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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을 하려면 기능성 의류가 기본이에요”

호젓한오솔길 2012. 11. 9. 22:09

 

 

[나의 산행 패션]
“등반을 하려면 기능성 의류가 기본이에요”
  • 글·한필석 기자 
  • 사진·정정현 기자 
박상기·노원클라이머스 회원

 

“무엇보다 기능성이 뛰어난 옷을 선호해요. 암벽이나 빙벽을 등반할 때 옷이 거추장스러우면 신경이 거슬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균형이 깨지거든요.”


여성 산악인 박상기(47·노원클라이머스)씨는 “등산복은 패션과 컬러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활동성과 기능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등산의류에 대한 이러한 시각은 박씨의 산행 패턴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할 듯싶다.


인수파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옷맵시 좋기로 소문난 박상기씨는 암빙벽 등반에 주력하는 클라이머다. 1주일에 서너 차례 암벽을 등반할 정도다. 10월 20일 인수봉 등반을 앞두고 그녀가 입은 옷 역시 가장 좋아하는 가을 옷차림이었다.


모자는 운동모자형을 썼다. 짙은 카키색 OR 제품으로 양옆은 망사 소재여서 통풍성이 좋겠다 싶었다. 창 달린 모자를 좋아하는 것은 햇빛도 가려주고 위에서 떨어지는 흙이나 돌부스러기 혹은 초크가루가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킷은 아크테릭스 폴리스 내피 재킷을 즐겨 입는다고 한다. 그녀는 “운행 중 배낭에 넣어두었다가 쉴 때나 바람 불 때 꺼내 입는다”고 한다


“니트 분위기라 따뜻해요. 겨자색을 택한 것은 으스스한 가을철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예요. 그러나 바람에 약하기 때문에 방풍용 재킷을 꼭 지니고 다녀요. 가능한 한 부피가 작은 제품으로요. 오늘 입은 옷은 네파 소피아 퍼텍스 실드재킷이에요.”


재킷 안에 입은 집티 역시 땀을 흡수하고 배출해 내는 기능이 뛰어난 소재의 마무트 제품이었다. 박씨는 “땀을 빨리 배출해 내야 저체온증에 걸릴 위험이 적다”고 귀띔해 준다.


바지 역시 기능성이 뛰어난 스네이크 바이퍼 팬츠였다. 몸에 착 달라붙어 맵시도 좋지만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무릎 부위는 등반 중 바위에 긁혀도 잘 터지지 않도록 캐블러 원단을 덧대놓았다. 다리 안쪽도 캐블러 원단으로 만들어져 있다. 박씨는 “등반 중 신발에 묻은 흙이나 돌가루를 바지에 쓱쓱 문질러 털라는 이유에서 캐블러를 덧대놨는데 그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웃었다.


등산화는 파이브텐 리지화를 신고 있었다. 족형에 잘 맞아 편하고 접지력과 내구성이 좋아 북한산이나 도봉산처럼 바위 많은 산에서 신기에 최적이라고 말한다. 박씨는 “단지 제 발 사이즈는 225mm인데 230mm가 가장 작은 제품이어서 두툼한 양말을 신어야 한다”며 아쉬워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해 잔병치례를 많이 해온 박씨는 2007년 어느 날 마음 맞는 학부형과 둘이서 북한산을 찾았다. 처음에는 도선사주차장에서 10~20분 거리인 하루재조차 제대로 오르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약했지만 묘하게도 산에 가면 지끈거리던 머리가 맑아졌다. 그 맛에 산행 횟수가 늘어났다.


“세 번째 산에 올라갔다 내려온 날인가 학부형이 옷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면서 우이동 장비점으로 데려갔어요. 거기서 고수를 만났어요.”


당시 로우알파인 장비점을 운영하던 김명석(산악인의 집 주인)씨는 박씨를 암릉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전문등반에 맛들이다 보니 장비를 잘 갖춰야겠다 싶어졌고, 등반기술도 제대로 익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암릉에서 암벽으로 한 단계 발전하고, 전문등반 입문한 해 겨울에 빙벽등반도 배운 그녀는 이제 빙벽에 관한 한 고수에 속한다. 작년 1월 청송에서 열린 월드컵 아이스클라이밍대회에도 출전했고, 지난 6월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열린 네파컵 익스트림대회 혼성부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박상기씨는 “대회는 재미삼아 출전하는 것”이라며 “오래도록 건강을 지키면서 즐겁게 산에 다니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고 말한다. 박상기씨는 취재를 마무리할 즈음 “등산복은 겉옷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속옷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활동할 때는 물론이고 땀에 젖었을 때도 걸리적거리는 느낌이 없어야 해요. 겉옷에 재봉선이나 접합선이 티가 나지 않아야 하고요. 그런 점에서 몽벨 오리지널 제품을 선호해요. 호호, 그렇다고 제가 특정 브랜드 홍보하자는 건 아니에요. 사람마다 자기한테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