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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휴가, 다른 휴가 ⑤견지낚시

호젓한오솔길 2012. 7. 26. 21:06

 

이런 휴가, 다른 휴가 ⑤견지낚시

  • 장창락 낚시칼럼리스트 doubledice@hanmail.net

 

조용히 기다려라… 감겨오는 손맛의 '짜릿함'을 낚는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gokorea21@chosun.com

 

반짝이며 흘러가는 강 여울에는 무엇이 살고 있을까. 이름마저 정겨운 피라미·갈겨니·누치·참마자… 올여름 강가에서 이 반짝이는 놈들과 함께 더위를 시원하게 흘려보내자.

견지낚시는 그 유래가 조선 중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나라 고유 낚시다. 여울의 흐름에 미끼를 실어 보내서 강고기를 낚는 여울견지와 배를 타고 강심(江心)으로 나가 대형급을 낚는 배견지 등 다양하다. 배견지의 경우 청평댐 하류 지역에서 유일하게 즐길 수 있고, 상당한 경험을 쌓아야 도전할 수 있다.

연을 날릴 때는 4개의 기둥을 가진 얼레를 쓰지만 견지낚시에선 기둥이 2개인 외짝얼레(견지)를 쓴다. 견지에 감긴 낚싯줄을 풀고 감는 스침질만으로 여울에 사는 물고기를 낚을 수 있어 어린아이도 쉽게 할 수 있는 게 특징. 견지를 들고 여울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어느새 더위와 이별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깊은 곳으로 들어가지만 가족과 함께라면 무릎 정도의 수심이 적당하다. 물 흐름이 있고 흐름 끝에 물이 잠시 멈추는 소(沼)가 있는 곳이 가장 좋다. 한강이나 금강 상류 지역에 유명 낚시터들이 몰려 있지만, 전국 어디나 강 없는 곳이 없으니 굳이 멀리 갈 필요는 없다. 강 상류지역인 천(川)으로 부르는 곳에서 쉽게 낚시장소를 찾을 수 있다.

견지낚시로 누치나 끄리처럼 40~50㎝짜리도 낚이지만 대개 10~15㎝ 크기의 고기를 많이 만난다. 그래도 여울의 힘이 더해져 정신이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된장 풀고 호박·감자·풋고추 넣어 끓이는 강고기 매운탕 맛은 덤이다.

견지낚시 장비는 간단하다. 견짓대, 수장대, 살림망, 미끼통 등만 있으면 된다. 수장대(2단 분리형 7만원)는 2~3명이 함께 쓰면 되니까 4인 가족의 경우 15만원 정도면 장비를 모두 갖출 수 있다. 허리 수심 이상 깊은 곳에 들어갈 때는 구명조끼, 봄·가을 수온이 낮을 때는 웨이더(바지장화)가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대개 무릎 수심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으므로 무리할 필요가 없다.

수장대는 여울 바닥에 꽂아 살림망이나 썰망, 기타 보조용품을 달아놓는 도구로, 여울로 들고 날 때 안전지팡이 노릇을 한다. 여울 하류 쪽 끝자락에 수장대를 세우고 여기에 낚은 고기를 담을 살림망을 건다. 새끼손톱 반만 한 크기의 바늘에 미끼를 두세 마리 달아 물 흐름에 가볍게 실어 4~5m쯤 흘려보내고, 허리에서 가슴높이로 견짓대를 대각선 방향으로 당겼다가 놓는 동작(스침질)으로 물고기 앞에서 미끼가 실감 나게 움직이도록 해준다. 물살이 강하면 채비의 편납을 조금 더해 채비가 적당한 수심으로 내려가 움직이도록 하면 된다.

견지낚시 미끼는 구더기(파리의 애벌레)다. 이름 듣고 멈칫하는 이도 있겠지만 전문양식장에서 낚시용으로 깨끗하게 기른 것이니 혐오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구더기의 뭉툭한 쪽(점이 없는 곳)을 살짝 눌렀을 때 튀어나오는 부분을 바늘에 꿰어 물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조과(釣果·낚시로 고기를 낚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온이 조금 오르는 오전 9시쯤 낚시를 시작해 점심 무렵에 일단 멈췄다가 그늘에서 쉬고 햇살이 조금 약해지는 오후 늦은 시간에 다시 도전해보는 일정이 적당하다.

전문가 도움을 받지 않고 처음 낚시를 배우는 이들은 가급적 잘 알려진 장소를 찾아가서 기왕에 자리 잡은 꾼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그들 사이에 섞여도 좋겠다. 이들을 따라 30여분만 여울에 몸을 맡겨도 팽팽한 손맛은 보장된다. 여름날 여울은 그래서 시원하고 풍성하다.


☞견지낚시 노하우

썰망 준비 못했을 땐깻묵가루 솔솔 뿌려요


견짓대./조선일보 DB

수장대 아래쪽에 밑밥을 담은 썰망(깻묵가루와 구더기를 버무려 담음)을 달아 놓으면 썰망 아래 1~1.5m 지점 바닥으로 고기가 몰려든다. 누치나 마자는 바닥에 바짝 붙어 여울을 거슬러 올라오는 경우가 많고, 끄리나 피라미는 조금 떠서 올라온다. 바늘 채비 바로 위 고무줄을 끼우고 여기에 감는 편납의 양을 늘리고 줄이면서 미끼 위치를 조절할 수 있다.
이어 채비가 가라앉을 때 바닥에 걸리지 않도록 움직여 주는 스침질을 계속한다. 썰망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밑밥 노릇을 하는 깻묵가루를 수면에 솔솔 뿌려준다. 이렇게 하면 밑밥이 멀리 떠내려가기 때문에 썰망을 쓸 때보다 채비가 조금 더 멀리 가도록 조절하면 된다.
고기가 걸리면 온전히 낚싯대만으로 제압해야 한다. 성급하게 줄을 잡으면 누치처럼 큰놈이 걸렸을 때는 줄이 끊어진다. 고기힘이 넘치면 저절로 대가 휘면서 투두둑 줄이 풀려나간다. 두 손으로 대의 손잡이와 중간만 잡고 감다가 풀어주기를 되풀이하면서 서서히 힘을 빼야 40~60㎝에 이르는 큰놈들을 낚을 수 있다.

☞ 견지낚시를 배우려면

남한강 상류인 충북 단양의 한 하천을 찾은 가족 단위의 휴양객들이 견지낚시를 즐기고 있다. 견지낚시는 수심이 얕은 하천에서 간단한 도구를 가지고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국민속견지협회(02-2281-0424) 단양연수원을 이용하면 된다. 기본 가이드와 안전장비를 포함한 낚시도구를 하루 1만5000원에 빌려주고(미끼 별도) 숙박(1일 1만원)도 가능하다. 전문강습을 원할 경우 강사진(10만원)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한국견지낚시협회(02-967-18110 견지학당·총무 김길윤 010-8920-2829)가 마련한 강습회(5월과 10월 1박2일)나, 한국민속전통견지협회 견지낚시캠프(8월 25~26일 충북 단양, 숙식·장비 포함 8만원. 조성욱 회장 010-3709-7675)에 참가해도 된다. 이들 단체의 안내로 지역 소모임에 참여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것도 좋다. 단양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경우 지난 5월 개관한 다누리아쿠아리움 수족관을 일정에 포함하면 더욱 풍성한 물고기 여행이 되겠다. 강원도의 테마마을인 홍천 살둔마을(010-5179-0366), 인제 냇강마을(033-462-5400) 등도 견지낚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