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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센 산줄기, 폭포도 우렁차다… 여름을 잠시 잊었다.. 가지산

호젓한오솔길 2012. 7. 26. 20:28

 

기운센 산줄기, 폭포도 우렁차다… 여름을 잠시 잊었다

 

 

가지산

정정현 영상미디어 기자 rockart@chosun.com

 

영남알프스의 여름은 오묘했다. 아름답고 신비롭고 장엄했다. 장마철, 며칠째 하늘을 뒤덮은 구름에 억눌려 숨죽이고 있던 영남알프스의 맹주 가지산(加智山·1240m)은 파란 하늘이 드러나고 햇살이 내리쬐자 불쑥 일어섰다. 경북 청도와 울산 울주, 경남 밀양 경계에 있는 가지산은 꿈틀거리며 굵고 기운찬 산줄기를 뻗쳤다.

지·능선들은 정상을 중심으로 부챗살처럼 뻗어내리며 사이사이 깊디깊은 골짜기를 만들었다. 가지산과 상운산(1117m) 사이에 깊이 파인 학심이골은 그 중 한 골짜기다. 학심이골은 영남알프스의 속살이자 내원(內苑)이다. 울창한 숲 속에서 물소리 울리는 배너미골을 거슬러 배너미재로 올라섰다. 다시 졸졸 물소리 내는 지계곡 따라 20분 남짓 내려섰을까, 갑자기 앞이 환해지면서 널찍한 골짜기가 나타났다. 학이 깃들어 산다는 학심이골이다.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계곡물을 가로질러 골짜기를 거슬러 올랐다. 곧 협곡으로 변했다. 거칠어졌다. 그런데도 물줄기는 겁내거나 멈칫하지 않았다. 거대한 바윗덩이가 앞을 가로막으면 휘감아 돌고, 높은 바위 턱은 펄쩍 뛰어내렸다. 온갖 형상의 폭포와 소(沼), 담(潭)들이 어우러졌다.

첫 번째 폭포는 이름도 없다. 그러나 웅장함이나 다양함은 명산의 유명 폭포를 능가할 정도다. 폭포 자태에 감탄하며 다시 골짜기를 오르다 눈에 들어온 학소대폭포는 학이 깃들기에는 너무도 거세게 폭포수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원시적 분위기를 자아내던 학심이골 산길은 물줄기가 가늘어질 즈음 지능선으로 올라붙어 가지산과 운문산을 잇는 능선 위로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쌀바위'를 지나 숲 우거진 능선길 따라 가지산 산정에 올라섰다.

산봉을 두텁게 가렸던 구름 안개가 우리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걷히면서 영남알프스의 고봉 준령이 부드럽고도 드높은 산세를 드러냈다.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맹주답게 온 산을 발아래 두고 있었다. 능동산(983m)과 천황산(1189.2m)은 납작 엎드려 있고, 그 왼쪽 뒤로 신불산(1159.3m)과 영축산(1081.2m)이 부드럽게 솟아올라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여행 수첩]

▷ 청도 천문사~배넘이재~학심이골~쌀바위~가지산 산행은 5시간은 잡아야 한다. 하산길은 다양하다. 가장 순탄하고 빠른 길은 다시 쌀바위를 거쳐 산림도로를 따라 상운산을 거쳐 운문령 고갯마루로 내려가는 길이다. 산림도로를 따르다 상운산을 지나 첫 번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석남사로 내려서면 언양 울산 방향이나 밀양 방향 노선버스를 쉽게 탈 수 있다.

초보자에겐 운문령에서 쌀바위(약 3.5㎞)로 향하다가 쌀바위를 500m쯤 앞둔 지점에서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서는 코스가 체력 소모뿐 아니라 길을 잃을 염려도 적다. 학심이골 초입에서 곧장 내려서면 운문사(40분), 오른쪽 지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배넘이재와 배넘이골을 거쳐 천문사 입구(1시간)로 내려선다.

쌀바위에서 하룻밤 비박하고 이튿날 학심이골로 내려서는 산행도 해볼 만하다. 쌀바위 일원은 해발 1100m를 넘어서 한여름 밤에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져 비박산행지로 인기다.

▷ 청도 천문사 입구행 노선버스는 대구남부시외버스터미널(053-741-2234)을 출발해 청도군금천면동곡공용버스정류소(054-372-3881)를 경유한다.

자가용은 중앙고속 청도나들목→20번국도, 경부고속 경산나들목→69번지방도, 경부고속 양산나들목→24번국도로 각각 나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