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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 전염병

호젓한오솔길 2013. 9. 21. 19:53

 

 

오한·두통·근육통…초기 증상 감기와 비슷

야외활동때 특히 주의를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가을이면 유행하는 발열성 질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명 ‘가을철 3대 질환’이라 불리는 쓰쓰가무시병, 렙토스피라병, 신증후성 출혈열과 같은 발열성 질환이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야생진드기 바이러스로 불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도 11월까지 발생할 수 있어 야외 활동객의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이들 발열성 질환은 초기 증상이 감기(오한, 두통, 근육통)와 유사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초기엔 두통, 발열, 오한

쓰쓰가무시병(Scrub Typhus)은 가을철 열성질환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흔히 발생하는 병이다. 쓰쓰가무시는 ‘작고 위험한 것’이라는 뜻으로 쓰쓰가무시라는 균에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의 피부를 물 때 쓰쓰가무시균이 인체로 들어가 그 부위에서 증식하면서 발병한다. 털진드기는 주로 쥐 등에 기생한다. 동남아시아나 극동지역에서 주로 발견되는 감염증이며, 우리나라도 전국 각처에서 발생되고 있다.

털진드기의 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는 9월부터 질병이 발생하기 시작하고, 11월에 절정을 이루다가 12월부터는 감소한다. 쓰쓰가무시병 환자 수는 2009년 4천995명에서 지난해 8천60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지난해 환자를 분석한 결과 9~11월에 전체 환자의 약 90%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에게서 발병하기 쉽고, 국내에서는 성묘를 가는 추석을 전후해 많이 발생한다.

감염된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린 뒤 1~3주 후 갑자기 시작되는 두통, 발열, 오한이 초기 증상이며 이어 기침, 구토, 각막충혈, 근육통, 복통 및 인후염, 림프절 종대(커진 상태, 비대) 등이 동반되고, 피부에 발진과 부스럼 딱지가 나타난다.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1~2일 내에 증상이 빠르게 호전될 수 있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약 2주 동안 발열이 지속된다. 합병증으로 뇌수막염, 난청, 이명이 동반될 수 있다.

아직까지 개발된 백신이 없으므로 야외활동 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염된 물 통해 감염

렙토스피라병(Leptospirosis)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돼 발생한다. 매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사람과 동물에게 동시에 감염될 수 있는 흔한 인수 공통 전염병이다. 감염된 동물은 만성 보균상태를 유지하면서 렙토스피라균을 소변으로 배설해 개울이나 강물, 지하수, 흙 등을 오염시킨다.

사람은 오염된 환경과 접촉하면서 감염된다. 특히 장마철 야외활동이 많은 사람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수기에 집중호우나 홍수가 있을 때 농작물 피해 방지나 재해복구 작업 등에 참여한 농부, 축산업자, 군인, 자원봉사자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행이 수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

발생시기는 8월 초부터 시작, 9~10월에 최고조에 달한다.

갑자기 시작되는 발열과 두통, 오한, 심한 근육통(특히 종아리와 허벅지), 충혈 등이 흔한 증상이다. 이상한 형태의 발열, 수막염, 발진, 용혈성 빈혈, 피부나 점막의 출혈, 의식저하, 객혈을 동반하는 호흡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이 중 황달을 초래하는 렙토스피라병은 5~10% 정도다. 황달이 생긴 중증 환자의 5~30%가 간 장애가 아닌 신부전으로 사망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렙토스피라병은 근육통이 심한 것이 특징이며, 특히 등과 걸을 때 쓰는 다리의 근육통이 심하다”며 “심한 경우 객혈(혈액이 섞인 가래를 기침과 배출하는 것)을 할 수 있다” 고 밝혔다.

◆들쥐 서식지 조심해야

늦가을에 유행하는 신증후성 출혈열(Hemorrhagic Fever with Renal Syndrome)은 ‘유행성 출혈열’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한 질병이다. 현재 신증후성 출혈열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15만명에게 발생할 정도로 공중보건학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타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만성 감염된 등줄쥐의 타액, 분변 등으로 한타바이러스가 배출, 공기 중에 건조된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된다. 쥐가 많이 서식하는 야외에서 눕거나 작업할 때 감염 위험이 높다.

주로 건조한 시기인 10~12월에 많이 발생하며, 대부분 농촌지역에서 발생하지만 드물게 도시의 집쥐나 실험용 쥐를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야외활동이 많은 남자, 농부, 군인, 설치류 동물 실험실 요원에게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발열, 출혈, 신장 병변 등의 증상을 보인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거나 입천장과 겨드랑이에 점상 출혈을 보이기도 한다. 점상 출혈이란 점처럼 곳곳에 출혈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또 폐포 내로 체액이 유출돼 폐부종이 발생하면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 있다. 혈관기능 장애뿐만 아니라 혈소판의 기능 장애 및 혈소판 감소가 나타나면서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1951년 이후 매년 수백명 정도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치사율도 7% 정도로 높다. 감염 후에는 항체가 생기고 항체는 수십년 후까지 유지되기 때문에 다시 감염될 염려는 없다.

 


◆피부 노출 가급적 삼가야

올해는 특히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매개하는 참진드기에 대해서도 주의해야 한다.

지난 5월 처음으로 야생 진드기 바이러스로 인한 SFTS 감염이 보고된 뒤, 현재까지 국내에서 총 22건이 SFTS 감염 사례로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중 50%인 11명이 숨졌다.

야생 진드기의 서식기간은 4월부터 11월로, 가을철에도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원인 불명의 발열, 소화기 증상, 혈소판 감소, 백혈구 감소 등이 나타나며 환자의 혈액에서 원인 바이러스를 분리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해 확진할 수 있다.

예방법은 특히 작은소참진드기의 활동 시기에 산이나 들판에서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을철 열성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공통적으로 유행지역의 산이나 풀밭에 가는 것을 피하고, 잔디 위에서 눕거나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좋다.

외출복이나 작업복을 세탁하는 것도 중요하다. 병원에서 일반적인 검사를 하면 열성질환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므로 상기도(기도에서 기관지·후두·인두·코 안이 있는 부위) 증상 없이 고열이 계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도록 한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권현희<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감염내과 교수>
■ 가을철 주의해야 할 전염병
구분 쓰쓰가무시병 신증후성출혈열 렙토스피라병 SFTS(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주요증상 발열, 오한, 두통, 발진(가피형성) 구토, 복통 발열, 오한, 두통, 결막충혈, 발적저혈압, 소변감소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관절통 발열, 소화기증상 두통, 근육통 림프절종창
호발시기 9∼11월 10∼11월 9∼11월 4∼10월
주요
감염경로
감염된 털진드기(유충)에 물림 쥐 등의 소변, 분변에 접촉 배설물에 오염된 물과 접촉 감염된 참진드기등에 물림
예방 및 
치료
백신 부재, 항생제 투여 및 보존적 치료 고위험군백신접종 내과적 보전적 치료 백신 부재, 항생제 투여 및 보존적 치료 백신 부재, 내과적 보존적 치료
발생수 8,604명(사망:9명) 364명(사망:8명) 28명(사망:0명) 25명(사망:12명)
 <환자 발생수는 2012년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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