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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도쿄·오사카 말고 '구마모토' 어때?

호젓한오솔길 2013. 1. 17. 08:27

 

일본 여행, 도쿄·오사카 말고 '구마모토' 어때?

 

 

일본 규슈 구마모토(熊本) 여행기

1. 구마모토성의 천수각 2. 아소산 분화구 3. 기쿠치계곡 4. 혼마루정식 사진을 클릭하시면 큰 이미지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일본에 도착해 처음으로 들른 휴게소에서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일본 연예인 '기무라 타쿠야'의 사진이었다. 그는 당첨금이 6억 엔인 로또의 광고 모델이었다. 포스터를 보며 '6억 엔이면 한국 돈으로 얼마일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휴게소 안으로 들어서자 곰 캐릭터가 그려진 각종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일본을 여행하는 동안 곰 캐릭터인 '구마몬 くまモン)'의 인기를 실감했는데, 기무라 타쿠야 못지않게 높은 것 같았다. '구마몬 (くまモン)'은 그냥 곰 인형이 아니다. 구마모토 현의 마스코트이면서 공무원이면서 '부장'이라는 직급도 가지고 있다. 마치 쑥과 마늘 없이도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사실 일본 '구마모토'라는 지역명을 처음 들었을 때 아무것도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여행책자를 찾아보니 일본의 3대 성(城)의 하나인 '구마모토성(熊本城)'이 유명하고, 활화산인 아소산이 명소로 꼽혔다.

일본 지도에서 구마모토를 찾아보니 한국의 부산보다 위도상 아래에 있었다. 겨울이지만 따뜻할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착각이었다.

2박 3일간 구마모토를 여행하며 명소를 찾아가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삶에 쉼표 하나 찍듯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되었다.

기무라타쿠야의 6억엔 로또 광고(작은 사진)와 구마몬(くまモン)이 그려진 과자들

 

\에메랄드 빛을 담은 일본의 활화산

"화구 주변에는 매우 강한 가스가 흐르고 있습니다. 천식이나 기관지 질환, 심장질환이 있으신 분은 분화구 견학을 금지합니다"

일본 아소산 분화구에 도착했을 때 한국어 안내 방송이 흘러나와 단번에 '활화산'에 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분화구를 보며 '물빛이 참 곱구나' '활화산이라는데, 물은 뜨겁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활화산 하면 시뻘건 용암이 분출하는 것을 생각했기에 분화구에 고인 에메랄드 빛 물이 아름답고 신기했다. 분화구에서는 몽글몽글 화산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하얀 연기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는 모습이 분화구에서 구름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구름 생산이 뜸할 때면 에메랄드 빛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분화구의 에메랄드 빛 물과 몽글몽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분화구 주변에는 비상사태 때를 대비해 돔 형태의 콘크리트 대피소가 몇 개 있었다.

분화구를 구경하고 돌아서는데 안내판 위에 있는 파란색 경고등이 반짝반짝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순간 ‘비상 상황이니 분화구에서 멀리 달아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니 사람들의 동요가 전혀 없었다. 경고등 아래 표지판을 보니 파란색은 안전한 상태, 빨간색은 위험하니 피난하거나 하산하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분화구는 언제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아소산 코앞까지 가도, 화산 활동이 활발할 때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다.

눈으로만 담을 수 있는 풍경 '다이칸보'에 오르다

일본 외륜산의 최고봉으로 해발 936m인 다이칸보(大觀峰)에 올랐다. 아소산은 5개(네코다케, 다카다케, 나카다케, 기지마다케, 에보시다케)의 산을 통칭해서 부르는데, 다이칸보에 오르면 좌우로 쫙 펼쳐진 아소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부처가 누워있는 모습처럼 보인다고 해서 '열반상(涅槃像)'이라고도 불린다.

'네코다케'가 옆얼굴, 다카다케가 가슴, 나카다케가 배꼽, 기지마다케와 에보시다케가 양 무릎이라고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위 사실을 알고 보면 사람이 누워있는 모습처럼 보인다.

다이칸보에서 본 아소산 모습. 맨 앞에 네코다케가 부처님의 옆얼굴에 해당한다.

 

다이칸보에서 시선을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소마을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여기저기 시선 두는 곳마다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카메라에 대자연의 장관을 담고 싶었지만, 모든 것을 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쉬운 대로 멋진 풍경들을 눈으로 보고 오래오래 기억하기로 했다.

일본 남자를 울린 '겨자연근'?

일본 구마모토 향토음식 중 하나인 '겨자연근'을 맛보았다. 3대째 '겨자연근'을 만들어 판매하는 무라카미 노리토시 (村上範年) 씨의 가게에 들어섰다. '겨자연근'은 이름도 생소하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이라 맛이 궁금했다. 연근 구멍에 겨자와 된장 등을 섞은 재료를 채운 뒤 기름에 튀긴 것이다. 겨자의 톡 쏘는 맛과 연근의 아삭한 맛이 조화를 이뤄, 느끼하지 않다. 몇 번 씹다 보면 코가 뻥 뚫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일행 중 일본인 남성은 눈물까지 흘리며 겨자연근을 삼켜야 했다. 남자를 울린 겨자연근이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각오하고 먹는 것이 좋겠다.

구마모토 향토음식 겨자연근(작은 사진), 겨자연근의 매운맛에 눈물 흘리는 일본인

 

일본 거리에 걸린 이순신 동상 사진

'겨자연근' 주인인 무라카미 씨가 가게를 나와서 담벼락을 가리킨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 사진이 보인다.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사진이 일본 도심 한복판에 붙어있다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한일우호의 증거'라는 제목으로 이순신 장군, 조선의 승려인 송운대사, 가토 기요마사 (加藤淸正) 이렇게 세 명의 모습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순신 동상 사진이 일본의 한 마을에 걸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주민이나 일본인들은 이순신 장군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구마모토시 신마치에 걸려있는 한일 우호의 증거

 

일본 구마모토성(熊本城)에 조선인의 손길이?

구마모토성(熊本城)은 오사카성, 나고야성과 함께 일본의 3대 명성(名城)으로 불린다. 성(城)을 둘러보면 돌담이 특이한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래쪽은 피라미드처럼 비스듬하다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수직인 형태이다.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이렇게 쌓았다고 한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닌자들이 담을 훌쩍 넘어 침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구마모토성에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마모토성의 석벽을 '무샤가에시(武者返し)'라고 부른다. '무사도 돌려보낸다'는 뜻이다.

 

무사도 함부로 발을 못 들였던 구마모토성을 둘러보자. 성에서 가장 높은 곳인 '천수각(天守閣)'에 올라서면 구마모토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도심에서 야경을 보거나 시내를 보려면 보통 건물에 올라갔는데, 성의 꼭대기에 올라가서 풍경을 보니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보는 방향에 따라 성 안과 밖을 볼 수 있고, 맑은 날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소산도 볼 수 있다.

구마모토 성은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1601년에 착공해 7년에 걸쳐서 세운 성이다. 1877년 불탄 '천수각(天守閣)'은 1960년에 재건했다. 임진왜란 당시 왜장인 가토 기요마사는 조선에서 퇴각하면서 조선의 기와·축성 기술자들을 끌고 갔다. 그런 포로들을 성을 쌓는데 동원했다고 한다. 400여 년 전 우리 조상의 손길이 닿았던 곳이다. 우리 선조의 아픈 역사가 담긴 곳이기도 하다.

 

 

성 안의 건물 중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고 400여 년 전 모습 그대로인 건물이 있다. 우토야구라(宇土櫓)이다. 이 건물에 들어갈 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계단이 조금 가파르다.

구마모토 성 아래에 있는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桜の馬場 城彩苑)'은 에도시대의 마을을 재현한 곳이다. 또한 종합관광안내소가 있으며 한글 팸플릿이 갖춰져 있다. 한국에서 일본 관광정보를 챙겨가지 못했거나 현지에서 더 알고 싶은 정보가 있으면 한번 들러보자.


 

현지인이 추천한 라면집

구마모토는 돼지 뼈로 육수를 낸 돈코츠라면이 유명하다. 현지인이 안내한 곳은 아지센(味千) 라면집이었다. 가게 내에 자판기가 있어 먹고 싶은 라면을 골라 식권을 구매한 뒤 점원에게 주면 된다. 일본어가 짧아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자판기에는 라면 사진과 가격이 적혀 있다. 돈코츠라면의 느끼함이 부담스럽다면 마늘이 들어간 쿠로마유(黒マー油)라면을 추천한다.

1. 쿠로마유(黒マー油)라면 2. 젠부(全部)라면 3. 돈코츠(豚骨)라면 4. 다카나(高菜)라면

 

느릿느릿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기쿠치(菊池) 계곡은 일본 삼림욕 100선, 폭포 100선에 꼽힌 곳이다. 입구에서 5분쯤 걸었을 때 작지만 콸콸 힘차게 쏟아지는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진한 파란색 물을 보고 있으니 계곡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귀로는 물소리를 듣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천천히 걸었다.

 '스이젠지공원(水前寺公園)'은 호소카와 가문이 3대에 걸쳐 만든 정원이다. 정원이 도심에 자리 잡고 있지만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 조용하다. 12월의 폐장 시간이 오후 5시라 서둘러 둘러보고 나왔지만, 여유가 되면 아침 정원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여행수첩


● 환율 : 100¥(일본 JPY)=약 1,256원(2012.12.26기준)
● 항공편 : 인천에서 구마모토 공항까지 월, 목, 토요일 3회 운항 소요시간 1시간 25분
● 배변 : 부산에서 후쿠오카 하카다 항구까지 소요시간 2시간 55분
● 여행 정보 미리 알기 | 일본정부 관광국 서울 사무소, 시청역 호텔 프레지던트 202호 02-777-8601, http://www.welcometojapan.or.kr (직접 방문하기 어렵다면 인터넷의 e-가이드북도 유용)

구마모토시가 운영하는 한글 관광 사이트 http://joajoa-kumamotocit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