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자료실 ♥/여행,산행지

[산&산] <352> 청도 비슬산

호젓한오솔길 2012. 5. 5. 23:28

 

 

[산&산] <352> 청도 비슬산

 

진하게 물든 진달래꽃… 내딛는 능선마다 잔치는 시작됐다
박진국 기자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에 걸쳐 있는 비슬산(琵瑟山·1,083.6m). 4월이 오면 산꾼들의 머릿속을 맴도는 산이다. '참꽃'으로도 불리는 진달래 때문이다. 정상 부근 진달래 군락은 이맘때 만개해 산 사면을 붉게 물들이며 절경을 이룬다. 그러나, 비슬산이 산꾼을 불러 모으는 이유는 이뿐 아니다. 사위가 탁 트인 조망의 즐거움도 꽃구경 못지않다.

비슬산을
오르는 가장 일반적인 코스는 대구 달성군 현풍면 유가사를 거쳐 도성암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이후 진달래 군락지와 대견사지를 보고 자연휴양림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구간은 진달래가 본격적으로 피기 시작하는 4월 말부터는 교통 체증을 연상시킬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


들머리 용천사 맑은 물 샘솟고

대견사지 절벽엔 삼층석탑 우뚝

거칠 것 없는 정상 조망도 만끽


'산&산'은 진달래 시즌을 맞은 비슬산의 번잡함을 피하기 위해 경북 청도군 각북면 오산리 용천사 코스로 올랐다. 산행 구간은 용천사~778.1봉~삼봉재~비슬산 정상~마령재~진달래 군락지~대견사지~강우레이더 관측소~조화봉~712봉~별마루펜션~청도자연병원이다. 총 거리가 13.2㎞로 5시간 30분가량 걸렸다.

출발점은 용천사(湧泉寺)다. 비슬산 동쪽 기슭에 자리 잡은 용천사는 3개의 전각이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가람 형식을 갖췄다. 규모는 작지만 670년 의상 법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전성기 때에는 1천여 명의 승려가 수도했고 부속 암자만 47개나 됐다고 하나, 절터의 규모로 봐서는 믿기지 않는다.

이름은 석간수가 끊임없이 용솟음쳐 지어졌다고 한다. 실제, 대웅전 왼쪽 용천(湧泉)이라 불리는 우물에서는 맑고 차가운 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한 바가지 떠 마시니,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차갑다.

산행 초입은 용천 옆으로 난 작은 돌계단을 따라 왼쪽으로 꺾인 등산로다. 산대나무가 우거진 숲 속으로 난 좁은 등산길은 산 사면을 따라 구불거린다. 1분여 오르니 왼쪽으로 큰
항아리를 엎어놓은 모양의 부도가 나타났다. 고승의 사리를 모시기 위해 만들었다는 부도는 2m 정도 높이다. 이끼가 두껍게 내려앉았고, 오랜 세월 퇴락해 석각을 구분할 수 없다.

부도를 지나쳐 1~2분 다시 전진하니 이번엔 부도 6기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 작은 절집에서 고승들이 꽤 많이 배출됐다는 증거다. 부도 숲을 보고나니, 비로소 용천사가 한때 대단한 절이었다는 말이 믿긴다.



부도 숲을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꺾인 지능선을 타고 올랐다. 다시 1분여 뒤 무덤 수십 기로 이뤄진 공동묘지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길이 희미하다. 산행 안내리본을 촘촘히 달고 길을 개척하면서 나아간다. 하지만 오래전 사람과 산짐승들이 지나다녔던 흔적이 있어 개척은 그리 어렵지 않다. 가파른 지능선을 따라 1시간쯤 오르니 비슬지맥과 만나는 능선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으로 꺾어 비슬산 정상 방면으로 나아간다.

여기서부터 등산로가 뚜렷하다. 삼각점이 있는 778.1봉과 867봉, 삼봉재를 지나 첫 번째 갈림길에 도달하는 동안은 고민할 필요 없는 외길이다. 867봉에 오르니 멀리 비슬산 정상과 이어진 봉우리들이 좌우로 펼쳐진다. 비슬산은 능선들이 닭 볏처럼 펼쳐져 한때 '벼슬산'이라 불렸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갈림길에서 3분가량 더 전진하면 이정표가 나온다. 오르막길로 직진하면 비슬산 정상, 왼쪽으로 내려가면 용천사, 왔던 길로 3.2㎞ 되돌아가면 헐티재다. 비슬산을 눈앞에 두고 하산할 수는 없는 일, 다시 전진한다. 20분가량 전진, 정상을 400m 남겨둔 지점에 아무렇게나 쌓은 돌무덤이 여럿 나타난다.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정상으로 향한다. 비슬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지만 바윗길이다. 큰 바위 사이로 난 등산로 주변에는 누렇게 시든 억새가 아직까지 새싹을 틔우지 못한 채 황량하다. 해발 1,000m가 넘다 보니 봄이 늦다.

억새 사이로 10분가량 걸음을 재촉하니 드디어 비슬산 정상 대견봉이다. 대견봉에 오르자 사방에 거칠 것이 없다. 가까이로는 청도군 각북면과 달성군 현풍면, 멀리는 대구 시내와 경남 창녕의 화왕산까지 보인다. 일망무제, 가히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산'이라는 평판이 허명이 아니었다.



비슬산 정상에서 내려와 좀 전에 지나쳤던 이정표 갈림길로 다시 내려온다. 이번에는 대견사지(大見寺址) 방면으로 길을 잡는다. 비슬산 정상에서 대견사지까지는 대략 40분 걸린다. 가는 길에 마령재와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게 된다. 체력이 달린다면 마령재에서 왼쪽으로 하산길을 잡으면 원점인 용천사로 되돌아 갈 수 있다.

하지만, 대견사지는 오늘 산행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됐다는 대견사는 허물어져 석축만 남았지만, 볼거리가 너무 많다. 절터 언저리 절벽에는 삼층석탑이 매달리듯 위태롭게 서 있는데, 멀리서 한동안 바라보면 애잔함이 저절로 생긴다. 절터 주변은 암벽들이 빙 둘렀는데 그 모양이 코끼리, 부처 등의 형상을 닮아 신비롭다. 대견사지는 풍경이 절묘해 인기 드라마 '추노'의 최종회 촬영지로 선택되기도 했다.

대견사지로 향하는 길에 진달래 군락을 조망할 수 있다. 아쉽게도 정상 부근의 진달래들은 아직까지 필 조짐이 없다. 그래도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열릴
축제 준비로 분주했다. 군락지 사이로 탐방로를 만들고, 잡목을 베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진달래 군락을 지나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5분 정도 전진하면 대견사지다. 대견사지를 둘러보고 좀 전에 걸었던 등산로의 아랫길을 따라 강우레이더 관측소로 향한다. 강우레이더 관측소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전망대를 등산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하지만 전망은 비슬산 정상의 그것만 못하다.

강우레이더 관측소를 구경한 후 하산길을 잡는다. 관측소에서 비슬교 입구로 내려와 왼쪽으로 꺾어 조화봉 쪽으로 길을 잡는다. 비슬교 방면을 제외하고 관측소 사방이
철망으로 둘러싸여 어쩔 수 없이 관측소를 우회해야 한다. 5분가량 오르막을 오르면 조화봉(1,059m) 정상이다. 조화봉 앞에는 '비슬산 해맞이 제단'이 있는데, 이 제단을 정면에 두고 다시 관측소 뒤편으로 난 작은 오솔길로 빠진다.

하산길에서 첫 번째 능선 갈림길이 나타나면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왼쪽으로 가면 군불로
리조트로 가는 길이고, 뒤돌아 가면 조화봉이다. 이후 712봉에 이를 때까지 3개의 능선 갈림길이 차례로 나타나는데 모두 왼쪽으로 꺾는다. 대략 50분 정도 소요된다.

송이 채취구역인 712봉을 지나 675봉 갈림길에서 다시 왼쪽으로, 다음 갈림길에서도 왼쪽 계곡 방면으로 꺾어 내려간다. 40분 소요. 초록색
지붕의 별마루펜션이 보이면 드디어 날머리인 청도자연병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청도 비슬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청도 비슬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