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 산사람]
충주호 악어봉
# 물 위 고개 내민 능선들, 악어가 헤엄치듯
# 아름드리 노송 운치 감탄 힘든 줄 몰라
충주호에 악어 떼가 나타났다. 만우절에나 통용되는 거짓말이겠지만 막상 확인하거나 사진으로 보는 순간 당신은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살아 움직이는 악어 떼가 아니라 산의 주능선과 지능선이 충주호에 잠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산정에서 보면 그 모양이 마치 무리지어 충주호를 헤엄치는 악어 떼의 모습과 흡사하다.
그러나 마음만 먹는다고 아무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헬기를 타고 하늘에서 관찰하는 것 이외에 유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악어봉이다. 이 봉우리가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KBS 방송국 ‘생생 정보통’이란 프로그램이다. 그 후 사진작가들과 지역의 산꾼에게 알음알음 알려지다 최근에 가벼운 산행지 또는 인근의 다른 산과 연계한 중장거리 산행지로 급부상 중이다.
악어봉이 위치한 곳은 충북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 그러나 10만분의 1 지도나 5만분의 1 행정 지도에는 그 위치나 지명이 전혀 표기되어 있지 않다. 지명이 없어 자료가 있을 리 만무, 인근의 충주 대미산(681m)을 검색 후 겨우 산행지도를 만들 수가 있었다. 대미산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백두대간 상의 봉우리가 아니라 계명지맥(鷄鳴枝脈)에 위치한 산 중의 하나다. 참고로 계명지맥은 백두대간 마폐봉 동쪽 1㎞에 위치한 745m봉에서 분기해, 북바위산. 망대봉. 대미산. 남산. 계명산. 광명산. 대문산을 지나 달천과 남한강이 합수해 탄금교 합수나루에서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약 36.35㎞에 달하는 산줄기다.
등산의 시작점은 두 곳. ‘월악도토리묵밥집’과 ‘공의교’다. 산행의 패턴에 따라 시작점이 달라진다. 대미산과 연계한 종주산행을 선호한다면 묵밥집에서, 악어봉과 ‘작은 악어봉’을 연계한 3시간 정도의 가벼운 산행을 목적으로 한다면 공의교에서 시작하는 게 낫다. 짧은 등산이라고는 하나 시작점에 따라 독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직 제대로 된 이정표나 등산안내도가 전혀 없는 산이라면 더욱 더 유의해야 한다.
넓은 주차장과 식당 건물이 있는 월악도토리묵밥집에서 등산을 시작하면 36번 국도 건너 플라스틱 간이 펜스 너머로 등산로가 보인다. 오름길은 처음부터 가파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 탓인지 반들반들해 길을 잃을 염려는 전혀 없다. 무덤을 통과하면 등산로 주변에 이따금씩 나타나는 소나무들이 산의 느낌을 아주 청량하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어봉이라 부르는 448m봉에 오르면 충주호의 조망이 정점을 찍는다. 탁 트여진 전망 속에 충주호를 헤엄치는 듯 악어 떼들이 득시글거리고 좌측 전방 저 멀리부터 충주 남산과 계명산, 주봉산과 부산, 황학산과 동곡산이 호수 너머로 차례로 조망되기 시작한다. 묵밥집에서 이곳까지는 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448m봉에서 삼각점봉우리까지는 운치 있는 아름드리 노송들이 그 기개를 뽐내는 전시장이다. 등산로가 오염되지 않아 마음마저 정갈해진다. 가파르게 아래로 잠시 내려 꼽는가 싶더니 어느새 안부다. 여기서도 좌측으로 탈출로가 보인다. 가야 할 봉우리를 눈으로 가늠하고 다시 길을 가파르게 치고 오르면 밑에서 보았을 때 가장 뾰족한 봉우리는 우측으로 감아서 돈다. 나지막한 안부에 잠시 내려섰다가 작은 봉우리를 치고 오르니 비로소 삼각점이 있는 559m봉이다.
남쪽 대미산 방향으로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오목조목 수묵화를 그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는 장소가 협소하다. 어떤 산꾼은 이곳을 악어봉이라 표기하고 448m봉을 ‘작은 악어봉’이라 칭했지만 그것은 틀린 게 아닐까 한다. 자칫 높이에 민감해 제일 높은 이곳 삼각점봉을 악어봉이라 명명할 수는 있겠지만 여기서는 전혀 악어 떼를 감상할 수가 없다.
여기서 등산로를 선택한다. 대미산을 연계한 종주산행을 원한다면 좌측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주능선을 타면 된다. 오르내림이 많은 긴 능선길이라 자신의 페이스를 감안한 후 등산에 나설 것을 권한다. 공의교로 하산하기 위해서는 조금 전 올랐던 안부로 다시 내려가 우회해 지났던 봉우리 정상으로 올라가 우측 능선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정표가 전혀 없다.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은 길이라 등산로가 푹신푹신하다. 능선이 마치 거대한 성벽을 걷는 듯하다. 그러나 자칫 방심하면 길을 잃을 염려가 있다. 바위벼랑은 없지만 매우 가팔라 자칫 길을 잘못 들면 산의 허리를 타고 능선으로 이동하기보다는 다시 되돌아가 봉우리에 오른 다음 다시 능선을 선택하는 게 낫다. 봉우리에 올라 등산로가 잘 보이지 않거나 방향이 애매할 때는 좌측 지능선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등산로 상에서 월악산의 주봉인 영봉과 하봉을 감상할 수 있고, 충주호와 하산지점인 동이교가 훤히 내려다보이기도 한다.
묵밥집에서 등산을 시작, 악어봉과 삼각점봉을 경유해 동이교로 하산하는 데 3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묵밥집까지 국도를 따라 원점회귀 한다면 3, 4시간 정도가 걸린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한대로 이 코스를 선택하려면 역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처음 오르막이 다소 힘들고 거칠지만 등산로를 잃을 염려가 전혀 없고 내림 길에서 조망하는 충주호의 악어 떼가 일품이기 때문이다.
뻐근한 등산으로 계획을 잡는다면 묵밥집에서 등산을 시작, 충주 대미산을 연계 후 몽선암을 거쳐 내사1리나 내사2리로 하산하면 된다. 대미산까지 길은 다소 뚜렷하나 몽선암 이후 내림 길이 조금 혼란스럽다. 총 등산 소요시간이 5시간 이상을 상회한다. 묵밥집에서 작은 악어봉(448m)까지 단순 왕복이 가능하다. 1시간이 조금 넘는다.
등산을 마친 후 차량으로 10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수주팔봉’이 볼만하고 등산 시작점과 끝 지점에 있는 ‘월악도토리묵밥집’에서 판매하는 도토리로 만든 다양한 먹거리와 검은 콩 막걸리가 그야말로 별미다. 대구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도 오후 7시 이전에 충분히 귀가 할 수 있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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