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영지 산행

호젓한오솔길 2017. 9. 29. 23:07

 

영지 산행



              솔길 남현태



열심히 다리 품 팔다 보면  

어김 없이 넉넉한 품삯 쳐주고 

죽은 참나무 둥치

나란히 고개 숙인 영지

옻칠 한 몸통 반들거린다 


선탠 하지 않아 햇살에 그을린

바위 틈에 고개 내민

까무잡잡 투박한 얼굴

진한갈색 단단한 몸통은

못 생겨도 뚱뚱하면 더욱 좋다  


두리번거리다 마주하면

새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영지 탐닉하는 산행 길

부채처럼 활짝 펼친

대물 만나면 감탄사 흘린다.


모처럼 회식 기회 잡은 듯

빨대 꼽으며 달려드는 산모기 떼

간조증나게 하지만

처다 본 참나무 가지엔

어느새 가을 햇살 걸린다.



(201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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