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각종 증후군들. 자각하면 고칠 수 있지만 모르고 쌓아두면 자살에까지 이를 정도로 무서운 마음의 병이다. 혹시 나와 내 가족도 증후군의 주인공은 아닌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증후군에 대하여 알아보자.
퇴근 후 무기력한 모습으로 집 안에 들어서는 남편,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친구들과 열심히 SNS만 주고받는 자녀들, 나 홀로 소파에 앉아 TV를 보면서 느끼는 텅 빈 느낌. 단순히 요즘 일이 힘들어서, 혹은 사춘기라 그렇겠지 여기고 넘어간다면 마음의 병을 키울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증후군을 진단해보자.
PART 1
내 마음을 위협하는 증후군
빈 둥지 증후군
빈 둥지 증후군은 중년 여성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을 품게 되는 심리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결혼 초년부터 중년까지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자식을 키우고 시부모를 모시는 등 바쁘게 살아오다가 어느 날 문득 남편도 자식도 모두 자신의 품 안에서 떠나버렸음을 깨닫고 공허함을 느낀다. 애정의 보금자리라고 여겼던 가정이 빈 둥지처럼 되었음을 느끼고 주부 자신은 빈껍데기 신세가 된 것처럼 느껴지는 증후군이다.
빈 둥지 증후군은 폐경기 무렵의 여성들에게 나타나는 중년기 위기 증상 중 하나다. 정신분석학자 융은 사람들이 40세를 전후로 이전에 가치를 두었던 삶의 목표와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년기 위기가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중년기 위기는 사회경제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욕구를 억압하며 살아온 것에 대한 회의와 무가치함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극복 Tip 가사 노동의 비중을 줄이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터놓을 수 있는 친구와의 만남을 늘리고, 시간을 내서 글쓰기나 독서모임과 같이 내면을 가꾸는 취미를 갖는 것이 좋다.
사회병질 증후군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극도로 분열된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개인이 느끼는 무력감을 말한다. 내가 사는 사회에 대한 불신감, 존경할 만한 대상이 없다는 상실감, 도덕성의 실종, 한탕주의의 성행으로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다는 공정 세상관까지 흔들리며 무기력함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문제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보다 더 크게 상황을 부풀려 받아들이는 상대적 피해망상, 자기 속으로의 도피, 불신감의 확대, 감정 조절의 실패, 삶의 방향감각 상실, 양심의 붕괴와 같은 정신분열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무력감에 빠지는 개인들이 늘어나면 사회 전체가 분열 증상을 겪는데, 심각하게는 해결책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것조차 방향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증상을 앓는다. 최근에는 SNS의 발달로 한 사건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과 그 개인이 많은 사회구성원의 판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강해지며 사회병질 증후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극복 Tip 컴퓨터를 끄고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자. 충격을 준 사건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표현하는 순간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인 건 아닌지 객관적인 정리가 가능하다.
뷰캐넌 증후군
루이비통, 프라다, 샤넬 등의 명품을 단순히 액세서리로 여겨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를 높이고 나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사람들과 분리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를 말한다. 나보다 낮은 계층 사람들과 나를 구별하면서 심리적으로 비교 우위를 느끼며 쾌감이나 정복감, 억압에서 벗어나는 해방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명품 구매에 투영시키는 것을 말한다.
뷰캐넌 증후군은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비의 옛 애인인 데이지 뷰캐넌이 아름다운 셔츠를 보고 무아지경에 빠져 눈물까지 보이는 장면에서 비롯된 용어이다. 이렇듯 명품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타인에 비해 자존감이 낮은 경우가 많다.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는 않을까 지나치게 염려해 무리해서라도 명품을 구입한다. 구매하지 못했을 때에는 단순히 아쉬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한 스트레스와 함께 초조함, 상실감에 시달린다.
극복 Tip 전문가들에 따르면 뷰캐넌 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쇼핑중독 증상을 함께 가진 자기 제어가 약한 이들. 초기부터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무드셀라 증후군
사람은 누구나 지나간 과거의 일에 대해 좋은 추억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과거를 왜곡해 기억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드셀라 증후군은 지나간 과거의 일을 기억할 때 안 좋은 기억은 삭제하고 지나치게 좋은 기억만 남기려고 하는 심리적 경향을 뜻한다.
무드셀라는 성경 속에서 무려 969세까지 살았다고 전해지는 인물이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를 아름답게 회상하면서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인 무드셀라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지나치게 행복하고 긍정적인 인물로 왜곡해 기억한 후, 그와 다른 현실을 자꾸만 비하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일종의 퇴행 심리이기도 하다. 현실이 힘겨울수록 지나간 시절이 더 행복했다고 느끼며 괴로워하고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된다.
극복 Tip 과거에는 분명 과거의 힘겨움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지나쳐 현재의 상황을 부정하고 외면한다면 계속해서 우울한 감정만 지속된다.
PART 2
몸을 위협하는 증후군
과민성 대장 증후군
계속해서 소화가 안 되고 불쾌함이 지속되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관련 증상으로는 식사 직후나 가벼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복통, 혹은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고 설사 또는 변비 등의 배변장애 증상을 앓게 된다.
이러한 증후군을 앓는 이들은 “밥을 먹은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배가 꺼지지 않아 불편하다”고 호소하거나 “하루 종일 피곤이 가시질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심하게는 점액질 변, 복부 팽만이나 잦은 트림, 방귀, 전신 피로, 두통, 불면, 어깨 결림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안타깝게도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해결하는 약은 없다. 단지 주요 원인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알려져 있어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소화가 불편한 식재료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극복 Tip 걷기와 같이 장운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효과적인 운동을 해야 한다. 산책이나 조깅 등도 효과적이다.
식사 Tip 특정한 음식을 섭취한 후에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는지 관찰하자.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을 피해 식사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카페인이나 술, 지방이 함유된 음식은 무조건 피하자.
다낭성 난소 증후군
여성에게는 제2의 심장으로 불리는 자궁.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인 생리는 자궁의 건강을 체크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만약 임신이 아닌데도 월경을 거르거나, 심하게는 1년에 8회 미만으로 생리를 할 경우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한 여성이라면 한 달에 하나의 난자가 배란되고,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호르몬 작용에 의해 자궁내막이 탈락하며 한 달에 한 번 월경을 하게 된다. 임신이 아닌데도 3개월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면 아예 배란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생리 양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이 또한 의심해봐야 한다. 배란이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월경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무배란 월경’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의 출혈은 불규칙적인 양상을 보이는 기능성 자궁출혈이다.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 양이 변한다면 배란 체계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심하고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극복 Tip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앓는 여성의 70%는 갑자기 체중이 증가한 비만 여성이다. 평소 운동을 습관화해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식사 Tip 호르몬 불균형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 호르몬 분비 체계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스테로이드 제품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지방 음식을 피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채식 위주의 저칼로리 식단으로 몸에 부담이 가지 않는 식습관을 지키는 것.
헌집 증후군
최근 새집 증후군과 대치되는 개념으로 새집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보다 헌집이 거주자의 건강에 더 큰 악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제기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일명 ‘헌집 증후군’ 또는 ‘병든 집 증후군’으로 불리며, 오래된 집일수록 환경성 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져 오히려 건강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오래된 집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하는 곰팡이, 오랜 시간 사용된 배수로에서 배출되는 악취와 세균 번식 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특히 곰팡이가 벽지에서 발견된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집 진드기 또한 대거 서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은 기관지염이나 천식,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다. 한편, 오래된 가스관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요리를 할 시 새어나오는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해가스 양도 많아진다. 헌집 증후군이 심할 때에는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인을 알 수 없는 두통과 무기력감,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극복 Tip 베란다나 벽지 등에 곰팡이가 발생했을 때 방치하기보다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항균페인트로 다시 칠하거나 습기가 차는 원인을 찾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된 집일수록 자주 환기를 하는 것이 증후군을 극복하는 지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