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지 산행
솔길 남현태
열심히 다리 품 팔다 보면
어김 없이 넉넉한 품삯 쳐주고
죽은 참나무 둥치
나란히 고개 숙인 영지
옻칠 한 몸통 반들거린다
선탠 하지 않아 햇살에 그을린
바위 틈에 고개 내민
까무잡잡 투박한 얼굴
진한갈색 단단한 몸통은
못 생겨도 뚱뚱하면 더욱 좋다
두리번거리다 마주하면
새롭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영지 탐닉하는 산행 길
부채처럼 활짝 펼친
대물 만나면 감탄사 흘린다.
모처럼 회식 기회 잡은 듯
빨대 꼽으며 달려드는 산모기 떼
간조증나게 하지만
처다 본 참나무 가지엔
어느새 가을 햇살 걸린다.
(2017.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