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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4>신안 임자도

호젓한오솔길 2013. 6. 14. 08:24

 

[그 섬에 가고 싶다, 다도해 기행] <4>신안 임자도

  • 임자도=권경안 기자

 

민어와 육젓, 천일염… 이 모래섬엔 '맛'이 들었다


	바닷가 햇볕은 강하다. 바람과 함께 소금을 만든다. 전남 신안 임자도의 천일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고 있다
바닷가 햇볕은 강하다. 바람과 함께 소금을 만든다. 전남 신안 임자도의 천일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고 있다./김영근 기자

 

전남 신안 임자도는 큰 모래섬이었다. 12㎞쯤 백사장이 이어지는 대광해수욕장에는 가는 모래들이 바람에 섞여 날렸다. 섬사람들은 "먼지모래"라고 했다. 입자가 매우 작고 고와서 그런 듯했다. 해수욕장 아래쪽으로 뭍타리(섬)와 섬타리(섬)가 바다 위에 떠 있었다. 섬타리와 본섬 사이에 물이 빠지자 모래가 드러났다.

임자도를 둘러싼 서쪽 바다에는 작고 고운 모래층이 많은데, 이곳에서 새우가 잘 자란다고 했다. 그 새우를 먹는 것이 민어·병어다. 요즘 임자도는 병어·민어가 제철이다. "통통하게 살 오른 산란기 민어가 최고의 맛"이라고 했다.

지금은 파시(波市·바다 위에서 열리는 임시 어시장)의 영화(榮華)는 사라졌지만, 민어 맛은 여전하다. 6~9월이면 섬타리·뭍타리와 하우리 사이 해변에 수많은 배가 그 위로 사람이 지나다닐 정도로 정박해, 떠들썩하게 민어를 사고팔았다. 타리섬 일대에서 형성된 '타리 민어 파시'였다. 이 파시는 해방 직후 사라졌다.

민어뿐 아니라 새우젓도 이름나 있다. 이름난 곳은 전장포. 6월이면 담는 새우젓이 '육젓'. 하얀 모래밭에서 자라 육젓도 하얗다. 이 포구는 어민들의 애환(哀歡)이 세월과 함께 곰삭은 곳. 곽재구 시인의 '아리랑 전장포 앞바다에 웬 눈물방울 이리 많은지'로 시작하는 '전장포 아리랑' 무대다. 전장포구 곳곳에서 어민들은 황석어 등 잡어들을 말리고 있었다.

새우젓이 이름나는 데는 소금도 한몫하고 있다. 임자도에는 햇볕과 바람으로 만드는 천일염 밭이 많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갯벌 천일염 프랑스 게랑드소금에 비해 미네랄 성분이 더 많다고 했다.

바닷물과 바람의 영향이 컸는지 임자도에는 경관이 많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쪽에 용난굴이 있다. 150m를 걸어야 반대쪽 출구로 나갈 수 있는 바위굴이다. 이 바위굴에 해변 양쪽 바위산이 감싸는 아담한 해변(어머리해수욕장)이 있다. 또 대둔산 남쪽 은동마을 앞에도 낙조가 아름다운 해변이 있다.

이 자연의 섬에 유배자가 있었다. '외로운 섬에 떨어져 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산과 고목, 안개, 공기뿐. 필묵으로 울적한 마음을 쏟았다.' 한양에서 졸지에 섬으로 쫓겨왔던 조선 후기 화가 조희룡(趙熙龍·1789~1866)은 이렇게 썼다. 이 흑암리 오두막집에는 '갈매기들이 찾아와 우짖고' '거친 산과 찬 구름'이 감싸고 있었다. 임자도에서 '조선의 산수(山水)'를 보고 눈을 떴다. 1851년부터 3년 동안이었다. 그는 중국풍의 '남종 문인화'를 따르지 않고, 조선 산천의 색깔을 구현한 '조선문인화'의 세계를 열었다. 사람들이 사는 네 개의 섬에다 무인도 60개가 바다 위에 떠 있다.

☞ 여행수첩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가다 전남 무안군 해제(반도)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신안군 지도와 다리로 연결돼 있다. 지도읍 점암선착장에서 철부선에 승용차와 함께 탑승한다.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배가 운행한다. 임자면사무소 (061)275-3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