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57> 영천 사룡산~구룡산 |
'아홉 마리 용'이 힘차게 승천하는 듯… |
박진국 기자 |
경북 경주시와 영천시, 청도군을 넘나드는 사룡산(四龍山·685m)과 구룡산(九龍山·675.1m)이 산꾼들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1,000m 넘는 고봉준령도 아니요, 산세마저 소박하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산 좀 탄다'는 산꾼들에게 이 두 산의 능선은 필수 코스가 됐다. 전장이 146.5㎞나 되는 비슬지맥 종주의 시작점이 바로 이 능선이기 때문이다.
비슬지맥은 사룡산에서 낙동정맥과 분기해 경남 밀양 오우진 나루까지 이어지는데, 흔히 '용의 기운이 흐르는 산줄기'라고 이야기한다. 사룡산, 구룡산, 용각산 등 비슬지맥 산군의 산 이름에 유독 '용(龍)' 자가 많이 들어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행 코스는 상리마을회관~아주 신씨 가족묘지~산행 입구 갈림길~오솔길 합류점~사룡산 정상~오솔길 합류점(다시 내려옴)~541봉~김녕 김씨 묘~오재~이정표~521봉~임도 교차점~부처바위~구룡산 정상~무지터 갈림길~연리목~두곡저수지~원점 순이다. 모두 14.4㎞ 구간으로 6시간 30분 걸렸다.
비슬지맥 종주 시작점
신라 땐 군사요충지 명성
하산길 소나무 연리목 신기
저수지 맑은 물엔 산그림자
들머리는 경북 영천시 북안면 상리마을회관이다. 상리에서는 멀리 사룡산 능선이 육안으로 보인다. 사룡산 능선은 영천과 경주의 경계를 이룬다. 삼국시대에 사룡산은 이웃한 경주 오봉산의 부산성과 연결되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신라 병사들이 이 산을 거점으로 적을 물리쳤다고 한다. 때문에 영천 사람들은 사룡산을 전방산(戰防山)이라고도 부른다.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 사룡산을 가리켜 '전배이'라고 부르는 것도 전방산에서 유래한 것이다.
모든 산행이 그렇지만 이번 산행도 초입 잡기가 만만찮다. 마을회관에서 상리교회 방면으로 20m 정도 내려오면 작은 다리가 나온다. 이 다리를 건너 시멘트 임도를 따라 마을을 가로지른다. 다시 50m 전진, 왼쪽으로 개천을 가로지르는 작은 다리를 건너간다. 30m 더 나아가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동네를 완전히 빠져나오면 아주 신씨 가족묘지를 지나쳐 사룡산 언저리로 향한다. 이 길 양 옆으로 천도복숭아 과수원이 펼쳐져 있다. 산언저리에 닿으면 시멘트 포장길이 끝나고 길도 갈라진다. 오른쪽 비포장 임도길을 선택해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다.
3분가량 전진하다 보면 왼쪽에 임도를 이탈하는 오솔길이 나온다. 그냥 스쳐 지나쳐 5분가량 더 오른 뒤 최근 넓힌 것으로 보이는 왼쪽의 임도길을 따라 오르막 지능선으로 붙는다. 곧 월성 손씨 묘역을 지나면 가파른 오솔길 등산로가 펼쳐진다. 지능선의 등산로는 희미하고 가파르다. 게다가 지난겨울 떨어진 활엽수 잎들이 썩지 않은 채 쌓여 길은 상당히 미끄럽다. 조심조심 산 사면을 따라 정상을 향해 치고 나가다 8푼 능선에 이르면 뚜렷한 오솔길이 합류하는 지점이 나타난다. 상리에서 사룡산으로 올라오는 오솔길과 구룡산을 향해 뻗은 오솔길이 만나는 지점이다. 사룡산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이 지점까지 내려와 구룡산 방면으로 나간다.
5분가량 오르막길을 더 오르면 또 세 갈래 오솔길이 나온다. 아까 지나쳤던 오솔길 합류지점과 너무 흡사해 길을 착각하기 쉽다. 이 오솔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5분가량 더 전진하면 사룡산 정상이다. 해발 685m의 사룡산 정상은 산에 얽힌 역사와 지리적 중요성에 비해 조망은 볼품없었다. 무성하게 자란 관목 때문에 사위가 꽉 막혔다.
사룡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은 뒤 구룡산을 향해 길을 잡았다. 정상석을 바라본 상태에서 오른쪽에 뚜렷한 내리막 등산로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갔다가는 엉뚱한 방향으로 가게 된다. 반드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 8푼 능선의 오솔길 합류지점까지 내려가야 한다. 오솔길 합류점에 도착하면 진행 방향에서 왼쪽으로 꺾어 오재까지 나아간다. 30분 소요.
오재는 해발 382m다. 뚝 떨어지듯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2차로 포장도로가 관통하는 고개를 만나는데 여기가 오재다. 사룡산 정상과 무려 300m 이상 표고차가 난다. 오재를 경계로 사룡산 자락과 구룡산 자락이 나뉜다.
구룡산은 예부터 신령스러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전해 내려오는 전설 또한 그럴싸하다. 열 마리의 용이 구룡산 무지터에서 승천하려다 아홉 마리만 승천하고 막내인 한 마리는 떨어져 구룡산 일대에서 방황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경산과 청도의 경계에 위치한 반룡산이라 한다.
오재에서 포장길을 따라 왼쪽으로 60~70m가량 내려가다 이정표가 나오면 도로에서 이탈해 오른쪽 능선에 다시 붙는다. 여기서 구룡산 정상까지는 3.1㎞다. 마일리와 구룡산 정상으로 갈리는 지점과 521봉을 지나 다시 완만한 내리막을 잠시 내려오면 안부에서 임도가 교차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원점인 상리로 가는 길이다. 구룡산 정상은 0.9㎞ 앞이다.
임도를 따라 100m 정도 직진해 올라가면 다시 이정표다. 오른쪽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임도를 이탈해 오르막 능선으로 붙는다. 여기서 계속 임도를 따라가면 수암사다. 30분가량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면 좌정한 부처 모양의 바위가 보인다. 원래는 이름도 없는 바위였으나 상상력 풍부한 등산객이 부처바위로 부른 이후 아예 지역의 명소가 됐다.
부처바위를 지나 2분 더 올라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구룡산 정상이 150m 남았다. 오른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무지터로 불리는 샘터가 나온다. 영천 북안천의 발원지이자 용의 전설이 서린 구룡산 중에서 용의 눈 부분에 해당된다고 한다. 가뭄에도 샘이 마르지 않아 옛날부터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 영천 사람들은 무지터를 신성시하고 옛날부터 근처에 무덤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정표에서 5분 더 올라가면 해발 675m의 구룡산 정상이다. 정상에는 전망대를 만들어 조망을 확보했다. 사룡산에서 구룡산으로 오는 내내 숲에 가려 전망이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겨우 숨통이 트였다.
하산은 전망대 옆으로 난 등산로 표시를 따라 상리 방면으로 내려간다. 갈림길마다 표시해둔 이정표를 세 개 지난다. 세 번째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상리 방면으로 길을 잡으면 소나무 연리목을 볼 수 있다. 뿌리가 서로 다른 두 소나무의 줄기가 이어져 한 나무처럼 자라고 있다.
연리목을 지나 10분가량 더 내려오면 임도와 합류한다. 임도를 따라 두곡저수지까지 속도를 냈다. 15분 소요. 두곡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오자 산행 내내 찌푸린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두곡저수지 맑은 물에 땀을 씻어내고 서둘러 원점인 상리로 길을 잡았다. 저수지 물에 비친 산 그림자가 빗방울에 부서지고 있었다.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최찬락 산행대장 010-3740-9323.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 |
▲ 영천 사룡산~구룡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 |
▲ 영천 사룡산~구룡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 오솔길 자료실 ♥ > 여행,산행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능선 위에도 울창한 숲… 야생화·약초가 천지인 대표적 육산 - 인제 방태산 (0) | 2012.06.29 |
---|---|
근교산&그너머 <773> 양산 봉화봉~늪재봉 (0) | 2012.06.13 |
[산&산] <354> 의령 만지산 (0) | 2012.06.13 |
전철 타고 가는 근교산 여행 (4) 삼악산 (0) | 2012.05.30 |
[특집 등산화 | 구입 및 관리] 꼭 매장에 직접 가서 신어보고 족형에 맞는 제품 구입하라 (0) | 2012.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