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위크엔드]
진흙탕에 함께 빠져라, 뒹굴어라, 즐겨라!
충남 해수욕장서 스트레스 한 방에 날려요
'보령머드축제' 14일 개막… 깔끔함·체면 다 필요 없다
모두에 짜릿한 해방감 선사… 여름밤 낭만·추억 한 아름
몽산포 모래조각페스티벌 유명작가 작품 제작·전시
평소 점잖게 구경만 하던 축제장의 30대 부부,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한다. 넥타이를 풀고 하이힐을 벗었다. 시커먼 진흙을 온몸에 듬뿍 발랐다. 이때만큼은 체면이고 뭐고 없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 신나게 노는 개구쟁이일 뿐이다. 그것은 짜릿한 해방감이기도 하다. 머드축제는 이런 마력을 지니고 있다.
옷을 버릴까봐, 얼굴이 더러워질까봐 깔끔함을 떠는 이들을 향해 머드축제는 "따분하게 살지 말라"며 손짓한다. 시커먼 흙탕물 속에 빠져 뒹구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기간은 1년 중 단 11일 뿐. 그래서 머드축제는 매년 이맘때를 손꼽아 기다리는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름축제 '보령머드축제'가 이번 주말 충남 대천해수욕장에서 막을 올린다. 올해는 특히 스릴 넘치는 체험프로그램을 더 강화해 한층 흥미진진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태안 몽산포해수욕장의 드넓은 백사장에선 모래조각 페스티벌이 열려 색다른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 보령머드축제가 열리는 대천해수욕장에서 여성 관광객들이 온몸에 머드를 바른 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4일 개막해 11일 동안 열린다. /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모두가 동심으로 '머드축제'
'제15회 보령머드축제'가 14일 대천해수욕장 일원에서 막이 올라 24일까지 이어진다. 보령머드축제는 '축제의 한류'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해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 수는 226만명(외국인 20만). "브라질 삼바카니발, 스페인 토마토축제, 독일 옥토버페스트 같은 세계 유수의 축제를 우리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나오는 이유이다.
올 머드축제는 '머드에 흠뻑 빠져라! 뒹굴어라! 그리고 즐겨라!'를 슬로건으로 작년보다 개최기간이 이틀 길어졌다. 축제 프로그램은 49개에서 53개로 늘었다. 올부터 체험존 입장권을 인터넷을 통해 예매하고, 축제기간 중 서울(용산역)에서 보령(대천역)까지 '보령머드축제열차'도 운행한다.
진흙은 피부 노폐물을 빨아들이고 미네랄과 수분을 피부에 공급하는 데 효과가 있어 예부터 피부 미용과 피부질환 치료에 쓰였다. 보령시는 대천해수욕장 주변 청정 해안에서 채취한 양질의 진흙에서 추출한 머드분말 등을 활용, 화장품 업체와 손잡고 머드비누, 화장품을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를 홍보하고자 1998년 처음 축제를 개최했다. 축제 때 사용하는 머드는 화장품 원료로 쓰이는 멸균처리된 양질의 머드다. 축제기간 중 사용되는 머드 원액만 5t트럭 50대분인 250t에 달한다.
축제장에선 머드수퍼슬라이드, 머드교도소, 머드분수, 머드산전수전, 머드에어바운스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피부 미용을 위한 셀프마사지 체험장, 컬러머드를 활용해 꾸미는 컬러머드 보디페인팅체험장도 운영된다. 해변에서 머드 물대포를 맞으며 흥겨운 음악에 맞춰 신나는 춤판을 벌이는 '머드 몸씬'은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남곡동 갯벌체험장에서는 해병대식 갯벌 극기체험, 갯벌 장애물마라톤대회(21일), 머드해변 풋살대회(22일)가 열린다.
축제장엔 머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잊지 못할 한여름 밤 낭만과 추억까지 듬뿍 선사한다. 14일 개막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애프터스쿨, 윙크, 여행스케치 등이 열띤 무대를 만든다. 15일 머드색소폰 공연, 16일 머드 비보이 공연, 17일 머드 키드짱 페스티벌, 18일 세계 머드 피부미용 경진대회 및 패션쇼, 19일 육군군악대 공연 등이 이어진다. 이 외에도 거의 날마다 힙합 & 글로벌 레이브파티, 클래식의 밤, 7080 콘서트 등이 열려 흥겨움을 더한다.
- 태안 몽산포해수욕장 모래조각 페스티벌에 참가한 작가들이 모래작품을 만들고 있다. /신현종 기자
보령시가 주요 관광지를 연계해 운영하는 '보령시티투어'는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14일부터 5개 코스로 운영한다. 이용요금은 성인 1만2000원, 소인 1만원이다. 코스는 ▲1코스 대천해수욕장~에너지월드~개화예술공원~석탄박물관 ▲2코스 석탄박물관~개화예술공원~레일바이크 ▲3코스 석탄박물관~개화예술공원~유람선 ▲4코스 무창포해수욕장~개화예술공원~석탄박물관 ▲5코스 석탄박물관~개화예술공원~무창포해수욕장 등이다. 대천항에서 출발한 유람선을 타고 78개 섬이 있는 보령 앞바다의 절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www.mudfestival. or.kr
◇해수욕에 모래조각 구경까지
충남 태안군 남면 몽산포해수욕장에서 26일 열리는 '국제 모래조각 페스티벌'에선 모래조각을 만들어보는 색다른 추억을 맛볼 수 있다. 몽산포해수욕장은 썰물 때 드러나는 백사장 폭이 3㎞에 이를 정도로 넓고 완만해 모래조각을 만들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모래조각 작품전엔 3명 이상 조를 이룬 지원 팀과 초청작가 등 총 30여개 팀이 참가한다. 입상 팀에 대상 100만원, 우수상 50만원, 인기상 20만원 등 상금을 수여한다. 중국, 호주, 일본 등 해외 유명 조각가와 국내 조각가가 참여해 모래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페이스 페인팅, 아트 풍선 만들기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마련된다. (041)672-2971, www.mongsanp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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