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무게 비우러 간다, 푸른 온기 머금은 숲으로
치유의 숲
- 강원 인제 자작나무숲 /조선일보 DB
몸과 마음을 비우기 위해 홀로 떠나는 '겨울숲'으로 '장성 치유의 숲'을 선택한 건 편백나무 때문이었다. 명상을 위해 한적한 곳을 찾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스산해질 정도로 황량한 곳은 피하고 싶었다. 그리고 오감(五感) 중 일단 시각(視覺)도 만족시킬 만한 곳이어야 했다. 활엽수가 많은 숲은 겨울에 앙상하고도 메마른 몸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대신 사계절 그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편백나무 숲을 택한 것이다. 겨울에 가도 숲의 온기를 느낄 만한 곳을 소개한다.
◇인제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는 대부분의 활엽수가 단풍의 절정을 지나 황량할 때 홀로 빛난다. 인제의 자작나무 숲에선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자작나무가 기슭마다 흰빛으로 출렁인다. 그 흰빛이 주위의 소리라도 다 빨아들이는 듯 숲이 적막하다. 생각을 비우려고 애쓰지 않아도 머릿속에 바람이 쌩하고 부는 기분이 든다.
전체 2000㏊의 조림지역 중 600㏊에서 자작나무 90만 그루가 자란다. 이곳의 임도(林道)는 흙길과 시멘트길이 번갈아 이어지고, 8부 능선쯤에선 자작나무 숲이 낙엽송, 소나무와 함께 어울린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산75-22번지, (033)460-8036
- 충북 보은 임한리 솔밭공원 /조선일보 DB
◇임한리 솔밭공원
250년 전 심은 소나무 100여 그루가 웅거한 이곳을 '한적'과 같은 단어로 표현하긴 부족하다. 그보다는 '경건'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너른 곳은 아니지만, 경건한 한 해를 보내기에 알맞은 숲이다. 어쩌면 한겨울에도 울울창창한 소나무를 보며 '내년에는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게 살자'는 다짐까지 할지 모른다. 눈이 오거나 안개라도 끼는 날이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다. 그러니 쨍하게 맑은 날보다 흐린 날에 가는 것도 좋다. 충북 보은군 탄부면 임한리.
◇담양 죽녹원
소개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가는 게 훨씬 좋은 곳이기에 이 목록에서 뺄 수가 없다. 눈 맞은 죽녹원은 흰 파도가 일렁이는 푸른 바다를 보는 것만 같다. 게다가 서걱대는 댓잎 소리만 들리는 울창한 대숲은 명상하기에도 좋다. 죽녹원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샛길, 추억의 샛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 모두 여덟 가지 주제의 길로 이루어져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산37-6, (061)380-3244
- 전남 담양 죽녹원 /조선일보 DB
◇월정사 전나무 숲
바람 때문인지, 겨울에는 숲의 냄새가 더 강해지는 것 같다. 이곳 전나무 숲이 유독 그렇다. 그러나 숲 내음 말고도 이곳에서 연말을 보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월정사(月精寺)의 '해맞이 템플스테이'다. 1월 1일 새벽 3시 30분부터 오대산을 올라 동해에서 떠오르는 새빨간 태양을 보는 것이 하이라이트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 63. (033)339-6800
◇장성 치유의 숲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664번지, (061) 393-1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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