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글

호남정맥 8구간 (오정자재~ 강천산~ 산성산~ 광덕산~ 방축재)

호젓한오솔길 2017. 7. 15. 13:25

 

 

호남정맥 8구간 (오정자재~ 강천산~ 산성산~ 광덕산~ 방축재)


                                                                     솔길 남현태



지난 9년간 대한민국을 통치하던 보수 세력은 보수 대통령이 탄핵되어 감옥으로 들어가는 순간 세월호 따라 침몰하고, 진보 세력이 촛불 대통령을 선출하여 세상을 바꾸어버린 잔인한 5월이 지나가니, 계절은 어김없이 호국 보훈의 달이라고 하는 6월로 접어들어 첫 주말이 퐁당 연휴로 현충일과 이어진다. 연휴의 마지막 날인 현충일은 지난 달 14일에 다녀오고 잠시 멈추었던 호남정맥 길을 이어가기로 한다.


요즘 나라 안은 국무총리에 이어 각 부처 장관들의 자질을 검증하는 국회 청문회가 열리고 있는데, 불과 몇 년 전 야당 때는 당시 보수 정권이 내 세운 후보들에게 엄격한 자대를 들이대며 날카로운 비수로 잔혹하게 상처를 후벼대어 국무총리 후보를 3명이나 낙마시키고 장관 후보의 씨를 말리게 하여 식물 정부로 만들어버리던 그 들은 모두 까마귀 고기를 먹은 듯하다.

 

정권을 차지하여 여당으로 입장이 바뀐 지금에 와서 후보로 내 놓은 인물들이 하나같이 지난 정부에서 낙마한 후보들 보다 흠집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은 것 같다. 후보 모두가 자신들이 국민들 앞에 걸어 놓고 선거운동을 하던, 대선 공약의 인사 5원칙에 저촉되어 자질 부족이 검증되니, 온갖 변명으로 일관하는 꼴이 일말의 양심도 없는 것 같아 저것들이 인간인가 싶기도 하여 실로 한심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역지사지' 라고 하였는데,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비판하며 기고만장하던 그들은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하고 있다.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고위층에서 위장 전입과 탈세를 밥 먹듯이 하여 풍기는 구린내를 감추고 살아온 후보들을 놓고, 지난 날의 자기들의 행태를 잊은 체 이제 와서 이 정도는 괜찮지 않느냐고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억지를 부리고 있단다. 당당하게만 보이던 진보들 중에 반반한 인물이 그렇게도 없는지 쓰레기더미 속에서 쓸만한 물건을 고르기 위해 그물 코를 다시 만들자고 때를 쓰고 있는 모습에서 자업자득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


지난 보수 정권에서 한 일은 모두가 잘 못 되었다고 하면서 가뭄 속에서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젖히고, 김정은이 광분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국민의 목숨을 방어하기 위해 어렵게 추진 중인 사드 배치를 놓고도 환경 평가라는 꼬투리를 내세워 우방국인 미국과 지난 정부에 왈가불가 하고 있는 꼴을 보니, 진보 정권의 앞 날도 그리 순탄하지 많은 않아 보인다.


산행기를 쓴다는 것이 방향을 잘못 들어 아무런 쓰잘데기 없는 막장 드라마 같은 정치판 이야기를 끄집어내어 산행 중에 잠시 알바를 한 기분이 들지만, 탐욕으로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인간사가 제 아무리 시끄럽고 혼란스러워도 우리 산꾼들은 다리에 힘이 있고, 시간이 나면 어김없이 거짓 없는 대 자연의 품속으로 달려간다.


오늘 산행하게 될 호남정맥 8구간은 전북 순창군과 전남 담양군 사이에 위치한 오정자재에서 시작하여, 순창군림공원인 강천산의 금성산성, 산성산, 운대봉, 시루봉을 돌아 광덕산에 올랐다가 나지막한 무명봉인 뫼봉, 덕진봉을 지나 방축재에 이르는 약 17.5Km의 짧은 거리지만, 군립공원이고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하는 강천산의 멋진 풍경에 기대를 걸며, 산행 후 담양 죽녹원 구경을 하고 담양의 맛집을 찾아 대통밥을 먹고 오기로 한다.


5일 밤 자정에 평소처럼 포항시 남구 대이동 사거리에 모여서 네 사람이 당산님 차로 대구까지 이동하여, 대구에서 산이좋아님 차로 갈아 타고, 오정자재를 향하여 가는 도중에 강천산 휴게소에 들러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쉬어간다. 새벽 4시경에 깜깜한 오정자재에 도착하니, 바람 부는 날씨가 으스스하게 추위를 느끼게 한다. 모두 졸린 눈으로 어두운 산길을 들어서기 성실겁은지 날이 밝을 때까지 차 안에서 잠시 눈을 붙이다가 5시경에 밖으로 나와 산행 준비를 하고 어둠이 서서히 걷히는 산길로 들어선다.


잠시 비스듬한 오르막길 걸어 능선에 올라서니 펄럭이는 산님들 리본이 눈에 들고, 오르락 내리락 고도를 높여 가던 녹음 우거진 마루금 길은 잠시 가파르고 바위 거친 길 밀어 올리더니, 삼각점이 있는 호젓한 봉우리 호남정맥 521.9 봉임을 알리는 준.희님의 팻말이 달린 봉우리에 올라선다.


담양호 건너 멀리 지난 달에 지나온 추월산 모습이 보이고 바위 봉우리 어디엔가 있을 보리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잠시 흐트러진 초반 전열을 가다듬은 후 내려서는 전망바위에서 좌측으로 물이 많이 줄어든 청계저수지 모습이 보이고, 한물간 하얀 으아리꽃이 반긴다. 앞을 막아서는 거친 바위봉우리 로프를 잡고 기어 오르고,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하더니 잔뜩 찌푸린 날씨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기세로 바람도 스산하게 불어온다.


바위 봉우리에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가파른 바위 벼랑 조심조심 내려서고, 잠시 거칠게 이어지던 마루금 길은 잘 단장된 강천산 등산로에 접어들어, 강천산의 주봉인 왕자봉 삼거리에 도착하여 잠시 200m 거리에 있는 왕자봉으로 다녀오기로 한다. 호남의 소금강 강천산(584m)을 알리는 미끈한 정상석, 정상에 벌목을 하여 앞을 열어 놓은 강천산에서 바라본 조망은 그리 화려하지는 않아도 멀리 가야 할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의 은은한 그림이 한눈에 펼쳐진다.


정상석 뒷면에는 강천산 왕자봉(해발 584m)임을 알리고, 정상석 옆에서 기념사진 찍어주고 뒤돌아 왕자봉에서 다시 찍은 후 민트님과 자리 바꿔 나도 앞뒤로 찍혀본다. 당산님이 가지고 온 막걸리 한 병 나누어 마시면서 잠시 머물던 걸음은 시원스러운 등산로를 따라 룰루랄라 이어진다. 구장군폭포 삼거리 이정표 앞에서 송낙바위 쪽으로 향하여 잠시 이어지던 걸음은 잔잔한 돌로 차곡차곡 잘 쌓아 올린 성벽 옆으로 지나 금성산성 북문으로 들어선다.


북문 누각에서 바라본 담양호 건너 추월산과 지난 달 걸어온 능선들이 한 눈에 잡히고 조망 시원한 금성산성 북문 성루에서 잠시 여장을 풀고 쉬어 간다. 성루에서 바라본 담양호 건너 추월산 멀리 내장산 풍경이 은은하게 펼쳐진다. 담양호 건너 추월산 암벽 위에 보리암 모습이 아른거려 살짝 당겨보니, 오래 전에 아주 무덥던 어느 날 동네 산악회를 따라 암봉을 힘겹게 오르던 기억이 새록새록 다가선다.


북문 성루에서 먹을 것 나누어 먹으며, 잠시 머물던 걸음은 북문 터를 알리는 안내판을 지나 성내에서 바라본 북문 전경을 뒤로하고 송낙바위 쪽으로 향한다. 좌측 강천산 골짜기와 광덕산 너머로 시원한 조망을 바라보며, 성루를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산성산(603m) 정상을 지난다. 산성산에서 바라 본 건너 광덕산과 이어지는 정맥 마루금이 가물가물 광주 무등산으로 달려간다. 성벽이 없어도 기어오르기 어려울 듯한 가파른 절벽 위에 쌓아 올린 금성산성은 난공불락의 요새인 듯하다. 


좌측 발 아래는 아름다운 군립공원 강천산 골짜기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고, 편석을 정성껏 쌓아 올린 금성산성 성벽의 정교함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성루에 핀 고광나무꽃 사진에 담아가며 걷는 길, 지형이 낮은 곳에는 양쪽으로 축성을 하여 인력으로 마루금을 높여 놓은 길은 그 옛날 선조들의 애환이 서린 상당한 토목공사 현장을 실감케 한다.


돌아본 산성산 풍경 운대봉으로 이어지는 성벽 마루금, 좌측으로 트인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하는 강천산 골짜기 저기 좁은 골짜기에 사람들이 복작대며 몰려들어 자연의 한 단면만 바라보고 아름답다고 연방 감탄사를 흘려대고, 그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우리 산꾼들은 자연을 보는 눈이 그만큼 넓다는 생각이 든다. 살짝 당겨본 테마공원과 구장군폭포 암벽에는 오랜 가뭄 탓인지 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양쪽으로 쌓아 올린 성벽으로 이루어진 마루금은 운대봉으로 이어지고, 금성산성은 바위 봉우리 운대봉을 지나 멀리 시루봉에서 호남정맥과 갈라져 우측으로 둥글게 보국문 쪽으로 이어진다. 바위 봉우리 운대봉으로 오르는 길, 갈라진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작은 체구의 노송이 당당하게만 보인다.


운대봉에서 내려다 본 강천산 골짜기 살짝 당겨본 모습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한산하게만 보이고, 걸어 온 산성산 풍경을 바라보며 운대봉을 돌아 내려선다. 운대봉 바위 아래로 돌아 내려온 이정표 앞에서 동문으로 향한다. 돌아본 운대봉은 지도상으로는 북바위로 되어있는데, 이정표에 운대봉으로 되어 있어 헷갈린다.


성루를 따라 이어진 걸음은 동문 이정표 앞에서 광덕산 쪽으로 향한다. 동문터 안내판을 지나 하얀 으라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길을 따라 마루금을 막아선 시루봉으로 향한다. 시루봉 앞에 광덕산 삼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바위봉우리 시루봉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 내려오기로 한다. 


나무 계단이 설치된 가파른 바위봉우리 시루봉 정상에 리본을 달고 시루봉에서 바라보니, 이어지는 암봉들은 금성산성의 천연 요새를 이룬다. 멀리 우뚝 솟아 하늘 가르는 무등산과 이어지는 올망졸망한 산봉우리들이 발아래 나뒹굴고, 골짜기 마다 아담한 시골 마을과 모심기를 끝낸 논 도가리들이 정겹게 펼쳐지는 시루봉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좌측으로 가야 할 마루금과 우뚝 솟은 광덕산 모습 광덕산에서 다시 건너 뛰듯 이어지는 나지막한 뫼봉과 덕진봉을 바라보며, 조망 시원한 시루봉을 뒤로하고, 시루봉 바위 벼랑길 돌아 내려선다. 삼거리 이정표 앞에 다시 내려와 광덕산 쪽으로 향하는 길 가파른 철계단 길 내려선 걸음은 소나무 숲 능선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우람한 시루봉 바위 봉우리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간다. 


바위길 오르내리며 어지던 걸음은 잠시 가파름 길 따라 광덕산 아래 평온한 고개에 내려서니, 주위에는 여기저기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 있다. 꿀꽃 사진 담아보고 광덕산이 0.45Km 남았음을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패랭이꽃. 타데이지, 금계국 흐드러지게 핀 임도를 건너 나무계단 길 오르니, 여기저기 인동초 꽃이 금색 은색으로 피어 걸음을 멈추게 한다.


가파른 계단길 밟아 올라 덕을 많이 쌓는다는 광덕산(578m) 정상에 올라선다. 시루봉에서 방금 걸어온 마루금 길 돌아보니, 멀리 우뚝 솟은 무등산과 가야 할 마루금을 잇는 나지막한 산봉우리들이 발아래 꼬물거린다. 오늘 건너가야 할 뫼봉과 마지막 봉우리 덕진봉 모습 바라보며, 올라온 길을 따라 점심을 먹으며 머물던 광덕산을 내려선다.


광덕산 정상에서 잠시 되돌아 내려오다가 좌측으로 가파르게 내려서던 길은 평온한 임도를 만났다 헤어지고 하다가 임도가에 고인돌이 있는 곳을 지나서 다시 우거진 등산로에 들어선다. 어느집 무덤가에 흐드러지게 핀 엉겅퀴꽃, 꿀 찾아 날아든 벌 한 마리 꿀을 빠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에 잠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좌측으로 벌목을 하여 조망이 훤하게 트인 마루금 길, 골짜기 마다 자리 잡은 우리네 인간사 풍경 정겹게 다가서고, 햇볕이 드는 곳이면 자연은 어디든 꽃을 피운다. 이제 한물로 피어나는 누런 밤꽃이 골짜기와 야산에 여기저기 박힌 모습이 알록달록한 능선을 지나, 잠시 오르막 길 가파르게 밀어 올리더니, 리본이 주렁주렁 달린 뫼봉(332m)에 올라선다.


나지막한 무명 봉우리 뫼봉에서, 우리들의 리본도 달아놓고 발걸음은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덕진봉으로 향하여, 평범한 능선 길이 잠시 가파르게 이어지더니, 돌탑이 있는 마지막 봉우리 덕진봉(386.1m)에 올라선다. 덕진봉을 내려선 걸음이 농가를 지나는데, 양쪽에서 개 두 마리가 달려들 듯 짖어댄다. 


허름해 보이는 방축마을 농가에 여기저기 석류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겨누니,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달려든다. 잠시 마루금을 찾아 골목길을 서성이던 발걸음은 전북 순창군 금과면의 삽살개가 지켜준다는 천방지축 방축마을 안내판을 지나, 마을 길을 따라 방축재로 향한다. 호남정맥 마루금 고개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나지막한 고개 방축재에 도착하여, 도로를 건너 다음 산행 들머리를 확인 후 배낭을 풀고 택시를 기다린다. 


아침 5시 10분경에 오정자재에서 출발하여 17.83Km 거리에 7시간 48분이나 소요된, 오후 1시경에 도로가 뚫리어 호남정맥 마루금과 고개가 흐지부지해진 방축재에 도착하면서 오늘 산행길은 종료된다. 다음 산행의 들머리를 확인하고 잠시 길가에 앉아 기다리다가 도착하는 택시를 타고 오정자재로 돌아오니, 오후 2시부터 온다고 하던 가뭄 속에 단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내려 죽녹원 구경은 포기하고 자동차로 이동하여, 담양의 맛집 대통밥집을 찾아 나선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더니, 기대만큼 만족하지는 못한 대통밥으로 점심을 먹은 후 빗길을 달려 대구에 도착하여, 대구에서 근무하는 산이좋아님과 헤어져 당산님 차로 저녁 7시경에 포항으로 돌아와 대이동에서 내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면서 호남정맥 제 8구간 산행 길을 갈무리해본다. 

(2017.06.06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