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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먹방골 호미걸이 한마음 행사(2014.08.15)

호젓한오솔길 2014. 8. 15. 22:40

 

 

고향 먹방골 호미걸이 한마음 행사

 

* 날짜 : 2014.08.15(광복절)

* 장소 : 포항시 북구 죽장면 상옥리 먹방골(먹을 만드는 고을)

 

호미걸이는 한해 농사일을 끝낸 후 다음해의 농사를 위해 호미를 씻어 걸어둔다는 뜻에서 유래하는 농촌 두레공동체의 전통민속행사로, 세벌 김매기가 끝나는 음력 7월로 접어들면 행해지는데 농기의 벼릿줄에 주렁주렁 호미를 걸어둠으로써 사실상 한해 농사를 마감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호미걸이는 매년 하는 것이 아니고 두벌김을 맬 때쯤 그 해 농사를 어느 정도 가늠하여 농사가 잘되었다고 판단될 때만 했다고 한다.

 

옛부터 '오강지두 팔령지하' 라고 부르는 고산분지에 형성된 상옥 마을은 신라시대 서라벌에서 난을 피하여 들어온 사람들이 정착하여 살며 고관대작들의 고급주택이 즐비하였으며 한 때 1,000호가 넘게 살았다고 전한다. 먹방골은 그 당시부터 먹을 만드는 고을로 소문이 났고, 무쇳골은 병기와 농기구를 만드는 마을로 군사상 중요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어릴 적 먹방골 마을은 인구가 제법 많은 큰 부락이었는데, 지금은 마을 전체가 53가구만 남아 있고, 그 중에 절반 정도가 홀로 사는 노인들과 대부분 두 사람이 사는 가구이고 보니 전체 동민이 100명도 안 된다고 한다.

 

옛날 먹거리가 귀하던 어릴 적에는 매년 광복절 날 마을 수호신을 모신 당나무 아래서 동제사를 올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마을 앞 개울가에 서있던 커다란 세 그루의 밤나무 그늘에 동민이 모두 모여서 집집마다 사는 형편에 따라 정성껏 마련해온 음식과 술을 골고루 나누어 먹으면서 하루를 즐겁게 놀았다.

 

호미걸이 다음날은 마을의 잿길을 닦고는 오는 길에 풀을 한 짐씩 베어와서 경매를 하여, 팔린 집으로 지고 가서 저녁에 작두로 풀을 썰어 퇴비를 만들며 주인이 마련한 주안상을 놓고 여름 밤의 흥을 즐겼다. 풀을 판 돈은 마을 공공 자금으로 활용하였는데, 전통적으로 행하던 이런 행사가 흐지부지 없어 진지 꽤 오래된다고 한다.여 올해부터 먹방골 출향인들이 협의하여 어릴적 호미걸이 전통을 생각하며, 마을 어른들께 따뜻한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하자고 하여 십시일반으로 작은 정성을 모아본다.

 

 

아침 느긋한 시간에 상옥으로 들어가 시골집에 들리니,

서울에 사는 막내 여동생이 연휴라고 내려와 있어,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시간이 되어서 어머님하고 행사장소로 나간다.

 

상옥리 전체 마을 회관이 있고, 상옥 2리에 경로당이 있는 관계로

지역적으로 거리가 조금 떨어진 먹방골에는 별도로 마을 회관이나 경로당이 없어

마을 어귀에 할머니들이 고 건물에 넓은 방을 하나 만들어 놓고 모여서 노는 곳이 오늘 행사장이다.

 

* 오늘 메뉴는 포항에서 배달 온 출장식 뷔페다.

 

* 창고 밖 천막에는

   출향인들과 마을을 지키고 사는 젊은 선후배들이 모여서 쌓인 정을 나눈다.

 

* 멀리 청주와, 울산에서 가족을 데리고 찾아온 친구들이 고맙다.

 

* 창고 안에는

   돌아가신 아버님의 친구와 후배 분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시는데, 자리가 불편해 보인다.

 

* 방안에는 어머님과 친구분들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계시는데,

 

* 원래 이방의 주인들이시다.ㅎ

 

* 사과상자를 엎어서 만든 식탁과 의자에 동네 어르신들이 다 모였다고 한다.

 

* 이슬비 내리는 천막 속에서

   서로 감사한 마음을 나누며, 오늘 행사를 매년 쭈욱 이어가자고 뜻을 모은다.

 

* 안타까운 것은 행사장소에 화장실이 없는

   불편한 장소 때문인지, 어른들은 식사를 하시고 일찌감치 경로당으로 자리를 옮겨가신다.

 

* 수십 년 만에 처음 만나

   어릴 적 이야기와 안부, 고향 먹방골 화합을 위한 뜻 깊은 정담이 오고 간다.

 

* 약 4시간의 만찬이 끝나고 

  출장 뷔페를 철수 시킨 후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사물놀이를 한다.

 

생전 처음으로 북도 힘껏 두들겨보고,

옛날 아버님께서 즐겨 하시던, 사물놀이를 리드하는 꽹과리도 배우면서 쳐본다.

고향에 사는 선후배들은 농한기에 마을 회관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여 정식으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고 하며,

나도 잠시 두들기는 걸 보니 소질이 있어 보인다고 연락할테니 시간이 나면 배우러 오라고 한다.

 

북과 징, 꽹과리는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뻣뻣한 몸으로 장구를 배우기는 어려울것 같다.

마음껏 두들기는 사물놀이가 스트레스 해소에 참 좋은 것 같다.

땀이 줄줄 흐르도록 사물놀이를 하고 나서, 모두 지쳤는지 그만 하자고 한다.

오후 5시경에 시골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고 나서 동생이 준비해놓은 고추와 채소 보따리를 들고 포항으로 돌아오면서,

정든 고향 사람들과 함께한 뜻 깊은 호미걸이 행사를 갈무리 해본다.

 

2014.08.15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