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소유한 나라'… 물 위 호텔을 아시나요
인도 케랄라 주(州)
- 인도의 수상 보트‘케투발롬’이 수로를 항해하고 있다. 배에 침실과 화장실, 식당, 커피 테라스 등을 갖춰 호텔처럼 꾸몄으며, 20여명까지 탈 수 있다./인도정부관광청 제공·이영민 기자
편도 2차선 아스팔트 도로에 자전거, 오토바이, 버스, 택시, 승용차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조그만 틈이 생기면 행인이 끼어들고, 더 작은 공간은 강아지 같은 길거리 동물의 몫이 된다. 말쑥하게 교복을 차려입고 어머니 배웅을 받으며 등교하는 아이 옆으로, 신발도 신지 않은 아이가 스쳐간다. 델리(Delhi), 아그라(Agra), 자이푸르(Jaipur), 뭄바이(Mumbai)… 오랜 세월 도시 전체가 '공존(共存)의 질서'를 만들어온 나라가 바로 인도다.
그중에서도 인도 남서부의 케랄라 주(Kerala 州)는 '인도 속 또 다른 인도'를 만나게 해준다. 전통의상인 도띠와 사리를 차려입은 남녀가 이방인의 카메라를 수줍은 미소로 응대한다. 잭 우드(인도산 빵 나무) 널빤지를 엮어 만든 케투발롬(숙박시설을 갖춘 배)이 호수와 운하를 한가롭게 떠다닌다. 코코넛 향과 후추향을 실은 바람이 닿는 산능선에는 거대한 차밭이 미로처럼 그려져 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트래블러 지가 '꼭 가봐야 할 세계의 여행지 50곳'에 선정한, '신이 소유한 나라' 케랄라 주의 보물 4곳을 다녀왔다.
- 매혹적인 케랄라 전통 여성무용 모히니야톰을 추는 무용수. / 인도정부관광청 제공·이영민 기자
◇해 질 녘의 바르칼라, 아침의 테카디
케랄라의 주도(州都) 트리반드룸 공항에 내려 차로 2시간 달리면 바르칼라(Varkala)가 나온다. 인도인에겐 2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는 힌두교 사원 '자나르다나'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민속촌에 가면 보는 기와집 정도 크기의 낡은 건물이다. 하지만 이곳에 '나르다'라는 현인이 신에게 벌을 받은 사람들이 속죄할 수 있도록 '바르칼람(나무껍질로 된 옷)'을 던져놨다는 전설이 있고, 이 지역 이름 '바르칼라'도 그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원에서 가까운 곳에 '바르칼라 해변'이 있다. 해질 무렵이면 라테라이트 토양 특유의 붉은 절벽이 시뻘겋게 불타오른다. 커피나 차이(인도식 차) 한 잔을 들고 2㎞ 길이의 절벽길을 걷기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힌두교 종교행사가 열릴 때마다 이곳을 가득 채우는 순례자들의 행렬도 이곳의 명물이라고 한다.
바르칼라가 해 질 녘이 아름답다면, 테카디(Thekkady)는 아침이 장관이다. 이곳에 인도 전역에서 가장 크다는 페리야르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있다. 아침이면 페리야르 호숫가엔 물소, 코끼리 같은 야생동물들이 물을 찾아 내려온다. 나무 사이에는 긴꼬리원숭이가 뛰어다니고, 물속에서 삐져나온 나뭇가지에는 물총새 같은 야생 조류가 교태를 부리며 앉아있다. 호랑이 보호구역이라고도 하지만, 정말 운이 좋지 않다면 수줍음 많다는 야생 호랑이를 보기는 불가능한 일이다(페리야르 보트 750루피/2시간).
고요한 분위기로 산책하고 싶다면 아침 안개가 걷히기 전, 테카디 구릉지대의 차밭이 좋다. 수확을 기다리는 푸른 잎에서 풍겨나오는 쌉싸름한 향기가 아침의 촉촉한 공기에 배어 있다. 물론 사방을 둘러봐도 차나무 밖에 안보일 정도로 거대한 차 재배지는 가히 위압적이다. 그 거대한 규모를 보면 이곳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차만 따다 죽어야 할 것 같고, 허리 높이의 차나무만 상대하다가 허리가 다 굽었을 것 같다는 망상이 들 정도다.
- 바다처럼 거대한 벰바나드 호수는 주민들 삶의 터전이다. / 인도정부관광청 제공·이영민 기자
◇물의 도시 쿠마라콤, 중세의 흔적 코치
쿠마라콤(Kumarakom)은 인도 내에서 손꼽히는 휴양지다. 19세기 초 인도에 온 선교사 헨리 베이커가 자자손손 살기 위해 만든 대저택도 이곳에 있고, 벰바나드 호수 주변에는 개성 있는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아탈 베하리 바즈파이 전 인도 수상도 2000년 이곳에서 휴가를 보낸 뒤 "이제 과거의 문제를 풀고 더 나은 미래로 향해 갈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성명 '쿠마라콤의 사색'을 발표했다.
쿠마라콤의 가장 큰 매력은 하우스보트 '케투발롬'을 타고 벰바나드 호수와 수백㎞로 이어진 수로를 여행하는 것이다. 이 배는 과거에는 쌀을 싣고 다녔지만, 지금은 숙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수상 호텔이 됐다. 관광객들에게 선계(仙界)에 있는 듯한 기분을 만들어주기 위해 배들은 열심히 회색빛 물을 헤치고 다닌다. 이 물이 여행객에겐 사진 속 인도의 흔적으로 남겠지만, 수로 변에 사는 주민들은 이 물로 몸을 씻고 밥을 짓는다. 사람(人)은 똑같지만, 삶(生)은 다르다는 서글픈 생각이 드는 풍경이다(케투발롬 이용 3500루피/1박 2일).
코치(Kochi)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번성했던 항구다. 관광 안내 책자 속 코치에 대한 소개에는 항상 '중국 광둥식 어망'이 등장한다. 기중기 형태로 그물을 내리고 끌어올리는 이 어업 기술은 한때 중국인들이 이곳에 들어와 전파했다고 한다. 아직도 이곳 어부들은 이 방식으로 고기를 잡아서 판다. 가끔 관광객들에게 조업에 참여하라 권하며 그물을 쥐여준다. 그러고는 어망을 잡고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준다. 물론 조업이 끝나면 '참가비'를 받는다.
코치의 가장 큰 매력은 구도심 마탄체리다. 이곳에는 커다란 향신료 창고,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에서 사망했을 때 시신을 처음 안치했었던 성 프란시스 성당과 네덜란드 궁전, 유태교회당(파르데쉬 시나고그) 등 과거의 유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중에서도 유대인 문화가 가장 눈에 띈다. 약 2000년 전에 유대인들이 향신료 무역을 위해 이곳에 찾아왔고, 무역항으로 키웠다고 한다. 그 덕에 유대인이 이후 들어온 포르투갈인들과 전쟁을 벌일 때도 코치의 왕은 유대인 편을 들었다고 한다. 비록 이스라엘 건국 이후 모두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가고 지금은 딱 9명만 남았다고 한다.
[여행 수첩]
■ 서울에서 인도 남서부 케랄라 주(州)로 가는 직항은 없다. 일단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가서 인도 내 52개 지역 국내선 연결망을 가진 인도 민간 항공사 제트에어웨이즈(9W)로 환승하면 된다. 9W를 이용하면 서울(또는 부산)에서 케랄라 주까지 가는 항공권을 서울(또는 부산)에서 한 번에 발권할 수 있다. 항공권 가격도 국적기 등이 취항하는 인도 내 다른 도시를 경유하는 것보다 이코노미석 가격은 50%(최저 가격 기준. 세금 및 유류할증료 별도)까지 싸다. 홍콩·싱가포르에서 스톱오버(체재)를 무료로 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 인도 남부는 쌀과 해산물을 많이 먹는다. 쌀은 한국에서 먹는 것과 달리 길쭉하고 찰기가 떨어져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쌀가루를 얇게 부친 아팜(appam)은 구수한 전의 맛이 난다. 특히 쿠마라콤 지역 하우스보트를 타고 뱃놀이를 즐기다가 어시장에서 직접 구입해 먹는 가재 요리는 일류 호텔의 바닷가재 요리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 케랄라 지역은 우기가 지나간 10월부터 3월까지가 여행하기 좋은 시기다. 연중 기온은 섭씨 22~30도. 언어는 타밀어와 말라바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아 여행지 대부분에서 영어도 통용된다. 입국할 때는 인도 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야 한다. 한국보다는 3시간 30분 느리다. 전자제품을 사용하려면 3구형 플러그가 필요하고, 인도 1루피는 한화 약 21원에 해당한다. www.kerala tourism.com. 인도정부관광청 한국홍보사무소 (02)2265-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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