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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행 후 장기간 지속되는 감기는 감기가 아니다

호젓한오솔길 2012. 11. 9. 22:12

 

[등산과 건강 | 다양한 감기증세]
가을 산행 후 장기간 지속되는 감기는 감기가 아니다
 
  • 조해석 조내과의원 원장. 서울시 의사산악회 총무
쯔쯔가무시 등 발열성 질환, 오한·몸살로 감기증세로 착각하기 쉬워

 

등산은 기본적으로 야외활동이다. 경쟁으로 들끓는 일상을 벗어나 내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내 다리 힘 닿는 만큼 갈 수 있는 등산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심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자연환경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급격한 날씨 변화에 따른 저체온증과 열사병,  낙상사고, 낙뢰사고, 야생동물이나 벌레에 물리거나 독버섯이나 독초 섭취에 따른 중독사고 등 여러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이 지면을 빌어 가을철 야외활동 시 감염위험성이 높은 발열성질환에 대해서 필자가 경험한 증례를 통해서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추석이 막 지난 가을 오후에 60대 후반 여자분이 오한, 고열, 몸살, 인후통 때문에 필자의 병원을 찾았다. 평소 고혈압 치료차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던 분인데,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주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산을 찾는다고 했다. 등산 수준도 동네 뒷산 다니는 정도를 넘어서 험한 암릉산행 위주의 고난도 등산 애호가였다. 매달 방문 시마다 필자와 등산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곤 하였다.


첫날 방문 당시 목 안이 붓고 경미한 인두궤양 소견을 보여 인후염으로 판단하고 치료를 시작했다. 그 다음날 환자분께서 아침 일찍 찾아오셨다.


“원장님! 더 심해졌어요. 온몸 피부가 벌겋게 변하고요, 춥고 열 나고 온몸이 더 아프네요.” 


환자 상태를 다시 살펴보니 흔히 보는 편도선염은 아니고 여성들에게 흔한 신장염증 소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고열과 피부발진을 동반했을까? 최근 다녀온 여행지는? 새로운 약물복용이나 건강보조식품 복용유무? 직업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았다.


시간 지나면서 피부발진 증상 동반… 유행성 감기와 경과 달라
환자는 매주 야외활동을 하는 분이었고 마침 시기도 가을철 발열성 질환이 유행하는 11월이어서, 군의관 근무시절 경험했던 여러 가지 발열성 질환을 떠올리며 환자분의 몸을 살펴보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좌측 겨드랑이에 손톱 반 정도 크기의 검은갈색 딱지가 보였다. 진드기에 물린 환자의 신체에 발생하는 이러한 딱지를 발견하면 진단이 쉬워진다. 이름도 생소한 쯔쯔가무시증이다. 이후 혈액검사를 통해서 쯔쯔가무시증으로 확진되었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시행한 결과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고 지금도 매주 산행을 즐기고 계신다.


한반도의 가을철은 눈에 보이지 않은 아주 작은 생물로 인한 발열성 질환이 유행하는 시기다. 대표적으로 ‘쯔쯔가무시증’, ‘렙토스피라증’, ‘신증후군 출혈열’(과거 유행성 출혈열) 등이다. 이들 질환은 오한, 몸살, 발열, 매스꺼움 등의 증상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엔 심한 몸살 감기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악화되며 피부발진, 기침 등의 증상이 동반되어 일반적인 유행성 감기와는 전혀 다른 질병의 경과를 보인다.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치명률이 쯔쯔가무시증 0~30%, 렙토스피라증의 경우 20~30%, 신증후군 출혈열은 2~7%에 이른다. 이들 질환 중에서 최근 5년 사이 발생이 증가 추세에 있는 ‘쯔쯔가무시증’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쯔쯔가무시증’은 수풀 속에 붙어 있거나 설치류(대개 들쥐)에 기생하고 있던 털진드기 유충이 사람을 물게 되면 털진드기 유충 체내에 있던 리케치아의 일종인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가 인체 내에 침입하여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9월부터 발병, 10~11월에 절정…  긴 옷·긴 양말로 신체노출 최소화로 예방
일년 중 털진드기 유충이 동물의 체액을 흡입하는 활동이 왕성해지는 9월부터 환자 발생이 증가해 10~11월에 절정을 이루고 12월 이후엔 감소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한반도 기온상승으로 전국적으로 발생빈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 조해석 조내과의원 원장. 서울시 의사산악회 총무

감염 후 6~8일의 잠복기를 거친 후 고열, 오한, 심한 두통, 피부발진, 구토, 복통,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털진드기에 물린 부위에 가피(Eschar)가 형성된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통해서 대개 완치될 수 있으나 치료시기를 놓쳐서 폐염, 심근염, 수막염이 합병증으로 발전하게 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중대한 질환이다. 치료 시 사람 간 감염이 되지 않아 환자 격리는 필요치 않다.


10월 중순 넘어 온 산이 붉게 물들고 가을 단풍산행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가을철 발열성 질환도 발생빈도가 크게 증가한다. 이에 안전산행을 위해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예방방법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긴팔 옷, 긴 양말을 착용하고 소매끝, 바지단을 단단히 여며서 신체 노출 부위를 최소화한다. 등산 도중 유난히 수풀이 우거진 곳을 통과할 때는 곤충 기피제를 노출 부위에 사용해도 좋다. 둘째, 풀밭이나 수풀에 눕거나 앉지 않으며 옷을 함부로 벗어 놓지 않는다. 셋째, 등산 후 바로 목욕을 하고 옷은 반드시 바로 세탁한다. 넷째, 야외활동 후 몸살 감기증상이 지속될 때 반드시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인터넷에서 각종 질병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는 있으나 신뢰할 수 없으며 가장 정확한 정보는 의사로부터 얻어야 한다. 쯔쯔가무시증의 경우 일부 환자는 진드기에 물린 상처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기정도로 소홀히 생각하다가 진단이 늦어져 합병증이 발병해 오랜 기간 투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와 같은 고급스러움이나 세련미는 없지만 투박하고 소탈한 등산이 나는 좋다.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숲속을 걷고 바위를 오르내리는 즐거움이 있는 등산을 나는 사랑한다. 항상 산에 들어설 때 자연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


참고: 질병관리본부 질병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