을 만난다. 산행로는 능선 방향(좌측)으로 내려가야 한다. 892봉을 지나면 경사가 조금씩 떨어지다가, 흙길이 사라지는 암릉부터는 급한 내리막이다. 이런 비탈은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안내판에서 산행기점까지는 4분 남짓 걸린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전대식 기자 pro@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밀양 백운산~가지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밀양 백운산~가지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