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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산 6봉종주 (13차) 초록바람 속으로

호젓한오솔길 2017. 7. 15. 13:24

 

 

내연산 6봉종주 (13차) 초록바람 속으로



                                          솔길 남현태



누구나 좋던 싫던 삶의 주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5월도 어느덧 마지막 주말을 맞이한다. 이번 주에는 장거리 산행 계획이 없어, 일요일에 마눌과 근교 가벼운 산행을 다녀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요일에 출근을 해야 할 일이 생겨, 토요일에 혼자 간단하게 산행 할 곳을 고르다가 그냥 내연산 6봉 이나 한 번 돌아 보고 오기로 한다.


한동안 대간과 정맥 산행을 한다면서 원 거리 타 지역 산행을 다니느라 계절이 바뀌어가는 감각도 잊은 철 따라 피는 야생화 산행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정맥 길에서 가끔 만나는 꽃들을 보면 급하게 카메라 겨누어보고 지나가곤 한다. 근교 산행을 등한시하여 포항 근처의 산들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연 6봉 종주를 다녀 온지도 벌써 2년이나 된 것 같다.


포항 근교에 장거리 코스로 잘 알려진 내연산 6봉 종주는, 매년 11월 15일부터 이듬해 5월 15일까지는 산불경방 기간이라 우척봉에서 내연산 수목원까지 산행이 금지되고, 가을 송이버섯 철이 되면 또 우척봉 등산로를 통제하여, 산불경방 기간이 해제되는 더운 여름과 송이철이 끝나고 산불경방 기간이 되기 전인 가을 몇 주 동안이 종주를 할 수 있는 기간이다. 


근교 산꾼들의 체력 훈련장이라고 하는 6봉 종주 산행은 보경사 주차장을 출발하여, 십이 폭포가 숨어 있는 청하골(갑천계곡)을 감싸 안은 우척봉(천령산), 삿갓봉, 매봉, 향로봉, 삼지봉, 문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돌아 원점회귀 하는 코스로 여름철은 녹음이 우거진 그늘 길을 오르락 내리락 걷는 조금은 지루한 산행길이고, 가을철은 단풍과 낙엽이 어우러져 비단 길을 이루지만 산행을 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니 마눌이 도시락을 싸놓았다. 하지만 숲 속에 혼자 앉아 도시락을 펼치는 것이 번거로울 것 같아 도시락은 집에 두고 간편한 행동식 미숫가루를 준비하라고 한다. 미숫가루물 1병, 매실물 1병, 식수 4병, 삶은 고구마, 바나나 3개, 참외 4개로 어차피 다 먹지도 못 할거면서도 날씨가 더워질 것을 대비하여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을 넣다가 보니, 제법 묵직해진 배낭을 꾸리고 7시 40분경에 집을 나선다.


대체로 이른 시간이라서 인지 별로 붐비지 않는 도로를 따라 8시 30경에 송라면 보경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 귀퉁이에 승용차 몇 대 주차되어 있을 뿐 할랑하다. 주차장 한 쪽 가에 얌전하게 주차하고 산행 준비를 하여, 아침 햇살이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우척봉 자락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긴다.


벚나무 골목 길을 따라 보경 2교를 건너니, 우척봉 입구에 출입을 통제한 개인 소유 딸기 밭에는 벌써 주인이 나와 일을 하며 지키고 있어,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잠시 올라가다가 좌측으로 다른 철문이 있는 곳을 통과하여 오른다. 잠시 가파른 길 오르다가 전망바위에서 내려다 본 주차장 쪽 풍경 예전에는 주차장이 훤하게 다 보였는데, 지금은 성큼 자란 소나무가 조망을 가려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우측으로 보경사 쪽에서 올라오는 능선 길과 만나고 잠시 후 좌측으로 보경교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난다. 연산폭포 쪽으로 내려가는 음지밭등 갈림 길 삼거리를 지나 초록 우거진 유서 깊은 길은 우척봉으로 향한다. 햇살이 파고들기 어려워 어두울 정도로 숲이 우거진 길에 올려다 본 하늘은 초록 장막으로 가리었다.


우척봉 정상부 초록 어우러진 능선 묵은 낙엽 밟으며 걷는 길은 숲 속은 온통 녹색 융단을 깔아놓았다. 천령산을 알리는 안내판에 적힌 글은 지금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게 지워져 버렸다.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청계리에 위치한 천령산(775m)은 조선 후기 까지는 신구산이라 했고 하늘같이 높다 하여 일명 "하늘재"라고 부르던 것을 일제시대에 천령산으로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이 산의 주봉은 우척봉이다. 천령산의 남쪽에는 옛 청하현의 진산인 호학산이 있다."


우척봉 정상의 이정표를 지나 다가선 우척봉 정상석 정상석 뒤쪽은 천령산 이다. 우척봉 정상에서 바라본 가야 할 능선 멀리 삿갓봉과 매봉으로 이어지는 초록 능선 길 발아래 선두곡 끝에 삼거리와 꽃밭등 능선 풍경 바라보고, 우척봉을 내려선 걸음은 전망바위 위에서 걸음을 멈춘다.


가야 할 능선과 삿갓봉, 수목원 전망대에서 매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초록이 넘실대고, 좌측으로 활골과 유계리로 이어지는 골짜기, 우측으로 삼거리 골짜기 꽃밭등 너머로 고향의 뒷산 한바위 모습이 보여 살짝 당겨보니, 한바위 모습이 아련하게 보인다. 옛 추억 소복 쌓인 멋진 한바위 모습 바라보니, 파란 창공에는 조각구름 몇 점 떠 다닌다. 초록 우거진 낙엽 등산로는 수목원 둘레길과 만나고 오늘은 등산로를 버리고 둘레길을 따라 걷기로 한다. 둘레길 따라 몇 번 굽이돌던 걸음은 외솔배기 노송 앞에서 잠시 멈춘다. 


"외솔베기는 옛날 가래골(현재는 삼거리 골짜기에 집터 흔적만 있음) 주민이 청하장을 보러 다니는 길목 산길언덕 정자나무 쉼터이다. 밤에 술과 고기를 먹고 지나면 범짐승이 흙을 퍼붓고 선한 사람이 밤길에 나무 밑을 지나면 두려움을 포근하게 감싸며 여인들이 외솔베기 나무에 공을 들이면 효험이 있다 하고 나무에 해를 주면 사람이 목숨까지 잃었다는 유래가 있는 외솔베기는 현재까지 이 자리를 지키면서 오랜 역사 동안 등산객에게 편안한 휴식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외솔배기 정자와 사방에 초록으로 둘러싸여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는 외로운 외솔배기를 뒤로하고, 수목원 둘레길을 지나 초록 비탈길 이어지는 발걸음은 삿갓봉(716m)에 올라선다. 6봉 중에 조망이 제일 좋았던 헬기장 봉우리 삿갓봉도 주위에 자란 수목으로 인하여, 사방이 막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고, 수목원 전망대 봉우리 모습이 빼꼼히 보인다. 


살짝 당겨본 수목원 전망대에는 소곤거리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이어지는 걸음은 수목원 둘레를 돌아 매봉 입구에 도착한다. 수목원에서 삼거리로 내려가는 길가에 찔레꽃이 하얗게 피어 있어, 올해 처음으로 때늦은 찔레꽃 사진을 담아본다. 매봉 오르는 입구에 세워진 내연산 숲길 안내판을 지나 매봉으로 오르는 길가 묘지 옆에 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몇 장 접사를 해본다. 


초록 우거진 가파른 오르막길 잠시 걸어 올라 세 번째 봉우리 매봉(833m)에 올라선다. 정상석 두 개가 나란히 앉아 산님들을 기다리는 매봉 정상에서 바라본 괘령산 모습 파란 하늘 아래 장엄하게 펼쳐진다. 수목원 둘레길과 만났다 헤어지는 삼거리에 마주보고 놓여진 벤치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약 2분간 쉬어간다.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는 초록 능선 길은 추억 어린 꽃밭등에 도착한다. 

"꽃밭등은 옛부터 병해충 벌목 등으로 큰 나무가 없어지고 산등 전체에 아름다운 참꽃(진달래)이 만발하였으며, 그 시절에는 어린아이들이 참꽃을 따먹고 꺾으면서 떼를 지어 뛰어 놀던 곳이다. 산골 마을이 없어지자 언제부터인가 나무들이 많이 서식하면서 참꽃이 사라지고 꽃밭등 이라는 추억의 지명만 간직한 채 등산객들의 편안한 휴식 장소로 각광 받고 있다."


관찰로를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사거리에서 관찰로를 흘려보내고, 참나무 빼곡한 등산로를 따라 향로봉으로 향한다. 오월초에 앙상하던 참나무 숲에는 어느덧 수풀이 우거지고 올려다본 창공에는 빼곡한 연초록이 하늘을 가리었다. 산님들이 쉬어간 고개 넘어 오르락 내리락 이어지던 걸음은 잠시 오르막길 오르더니, 청하골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바위에 이른다. 


향로봉 오르는 길에 늘 들려가는 전망 바위는 멀리 수목원과 삿갓봉에서 흘러내린 청하골이 한 눈에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좌측으로 녹음 짙은 우척봉 풍경 우람하고, 우측으로 수목원에서 부터 걸어온 마루금이 꼬불꼬불 이어진다. 오늘은 아무도 없는 전망 바위를 뒤로하고 이어지는 초록 길은 시명리에서 고메이등으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 잠시 오르막 길 걸어 오늘의 최고봉 향로봉(930m)에 올라선다.


향로봉 정상에는 고향의 이웃 후배가 아들과 같이 산행을 와서 점심을 먹으며 쉬고 있다. 향로봉 정상석 사진에 담으며 후배와 잠시 안부 인사 나누다가 향로봉을 뒤로하고, 서둘러 삼지봉으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한다. 겨운 초록 융단길 따라 향로교 삼거리에서 오늘은 우측 삼지봉 쪽으로 향한다.


녹음이 짙어가는 오솔길 지나니, 좌으로 갈참나무 숲 속에 깔린 초록 융단이 장관을 이룬다. 그냥 구르고 싶은 초록 융단길 올려다 본 하늘은 바람에 넘실대는 초록이 또 하나의 장관을 이룬다. 초록에 취하여 달려 내려가는 길에 마주 오는 산님을 만났는데, 이웃에 살면서 몇 번 산행을 같이 한 적 있는 '가로세로' 님이다. 내연산이 좋아 거의 매주 마다 내연산을 누비고 다니는 산꾼 중에 산꾼이다. 잠시 이야기 나누다가 카메라를 겨누니 손을 저으며 돌아서는 모습을 찰깍 해본다.


내연산 6봉 종주 산행은 일단 향로봉 까지만 올라가면 거의 끝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어 고도를 낮추면서 잠시 오르락 내리락 하던 걸음은 삼지봉(711m)에 올라선다. 산님들 몇 명 머물고 있는 삼지봉을 뒤로하고 선 걸음에 문수봉을 향하여 달려간다. 삼지봉에서 문수봉으로 가는 길은 근래에 포크레인으로 보수 작업을 하여 오랜 가뭄으로 메마른 땅에서 먼지가 폴폴 날린다.


소나무 숲 속으로 다듬어진 길 따라 문수봉으로 향하는 길 문수봉은 벌써 13번째 오건만 올 때마다 올라가는 길이 헷갈려 오늘도 시경계 길을 따라 엉뚱한 봉우리 올랐다가 내려온다. 문수봉이 0.8Km 남았음을 알리는 수리더미코스 삼거리 이정표를 지나 좌측으로 새로 단장한 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문수봉 오르는 등산로를 만난 걸음은 산행을 시작한지 약 6시간 소요되어 오늘의 마지막 봉우리 문수봉(628m)에 도착한다.


잠시 배낭을 풀고 배낭에서 참외 하나 꺼내 들고 먹어가면서 보경사를 향하여 마지막 걸음을 재촉한다. 노송 사이로 다듬어진 숲길 따라 이어지는 걸음은 우측 문수암 쪽으로 향한다. 급경사로 달려 내려오던 걸음이 문수암 앞을 내려서는데, 문수암 안에서 나오던 아줌마 두 사람이 갑자기 뛰어 내려오는 나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죄송합니다.' 하고 획 지나는데, '애고, 우리가 죄짓다 들킨 것처럼 놀라고 있네 한다.'


조망 바위에서 내려다 본 초록 짙어가는 청하골과 가뭄으로 야위어진 상생폭포, 살짝 당겨본 상생폭포 위에는 행락객들 모여 쉬고 있는 모습이 한가롭고, 가뭄으로 야위어진 물줄기는 상생폭포의 한쪽 물줄기는 이미 말라버렸다. 초록 한가로운 청하골 풍경 돌아보고 서둘러 달려 내려온 걸음은 행락객들 오가는 보경사 옆 길을 따라 소방차 한 대가 물을 보충하고 있는 보경사 앞 소나무 숲 풍경은 한가롭다.


더워진 날씨에 한가롭게 보이는 보경사 경내 풍경 카메라 겨누어 보고, 서두른 걸음은 일주문을 나선다. 한산한 매표소를 통과하여 일주문 박에서 되돌아보고, 서두른 걸음은 조금은 번잡한 상가 골목을 지나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자동차에 돌아오면서 산행 길은 종료된다. 


아침 8시 30분에 산행을 시작하여, 예상 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오후 2시 12분경에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28.75Km 거리에 6시간 42분 소요된, 제13차 내연 6봉 종주 산행 길은 종료된다. 산행 거리가 지난 번 보다 2.75Km 정도 늘어난 것은 우척봉에서 삿갓봉으로 이어지는 길을 등산로 대신 완만하면서 둘러가는 수목원 둘레길을 택한 것 때문인 듯하다.

(2017.05.27 호젓한오솔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