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길, 밀퍼드 트랙
한 시인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산책로’로 칭송한 뉴질랜드 ‘밀퍼드 트랙’.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뉴질랜드에 머물며 한국인 최초로 밀퍼드 트레킹 가이드가 된 강문석씨. 100회 이상 이곳을 걸은 그가 직접 말하는 밀퍼드 트레킹의 진짜 매력은 무엇일까.
보석을 운반하던 길, 밀퍼드 트랙
흔히 뉴질랜드를 ‘대자연의 보석상자’라고 부릅니다. 상자 안에 있는 보석 중에서 가장 빛나고 귀한 것을 고르라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밀퍼드 트랙’을 고를 것입니다. 밀퍼드 트랙이란 낯선 이름이 붙기 전 이 길의 주인인, 마오리족은 청옥을 캐기 위해 이곳을 걸었지요. 보석을 운반하던 길이, 오히려 보석보다 더 아름다운 보물이라니 아이러니합니다.
지금의 밀퍼드 트랙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한 사람은 등반가 퀸틴맥키논입니다. 이곳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스스로 가이드를 자처하며 사람들에게 이곳을 소개했죠. 밀퍼드 트랙을 걷다 보면 그의 손길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긴 포인트인 ‘매키논 패스’는 그의 이름을 땄고요.
팬케이크의 한 종류인 ‘폼폴로나’란 이름의 산장은 그가 이 요리를 잘해 이름붙였다는 공식 기록도 있답니다. 매키논처럼 저 역시 밀퍼드 트랙에 반해 이곳에 살게 되었죠. 유일한 한국인 밀퍼드 트레킹 가이드가 바로 저입니다.
하루 90명만 걸을 수 있는 길
총 길이 53km의 밀퍼드 트랙은 테아나우 호수 입구에서 시작해 밀퍼드 사운드의 샌드플라이 포인트에서 끝납니다. 이곳을 걷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면서 걷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과 개인적으로 신청해 걷는 방법이죠. 하루 90명만이 이곳을 걸을 수 있고 누구나 4박5일 안에 완주해야 합니다. 밀퍼드 트랙을 보호하기 위한 뉴질랜드 정부의 조치입니다.
인기시즌에는 전 세계에서 찾는 사람이 많아 6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 수고를 마다하고 왜 이곳을 찾는 것일까요? 트레킹 첫날은 밀퍼드 트랙으로 가는 마지막 도시, 테아나우를 거쳐 버스와 보트로 첫 숙소인 글레이드 하우스까지 이동합니다. 탁트인 호수를 가르는 보트 위에 앉아 있으면 드디어 ‘힐링’이 시작되는 듯 설렙니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의 바람에, 도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실려 보내는 동안 보트는 호수 북쪽 끝에 다다릅니다. 눈앞에 드디어 밀퍼드 트랙의 시작점이 보입니다.
너도밤나무 사이를 뚫고 자란 소나무 밑으로 거피과 관목인 코프로스마, 바블잎, 랜스우드, 수십 가지 고사리과 식물 등이 우거진 숲은 한마디로 신비롭습니다. 첫날을 보냈을 뿐인데도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설레는 풍경이죠.
이튿날은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됩니다. 글레이드 하우스에서 두 번째 숙소인 폼폴로나 로지까지는 16km, 걸어서 6~7시간이 걸립니다. 클린턴강을 따라 야트막한 오르막을 천천히 걷습니다. 너도밤나무 숲을 헤쳐 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전망이 탁 트인 습지가 펼쳐집니다. 이곳에만 토종식물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아름다움을 알려주며 할 말을 잃게 만들죠.
점심을 먹는 히레레 헛 바로 앞 ‘데드 레이크’에서 무지개 송어, 브라운 송어, 머리가 주먹만 한 토종 장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트레킹의 피로는 산장에서 나오는 따끈한 물로 샤워를 하면 말끔하게 풀립니다.
셋째 날은 밀퍼드의 수많은 절경 중 제가 가장 사랑하는 매키논 패스(1069m)로 오르는 날입니다. 밀퍼드 트랙 내에서 가장 높은 곳인 매키논 패스에 오르면 밀퍼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저 멀리 만년설과 이틀 동안 걸어온 짙푸른 계곡이 아련히 펼쳐지고, 발밑으로 강인한 생명력을 간직한 야생화가 융단처럼 깔려 있지요. 비라도 내리면 수많은 물줄기와 폭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그 장관이란! 때로는 안개가 끼면 어여쁜 아가씨가 치맛자락을 살포시 올리듯 살짝살짝 보이는 풍경 또한 운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 장관을 보기 위해 친구와 지인, 때로는 3대가 함께 이곳을 찾습니다. 저 역시 이 경치와 사랑에 빠졌고, 결국 눌러 살게 됐지요.
100가지 다른 얼굴을 가진 곳
6~8m 하늘 높이 솟아오른 고사리나무를 본 적이 있나요? 넷째 날은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본 것 같은 숲을 걷습니다. 어제의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거대 고사리나무와 숲을 뒤덮은 이끼가 어우러진 원시림은 독특한 모습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또 이날은 뉴질랜드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의 대표 사진에 항상 나오는 매케이 폭포와 자이언트 폭포를 코앞에서 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날씨가 좋으면 폭포 밑으로 흐르는 계곡에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즐겨도 좋죠. 아니 꼭 즐겨보라고 하고 싶네요. 몇몇 분들이 저에게 40대 중반인데도 훨씬 더 젊어 보인다고 이유를 물으시곤 합니다. 비밀을 알려드리자면, 바로 이 맑은 물에서 수영을 즐기기기 때문입니다. 어찌나 맑은지 걷다 목이 마르면 그냥 마실 수 있을 정도랍니다.
드디어 마지막 날. 전날 잠을 청했던 마이터 픽 로지에서 여유로운 아침식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식당 유리창 밖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솜씨 좋은 장인이 조각 해놓은 멋진 예술품 감상 후에는 그 유명한 밀퍼드 사운드 크루즈 투어를 할 차례입니다. 빙하가 만든 밀퍼드 사운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이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했을 만큼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하죠. 1만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빙하에 의해 깎인 산은 보는 것만으로도 전율이 느껴집니다. 원근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계곡과 시원하게 굽이치며 떨어지는 폭포, 바위에 한가로이 누워 볕을 쬐는 물개…. 자연이 이토록 소중한 것이었나 새삼 느끼게 되지요.
지금까지 100회 이상 밀퍼드 트랙을 걸었지만 찾을 때마다 매번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지요. 또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식물과 동물들을 보고 느끼는 재미 역시 이곳을 다시 걷는 되는 이유가 됩니다. 반갑게도 12월 헬스조선의 ‘뉴질랜드 밀퍼드 환상 트레킹’에 참가하는 분들에게 제가 사랑하는 곳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 그럼 밀퍼드 트랙 저와 함께 걸어보시겠습니까?
헬스조선은 12월 4~13일(8박10일), 걷기 여행자의 로망인 밀퍼드 트레킹과 루트번 트레킹을 엮은 ‘밀퍼드 환상 트레킹’을 진행한다.
밀퍼드 트랙은 지구상 가장 온전한 형태의 자연이 남아 있는 곳 중 하나로, 계곡의 물을 그대로 마셔도 될 정도다. 이끼와 양치식물 등이 우거진 원시림을 지나면 서덜랜드 폭포가 580m 절벽에서 떨어져 내리는데, 거대한 물보라가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하이라이트는 매키논 패스(1069m). 발밑으로 펼쳐진 원시림과 호수, 협곡, 폭포 등이 어우러진 모습은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길’로 불리기에 손색없다.
5일의 일정을 마치고 도착한 밀퍼드 사운드에서는 세계 3대 피오르드의 장관을 크루즈 위에서 감상한다. 루트번 트랙은 핵심 구간만 걷는다. 원주민이 옥을 나르기 위해 만들었다는 길에서 보석보다 귀한 알파인 지대의 초원과 강, 루트번 폭포의 절경을 만날 수 있다. 선착순 20명만 모집한다.
일정 12월 4~13일(8박10일)
주요 관광지 밀퍼드 사운드, 퀸스타운, 루트번, 오클랜드
참가비 698만원(유류할증료·가이드 경비 포함)
문의 1544-1984(헬스조선 비타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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