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 <368> 포항 내연산 향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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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차가운 옥색 계곡물, 기암괴석 휘감아 돌면… |
지난 주 '산&산'이 다녀온 포항 내연산은 산세가 장대하고 풍광이 빼어나 하루에 그 진면모를 다 알 수 없다. 문수봉~삼지봉~향로봉~매봉~삿갓봉~천령산으로 이어지는 말발굽형 산줄기는 어지간히 단련된 산꾼들도 단번에 걷기 버겁다. 게다가 능선과 능선 사이 깊게 파고 든 바위 협곡, 폭포, 소가 빚어내는 비경은 저마다 특색 있어 하나라도 놓치기 아깝다. 이런 연유로 '산&산'은 내연산을 다시 한 번 찾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준비한 계곡 산행 시리즈의 대미를 내연산에서 마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산행은 내연산 골짜기들의 물이 합류하는 하옥계곡에서 출발해 향로봉을 돌아보고, 다시 하옥계곡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내연산 최고봉인 향로봉(932m)은 이 산을 이루는 여러 봉우리 중 가장 서쪽으로 치우쳐 있다. 하옥계곡은 향로봉 아래 포항시 북구 죽장면 하옥리 일원을 흐르는데, 북으로 청송군 동면, 동으로 영덕군 달산면, 남으로 포항시 송라면에 인접하고 있다. 맑고 깊은 물이 30여 리를 뻗어 영덕군 옥계계곡으로 흘러 들어간다.
산행 코스는 하옥계곡을 가로지르는 향로교~정화감시초소(화장실)~TV 안테나~867봉~25번 구조 표지판~이정표~향로봉~911봉~갈림길~능선 내리막 갈림길~묘지~월성 손씨 묘~묘지~칼바위~계곡 합류~하옥계곡~원점 순이다. 총 8.2㎞ 구간으로 계곡에서 땀도 씻고 휴식하느라 4시간가량 걸렸다.
등산로 주변 말벌집 조심해야
맑은 날 정상서 호미곶 보여
하산길 융단처럼 깔린 말풀 눈길
계곡 주변 '마지막 피서객들' 캠핑
들머리는 상옥리에서 하옥리로 들어가는 69번 지방도로를 타고 들어가다 만나는 향로교다. 69번 지방도로를 따라 산허리를 타고 꼬불꼬불 돌아가다 보면 갑자기 수직에 가까운 암벽과 깎아지른 듯한 골짜기가 나타난다. 집채보다 큰 바위에 막힌 도로는 바위 사이로 뚫린 동굴로 빠지는데, 이 구간을 지나 만나는 작은 다리가 향로교다.
사실, 포항 시내에서 하옥계곡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다. 첫 번째 방법은 죽장면 소재지를 지나 입암서원 쪽 골짜기를 따라 포장된 도로를 20여 분 달리다 상옥리를 거쳐 10리 정도 더 들어가면 된다. 또 하나는 북구 기계면을 지나 기북으로 가는 길이다. 기북면 소재지에서 북쪽으로 한참을 달려 성법령을 넘어간다. 남은 한 갈래는 청하면 유계리 뒷산으로 매우 가파르게 나 있는 샘재를 넘어간다. 어느 길을 택하든 하옥리로 가려면 가파른 고개를 넘어 상옥리 마을을 지나 69번 지방도로를 타지 않으면 안 된다.
향로교에서 계곡 상류 방면으로 난 도로를 따라 2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화장실이 있다. 옛날 하옥계곡의 환경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정화감시초소가 있던 자리다. 초소는 언제 없어졌는지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화장실 왼편으로 난 뚜렷한 등산로를 따라 산자락에 붙는다. 안내판을 확인하니 여기서 향로봉 정상까지 거리는 3.7㎞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가벼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뗐는데, 어라! 시작부터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다. 해발 310m에서 520m까지, 표고차 200m가 넘는 경사를 단번에 치고 올라야 한다. 경사도를 줄이기 위해 지그재그로 난 길이 주능선에 합류할 때까지 20여 분간 이어진다.
게다가 곳곳에 벌집이다. 크기가 대추알만 한 말벌들이 등산로에 자란 나무 그루터기 주변으로 포악하게 날고 있다. 폭염으로 벌들의 생육이 빨라지고 번식이 활발해졌다더니 사실인가 보다. 지난 주 산행에서 벌에 쏘인 기억 때문에 벌집을 빙 돌아 우회해 올라갔다.
주능선에 합류하니 경사는 다소 완만해진다. 거칠어진 호흡이 다소 진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오르막길이다. 오르막은 정상인 향로봉까지 계속 이어질 것이다. 7~8분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니 등산로 옆에 TV 안테나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지형지물이 없는 숲길에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니 반가웠다.
TV 안테나가 있던 지점에서 867봉까지는 45분 거리다. 300m 이상 표고차가 나는 오르막길이 계속 이어진다. 다소 완만해진 등산로를 10분가량 더 걸으니 큰 상수리나무 가지 사이에 얇은 금속 안내판이 끼워져 있다. '25번 구조 표지판'이다. 119구조대에서 조난당한 등산객들의 위치 인식을 돕기 위해 만들어 둔 것이다. 구조 표지판에서 7분 더 전진하니 첫 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는 직진하면 향로봉이 0.7㎞, 왼쪽으로 꺾어 내려가면 삼지봉으로 간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정표에서 10분가량 더 걸으면 향로봉이다. 향로봉은 내연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포항시 송라면과 죽장면 경계에 걸쳐 있다. 죽장면 깊숙이 치우친 삼지봉(711m), 문수봉(622m) 등 내연산의 다른 주봉들과 대칭을 이뤄 내연산 전체 산세의 균형을 잡아준다.
정상은 넉넉하다. 정상석은 물론 월성 이씨 묘지, 헬기 착륙장까지 넉넉하게 품을 정도다. 억새풀과 관목 말고는 키 큰 나무들이 없어 전망을 가리지 않는다. 맑은 날이면 낙동정맥의 수많은 산무리들과 한반도 최동단에서 가장 먼저 해를 맞는다는 호미곶 끄트머리를 굽어볼 수 있다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날은 날씨가 흐릿해 동해 바다의 위치를 짐작만 할 뿐이었다.
하산은 월성 이씨 묘 상석 앞으로 난 길을 따라 내려간다. 수풀이 우거져 길이 흐릿하지만 하옥계곡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이 길밖에 없다. 정상석 왼쪽 옆으로 뚜렷한 하산 길이 있는데 따라 내려가면 목적지와는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하산을 시작한 지 5분 만에 갈림길을 만난다. 계곡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과 능선을 좀 더 타는 길이 갈린다. 계곡으로 바로 떨어지는 길은 험하기 이를 데 없어 왼쪽 길을 따라 능선을 좀 더 타고 내려가 하산하기로 한다.
5분 정도 더 하산, 911봉을 지나면 갈림길을 연속으로 두 번 더 만난다. 능선을 따라 20분가량 더 내려오면 말풀이 지천으로 자라 융단처럼 깔린 지점에서 길이 갈린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아 하산한다. 다시 10분을 더 내려오면 내리막 능선이 다시 두 갈래로 나뉜다. 계곡이 가까워졌는지 물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왼쪽으로 길을 잡아 계곡 방향으로 내려간다. 길이 흐릿하고 산만해 보이는데, 산행 안내리본을 잘 보고 내려간다.
마지막 갈림길에서 계곡에 합류하는 지점까지 줄곧 능선을 타고 내려오면 된다. 월성 손씨 묘를 포함, 3개의 묘지와 단검처럼 날카롭게 솟은 칼바위를 지나친다. 하옥계곡에 합류하는 데까지 40분 정도 소요된다.
계곡에 합류하면 탄성이 절로 터진다. 수량이 풍부한 물은 기암괴석 사이를 흐르다 고이다를 반복한다. 지난 주 내려왔던 덕골, 뒷골과 달리 하옥계곡은 넓고 완만하다. 물은 고여서 소를 만들 때면 옥색을 띠다, 다시 바위 사이로 흐를 때면 흰색 포말을 일으키며 변신한다.
계곡 주변에는 마지막 더위를 피하려는 피서객들이 드문드문 텐트를 치고 휴식을 즐기고 있지만 붐빌 정도는 아니다. 계곡 합류점에서 원점까지는 40분 소요.
산행문의 : 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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