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한가위 추억
유별나게 무덥던 여름을 지나니 가을 장마가 오고, 이어 9월 들어 태풍이 세 개나 쓸고 간 농심이 채 아물지 않은 올 추석은 농산물 등 추석 물가가 비싸 서민들이 차례상 차리기가 부담이 간다고 한다. 또 피해를 입은 농어민들은 수해 복구에 여념이 없고, 그 고향을 찾는 무거운 발걸음들이 많아 별로 달갑지 않는 추석 인심이라고들 한다.
그러고 우리같이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추석이 일요일이라 왠지 이틀을 손해 보는 듯한 아쉬움이 남는 추석이긴 하지만, 다행이 시월 삼일 개천절로 이어지는 퐁당 연휴가 되어 대부분 직장에서는 업무의 효율을 위해 쉬는 김에 푹 쉬다가 오라고 연차휴가 등을 주어 5일간의 충분한 휴무를 실시한다.
매년 그렇듯이 나의 추석은 조상님 산소에 벌초와 성묘를 하고 차례를 지내고 하다 보면 분주하게 지나간다. 추석 전날에는 동생과 같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와 아버님 산소에 벌초를 하고, 추석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고 나면 바로 청송군에 있는 문중 산소에 친척들이 모여서 8대조부터 증조부까지 벌초와 성묘를 마치면 하루 해가 저무는 것이 틀에 박혀버린 추석 명절이다.
옛날에는 추석 전에 날을 잡아 청송에 모여서 산소에 벌초를 하고, 추수가 끝난 늦가을에 날을 잡아 성묘도 하고 했는데, 모두 먹고 살기 위하여 타지에 흩어져 살다 보니, 일부러 벌초하러 모이기 어렵다고 하여, 집안 어른들이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추석날 차례지내고 오후에 산소에 모여서 성묘 겸 벌초를 하기로 결정하여 그렇게 하여 왔지만, 추석 전에 산행을 다니다 보면 골짜기에서 들리는 예초기 소리에 초조해지고, 깔끔하게 벌초를 해놓은 산소를 보면 왠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9월 29일 추석 전날 아침을 먹고 행장을 챙겨 시골집에 도착하니 하늘이 참 맑고 가을 향기가 물씬 풍긴다. 분당에 사는 큰아들이 춘천으로 가서 동생 가족과 같이 내려온다고 하여, 도착 할 시간이 지나서 전화를 했더니, 고속 도로가 밀리어 이제 재천에 내려오고 있는데 예상보다 많이 늦어진다고 한다. 벌초는 오늘 못하며 내일 해도 되니 어야든동 조심하여 천천히 내려오라고 한다.
* 추석 전날 고향집에 도착하여 황금빛 삽지껄에서 바라본 가을 풍경.
* 하늘이 참 맑고 구름 곱다.
* 어머님 장독대 앞에서 한물을 넘기고 자태를 뽐내며 늙어가는 과꽃(당국화)은 아린 추억의 향수가 흐른다.
* 어릴 적부터 학교 화단에 심던 과꽃은 추억의 꽃이다.
* 마당 앞 귀퉁이를 일구어 만든 채진밭에는 싱싱한 배추가 자라고.
* 채진밭 둘레를 향수의 꽃 채송화 리본으로 장식한다.
* 화분에 심은 하늘 고추.
* 집 모퉁이 담장 아래는 추석에 먹으려고 시기 맞추어 심은 상추와 열무가 자라고 있다.
춘천서 오는 동생이 늦어지는 관계로 기다리기 지루하여 방안으로 들어가 어머님과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일단 한숨 자고 일어나니,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에 동생이 도착하여 늦은 점심을 먹고, 동생과 조카, 큰아들과 함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님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간다.
* 서숙(조)이 익어가는 풍경.
위쪽에 농로 공사를 하는 중이라 차를 아래에 두고 예초기와 짐을 들고 걸어서 올라간다.
* 아버님 산소 뒤 정골 밭둑에서 바라본 풍경. 농로 포장 공사를 하는 중이다.
*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벌초하고 성묘를 한다.
* 산소 벌안이 넓어서 시간이 제법 걸리는데, 동생이 늘 예초기 담당이다.
* 아버님 산소를 벌초하다가 갑자기 예초기가 고장이 났다.
연료 주입구 나사가 풀려서 패킹이 파손되여 연료가 새면서 헛바람이 들어간단다.
큰아들이 자동차에 공구를 가지러 가는 동안 잠시 휴식이다.
* 석양이 구름을 비추어 만들어내는 하늘 풍경이 참 아름답다.
* 남서쪽 하늘에 구름 어우러지는 풍경이 시시각각 변한다.
* 아들이 자동차에서 공구를 가지고 오고,
* 예초기를 수리하여 저물어가는 시간에 벌초와 성묘을 마무리한다.
* 어느덧 동쪽 하늘에 높이 떠 오른 8월 14일 달은.
* 석양을 받아 얼굴이 하얗게 변해있다.
* 북서쪽 하늘에는 석양을 삼키고 취해버린 벌건 황룡 구름이 몸부림 친다.
* 승천하다 돌아보는 황룡구름.
벌초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어느덧 사늘해진 날씨에 어둠이 내려앉는다.
얼마 전부터 오른 팔꿈치 엘보우가 고장이 났는지 움직이면 가끔 통증이 왔지만,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오늘 벌초를 하면서 낫질을 조금 했더니, 다시 수시고 아파온다. 집에 있는 스프레이 물파스를 뿌리니, 어머님이 파스를 찾아 붙여 주신다. 생전 처음으로 내 몸에 파스를 붙여보는 순간이다.
9월 30일 추석날 아침에 우리 집과 재종 형님 집에서 추석 차례를 지내고, 청송군 월매리에 있는 문중 산소에 벌초를 하러 가려니 아픈 오른쪽 팔꿈치가 마음에 걸려 큰아들에게 좀 갔다 오겠느냐고 했더니, 작은 아들도 같이 가겠다고 한다. 조상 산소도 알고, 각지에 떨어져 살고 있는 친척들의 얼굴도 익힐 겸 같이 갔다 오라고 한다.
두 아들을 문중 산소에 벌초를 보내고, 점심 먹고 동생에게 뒷산으로 송이가 있는지 답사하러 가자고 하여 배낭을 매고 같이 나서니, 마눌이 통점재까지 태워다 준다. 통점재에 내려 솔밭 속으로 송이가 있는지 이곳 저곳 뒤지면서 살펴나간다.
* 어릴 적엔 이 곳을 장군바위라고 불렀는데,
가운데 굴 속으로 올라가기 어려워 위에서 내려와 들어가던 곳이데, 그 때는 어마 어마 하게 큰 바위였다.
* 이놈이 송이인줄 알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캐어보니 아니다.
아마도 송이를 닮은 독버섯인가보다.
* 송이는 보이지 않고 이상한 버섯들만 눈에 보이더니.
* 드디어 이놈은 진짜 송이인가 보다.
* 지팡이로 푹 찔러 캐니 송이 향기가 진하게 풍긴다.
* 옛날 개간 밭이 잡초 우거져 야생화 군락이 되어있다.
* 하얀 미국쑥부쟁이가 매밀꽃 처럼 흐드러지게 피었다.
* 오후 내내 산비탈을 더듬어서 찾아낸 송이와 영지. 그래도 처음으로 송이 구경은 한 샘이다.
저녁 때 서울에 살고 있는 질녀(은정이)가, 대구 본가에서 추석을 쉬고 외할머니 보러 외가에 찾아오고,
저녁 밥상에 송이 향기를 풍기면서 올 추석을 그렇게 넘긴다.
* 한가위가 옅은 구름 사이로 휘영청 밝다.
* 오랜만에 보는 시워스럽게 밝은 한가위인 듯하다.
10월 1일 추석 다음날, 오늘은 인천에 살고 있는 막내 여동생 가족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시골로 온다고 하여, 만나보고 가야겠기에 우리 식구가 포항으로 나오는 시간을 저녁 시간으로 늦춘다.
아침을 먹고 산에 갈 준비를 해 달라고 하여, 물병과 송편 몇 개, 사과 1개, 바나나 3개를 배낭에 챙겨 넣고 혼자 무작정 차를 몰고 하옥 골짜기로 향하다가, 솥전배기와 칠대박꿈이로 들어가는 넘절 목쟁이에 차를 멈추니 벌써 자동차가 여러 대 세워져 있다.
다시 차를 몰고 승용차 여러 대 주차 되어 있는 둔세동을 지나 주위를 살펴가며 덕골 입구 마두교 앞에 도착하니, 주차장 그득히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주차장 한쪽에 주차하고 덕골 개울 건너 바로 능선을 타고 올라 뒷골 쪽으로 향한다. 오늘은 산행도 산행이지만 어제 송이 맛을 보아서인지 왠지 송이버섯 욕심이 몸 속에 가득 배어 있는 느낌이다.
* 마두교 앞 풍경.
마주 보이는 저 봉우리를 바로 타고 올라 뒷터 쪽으로 무작정 뒤지면서 가보기로 한다.
* 아침 10시경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다.
* 배낭을 챙겨 매고 덕골 입구로 들어서는 물욕에 눈이 어두운 발걸음이 급하다.
* 능선을 오르면서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주차장과 마두전 쪽 풍경.
* 참나무 사이에 다문다문 박힌 소나무 아래를 살피면서 간다.
* 가을이 서서히 물들어가는 능선을 따라 가다가.
* 소나무가 보이는 곳은 무조건 들러서 검색을 하는데, 벌써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흔적이 반들반들 하다.
* 인간의 탐욕에 말이 없는 노송의 가지 사이로 바라본 영덕 팔각산 쪽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 시원하다.
* 내연산도 너덜겅 가에는 어느덧 가을이 내려앉아 알록달록 단풍이 물들어간다.
* 나무를 감아 올라간 담쟁이 넝쿨이 제일 먼저 얼굴을 붉히며 가을 노래를 부른다.
* 숲 속에서 사람인지 멧돼지인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여기 저기 들린다.
* 노송 아래는 걸음을 멈추고 이 잡듯이 훑으면서 지나간다.
* 가지 많은 노송 참 허울 좋게 우람하다. 송이도 없으면서..ㅎ
* 노송 따라 능선을 오르락 내리락 심신이 지치도록 걸었건만,
소나무 아래는 길이 반들반들하게 훑고 지나간 흔적뿐이고 송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철없는 산꾼의 물욕이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 내려선 곳이 뒷골 안망창이 가까운 뒷터로 나오는 길과 만난다.
* 잠시 오솔길을 걸어 나오니 눈에 익은 곳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오는 실폭포를 만난다.
* 이제 힘도 다 빠지고, 어느덧 오후 3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더 이상 송이는 포기하고 뒷터 쪽으로 걸어 나온다.
* 옛날 마을이 있던 뒷터에는 여기저기 야생 들깨가 많이 자라고 있다.
* 씁쓸한 기분으로 뒷터 마을 앞길을 지나온다.
* 마지막 초록이 사르는 오솔길은 골 바람이 시원하다.
* 가을이 다가오는 정겨운 쉼터바위 풍경.
* 노송이 쉬고 있는 능선에는 어느덧 단풍이 서서히 물들어간다.
* '민며느리밥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 가을 볕에 빨간 자태를 사른다.
* 뒷골로 내려서니, 시원한 골짜기 풍경이 펼쳐진다.
* 뒷골의 가을 물빛은 맑아도 너무 맑은 듯하다.
작은 피라미들이 노니는 모습은 물론이고, 물속에 숨은 모든 것이 너무 자세하게 들여다 보인다.
* 시원한 물소리 정겨운 작은 폭포.
* 뒷골 개울을 따라 내려온다.
* 맑은 물위에 고운 물결이 흐른다.
* 가을이 스며드는 내연산 뒷골은 호젓하기만 하다.
* 처음에는 저기 안쪽이 폭포였는데, 위에 바위덩어리가 물길을 막아 바깥 쪽이 새롭게 폭포가 된 모양이다.
* 하여간 물줄기 한 번 시원하게 흐른다.
* 조용한 뒷골은 저마다 노래하는 물소리만 은은하게 정겹다.
* 구절초 두 송이 정겹게도 피어 있는 길을 따라 덕골로 내려선다.
산 모기들이 구절초에 달라붙어 시샘하듯 피를 빨아댄다.
* 맑은 물소리에 가을이 찾아드는 덕골 계곡.
* 개울 가에는 어느덧 오색 단풍이 서서히 물들어간다.
* 무너져 내릴듯한 너덜겅 가에도 가을이 물들어가고.
* 저기 다래 넝쿨에는 달콤한 다래가 주렁주렁 달려 있을 듯한 느낌이 든다.
* 덕골 입구 마두교가 보이고,
* 산 그림자 걸리는 주차장에 돌아오면서 오늘 송이 탐색 산행은 종료된다.
* 아침에 올라가던 능선 위에 구름 한 떨기 피어난다.
아침 10시경에 잔뜩 기대에 찬 모습으로 산행을 시작하여 오후 4시에 주차장에 돌아왔으니, 무려 6시간을 송이를 찾아 허황되게 숲 속 비탈을 헤집고 다닌 샘이다. 서둘러 시골 집으로 돌아오니, 춘천에 동생 가족과 큰아들은 춘천으로 돌아가고, 인천에 매제와 가족들이 와 있다. 잠시 어울려 놀다가 저녁을 먹고 매제 가족과 질녀는 시골이 남겨두고 우리 가족은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3일간의 추석 고향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2.10.01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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