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산정 금강정맥 5구간 (문드러미재- 미륵산- 봉화산- 칠목재)
솔길 남현태
지난 9월 마지막 주에 낙동정맥 산행을 다녀온 이후로 10월초 황금 연휴를 모두 출근하고 지난 주에도 토요일 일요일 모두 출근을 한 관계로 그간 해오던 호남정맥, 낙동정맥 팀산행을 이어가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았는데, 이번 주에는 어렵게 시간을 내어 토요일 출근을 했다가 퇴근하여 피곤한 몸으로 밤 11시에 출발하는 금강정맥 산행을 가기 위해 배낭을 꾸린다.
이번 주에 산행하게 될 금강정맥 5구간은 지난 달에 산행을 마친 전북 익산시 문드러미재를 출발하여 쑥고개, 용화산, 다듬재, 미륵산을 지나 익산 시가지의 10여 Km나 되는 아스팔트 포장 도로를 걸어서 나지막학 봉화산 일대에 올랐다가 칠목재에 도착하는 약 30여 Km 거리에 13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시월 들어 아침에 일찍 출근을 했다가 밤 늦게 퇴근하는 고단한 생활을 하다가 오랜만에 산행을 가려고 설레는 마음으로 배낭을 꾸리는데, 일요일 낮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하여, 우의를 챙기고 우중 산행 준비를 하니 마눌은 또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토요일 밤 11시에 포항 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연하재에서 탑승하기 위해 집 근처에 약속한 장소로 나가 재무이사님 차를 타고 북구 회원 5명이 연하재에 도착하여, 잠시 기다렸다가 도착하는 버스에 오르니, 오늘 산행에 참여하는 대원이 17명이라고 한다.
고속 도로를 달리는 도중에 휴게소에 들려서, 한창 자야 할 야밤에 재무이사님이 준비해온 통닭 안주에 막걸리 나누어 마시며 허출한 배를 달래고, 버스에 올라 모자라는 잠을 보충하면서 산행 들머리 문드러미재를 향한다. 비몽사몽 간에 버스가 멈추더니 새벽 3시경 아쉽게도 벌써 문드러미재에 도착을 했다고 한다.
부시럭 부시럭 짐을 꾸려 버스에서 내리니, 걱정했던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하늘에 별이 총총한 날씨가 예상 외로 바람기 없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모두 산행준비를 마치고 새벽 3시 5분경에 어두운 산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는데, 어둠 속에서 길을 잘못 들어 선두가 후미 되고 후미가 선두로 바뀌는 알바를 하는 산행길이 이어진다.
호남고속도로 위를 가로 지르는 동물 이동 통로를 따라 건너고 799번 도로가 가르는 양동재를 건너 칡넝쿨 우거진 들머리를 찾아 밤길을 잠시 헤메이다가 잠자는 산천의 귀신들을 깨워가며 나지막한 언덕 공원 묘지 길을 지나 지금은 터널이 생겨 한산하게 되어버린 쑥고개, 옛 영화를 간직한 쑥고개 1번 국도 가에 배낭을 풀고 과일을 나누어 먹으며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어둠 속에 가람 이병기선생의 생가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오르락 내리락 하던 걸음은 용화산(342m) 이라는 팻말이 세워진 봉우리에 올라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후미가 올 때까지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걸음은 어두운 다듬재에 내려서고 다듬재 2차선 도로를 건너니, 아리랑 고개를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고 이어지는 길은 오르락 내리락 고도를 높이면서 미륵산으로 향한다.
날이 뿌옇게 밝아오는 시간에 잘 복원된 미륵산성 아래 길을 따라 잠시 걸어 올라가다가 미륵산성에 올라서니 걸어온 마루금 위에 날이 밝아온다. 허물어진 산성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니 가까운 곳에 너덜겅이 눈에 띄고 성안에 돌이 흔하여 옛날 산성을 쌓기가 유리했던 곳으로 보인다.
미륵산(430.2m) 정상에 올라서니 산정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공사라고 하는데, 어수선하게 공사가 진행 중이다. 미륵산 정상의 안내판에는 커다란 거울이 달려 있어 오가는 산님들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갈 수 있도록 한다. 공사 중인 미륵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 멀리 나지막한 산봉우리 속 뼈를 깎아내는 채석장 풍경이 아치랍게 보인다.
올라온 대원들이 정상에 모여 기념사진 찍어주고 찍혀보고, 이어지는 하산 길에서 길을 잘 못 들어 잠시 알바를 하게 된다. 알바를 한 덕분에 조망이 시원한 전망바위에 올라 바라 본 드넓은 평야 익산시 풍경과 깔끔하게 단장된 듯한 미륵사지(사적제150호) 풍경 살짝 당겨본다.
전망바위 아래 산벚꽃 나무에는 가을에 꽃이 피고, 전망 바위에서 바라본 익산시 풍경은 황금 벌판 속에 올록볼록한 야산들이 조화를 이룬다. 계절의 감각을 잃은 가을 산벚꽃 사진 담아보고 잠시 알바를 한 걸음은 서둘러 삼거리까지 다시 걸어 올라 온다. 삼거리에는 119 구조함이 설치되어 있고, 공사용 모노레일이 설치된 등산로를 따라 시원하게 단장된 묘지가 여러 기 있는 언덕배기를 내려선 걸음은 미륵사지 둘레길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가을 추수가 끝난 논가에 커다란 고목 왕버들나무가 있는 마을로 내려선다.
울울창창 가지를 드리우고 수백 년의 삶을 살아온 왕버들나무 아래를 지나 가을 미녀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가에 무리로 피어 있는 처음 보는 꽃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신기한 모습에 카메라를 겨누어 본다. 가을이 무르익은 마을 어귀를 지나 정겨운 농로 길 따라 한산한 2차선 도로에 내려선다.
석불사거리 건너에 주차된 버스로 향하는 길 상점 옆에 잘 가꾸어진 주렁주렁 달린 꽃이 천사나팔꽃 이라고 한다. 호박꽃처럼 생긴 것이 길다란 나팔처럼 신기하게 생겨 천사나팔꽃이라고 한다. 길가에 세워진 버스 옆에서 둘러앉아 점심을 먹고 어설프게 기념사진을 찍은 후 아스팔트 포장 길을 따라 행군을 이어간다. 확 트인 4차선 도로가 금강정맥 마루금이라고 한다.
금강정맥 마루금을 깎아 산업단지로 조성된 듯한 벌판엔 잡초만 무성하고 사방으로 트인 넓은 도로에는 자동차 구경을 하기 어렵다. 길가에 나팔꽃 사진을 찍어가며, 공원으로 조성된 곳에서도 금강정맥 마루금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고 공원과 도로는 있지만 사람도 없고 차도 없는 허망한 벌판은 왼쪽은 만경강, 오른쪽은 금강이라고는 하지만 물 가름이 명확치 않아 보인다.
8차선 도로 위를 유유자적 걸어 신호등이 혼자 껌벅이는 사거리를 활보하고, 시멘트 농로를 따라 호남선 고속철도 아래를 통과하여 다시 이어지는 4차선 도로에는 오랜만에 자동차가 여러 대 보인다. 때는 가을인데, 배를 수확한지 얼마 되지 않은 배나무에 하얀 배꽃이 곱게도 피었다. 날씨도 오락가락 세상 민심도 오락가락 하니, 눈치를 살피던 자연도 잠시 정신을 잃어버린 모양이다.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에서 모두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니 산꾼은 산길을 걸어야 하는데, 정맥 산행을 하다 보면, 오늘처럼 택도 아닌 포장 길과 농로를 지겹도록 걷는 단다. 고구마 밭이 어마어마하게 넓다. 누런 황토에 심은 넓은 고구마 밭을 보니 타박타박 목이 막히는 군고구마 생각이 난다.
이어지는 수로 가의 농로를 따라 가다 휴식을 취한 걸음은 공원묘지 앞을 지나는데, 이 곳은 근처에 높은 산이 없는 평야지대라서 인지 벌판 가운데 작은 구릉지대 마다 묘지들로 빼곡히 들어차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다시 이어지는 6차선 도로를 따라 가다가 골목길로 접어드니, 어느 집 농가에 피어 있는 아주까리 꽃 피마자라고 하는 아주까리 열매 아주까리 대궁이는 무성한데, 오랜 가을 장마로 열매는 모두 썩어 있다.
오늘 낮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이슬비 슬슬 뿌려대기 시작하는 길 따라 우측에 작은 공장이 보이는 농로 가에 작은 나팔꽃처럼 생긴 빨간 꽃이 곱아 걸음을 멈추고 몇 장 담아본다. 눈 앞에 철도 건널목 차단기가 내려오더니, 익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열차가 손살 같이 꼬리를 감추고 지나간다. 익산 방향 철로 위에는 아쉬움이 맴돌고 길가에 나팔꽃 이슬 품는다.
익산 다송 교차로 안내판이 달린 지하 통로를 건너고 개 사육농가 옆으로 지나는데, 철창 안에 갇힌 수백 마리의 불독이 한꺼번에 짖어대는 소리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분산하다. 보신탕 용인 듯한 불독들은 정신 없이 짖어대다가 카메라를 들이대니 물끄러미 처다 본다. 철창 안에 수백 마리의 불독을 키우는 개 사육장 하우스 모습이 어쩐지 서글퍼 보인다.
마을 사이로 난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가에 보빠이슈퍼 휴게실이란 간판이 옛 추억 속으로 걷는 듯한 친근감이 든다. 빨간색 아주까리 담장 가에 곱게 키워 놓은 집 앞을 지나 추석이 지난지 한 달이 넘었건만, '한가위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라는 플래카트가 아직 걸려 있는 인정이 그리운 용산리 마을을 지난다.
커다란 용산리 마을 표지석이 세워진 건너에 버스 승강장에 모여 바로 옆에 있는 구멍가게에 가서 막걸리를 싸다 마시며 잠시 쉬어간다. 이어지는 발걸음은 경쟁이라도 하듯 커다란 표지석이 있는 구자마을 어귀를 지나고, 은빛 억새가 하늘거리는 길 따라 가을 내려앉은 들판 길을 걸으니 멀리 올라가야 할 반가운 산이 보인다. 누렇게 벼가 익어가는 풍요로운 가을 풍경 속에서 고산자 김정호 선생이 걸었을 산길을 그리며 발걸음은 함라초고 앞 사거리를 건너고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 안내판과 '익산 함라마을 옛 담장'을 알리는 표지석을 지나 고즈넉한 옛 담장길 따라 올라간다.
이제 서서히 오르막 길을 따라 올라 갈림길에서 우사가 있는 좌측으로 접어들었다가 남의 집안으로 들어가기가 좀 그러하여 다시 우측으로 내려가서 기도원 앞에 이르니 좌측으로 야생차 군락지(2.5Km)를 알리는 명상길이 시작된다. 십여 Km 평야 지대를 걸어와서 오랜만에 가파른 산길을 잠시 걸으니 나무 다리가 고개를 건너는 함라재에 올라선다.
함라재 이정표에서 봉수대 쪽으로 나무 계단 길 능선을 따라 끊어질 뻔 했던 금강정맥 길은 이어지고, 함라재에서 잠시 오르내리던 길은 쉼터 정자가 있는 조망 시원한 봉화산에 올라선다. 봉화산에서 바라본 금강 풍경 가을비 내리는 뿌연 운무 속에 은은히 흘러가고, 익산시 쪽 풍경과 가야 할 나지막한 능선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오늘의 목적지 칠목재가 2.7Km 남았음을 알리는 봉화산 이정표 앞에서 잠시 기다리는 동안 모여든 대원들이 금강을 배경으로 하여 단체 기념사진을 찍는데, 내리는 가을비를 맞으면서도 모두가 즐거운 표정들이다. 정자에서 잠시 유유자적 휴식을 취하고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 사이로 걸음을 재촉한다.
이어지는 길은 잘 단장되어 우산을 들고 걸어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내리는 가을비를 우산으로 받으며 오늘의 종점 칠목재에 내려서고, 함라산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 칠목재에서 기다리는 버스에 돌아와 행장을 풀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새벽 3시 5분경에 문드러미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약 10시간 정도 소요된 산행을 마치고 가을비 내리는 칠목재에 내려서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주차장 근처에 있는 좁은 화장실로 가서 냉수로 샤워를 하고 버스에 돌아와 한참을 노닥거리다가 보니, GPS 트랭글을 끄지 않은 것 같아 확인을 하니, 시간이 많이 지연되어 휴식 시간이 2시간 이상 소요된 것으로 나온다.
모두 샤워를 하고 버스로 이동하여 식당에 들러 콩나물 국밥과, 선지국밥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알파인님이 싸온 정종과 산대장님이 싸온 막걸리로 하산주를 나누고, 내리는 빗속을 달려 6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에 포항 연하재에 도착하여 재무이사님 차로 집으로 돌아오면서 고운산정 산우들과 함께한 금강정맥 5차 산행길을 갈무리해본다.
(2016.10.16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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