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충하초"가 뭐길래 이웃간에 총질까지?
-한국사람이 티벳인들 무력충돌 부추겼다고?
-곤충의 미라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버섯
1.겨울에 벌레였다가, 여름에 풀로 변하는 불로장생약
최근 중국 사천성에 사는 5백여명의 티벳인들이 무력충돌을 벌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명보(明報)》의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반자동소총과 수류탄까지 동원하여 할리우드 액션영화를 방불케 하는 격렬한 전투를 벌였다고 한다. 군인도 아니고 평범한 이웃 마을 주민들 간에 벌어진 싸움에서 6명 이상이 죽고 11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하니 전투의 치열함을 짐작케한다.
이들이 이렇게 사생결단을 하고 싸운건 순전히 동충하초(冬蟲夏草)라고 하는 약초 때문이었다고 한다.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벌레로 있다가, 여름에는 풀로 변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버섯의 일종이다. 야생인삼, 녹용과 더불어 중국 한의학에서 3대 보물(三寶)로 평가받는 진귀한 약재다. 특히 최근 중국의 졸부들의 투기대상 4가지가 있는데 보이차(普洱茶)와 희귀난초, 고가 미술품과 더불어 동충하초가 그 리스트에 포함된다.
2. 손오공이 서역에서 구해다 당 태종에게 바친 희귀약재
동충초 혹은 충초라고도 불리는 동충하초는 옛날부터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불렸다. 진시황과 양귀비도 애용했다고 하며, 중국의 황제나 왕이 죽으면 옥으로 만든 동충하초 모양의 조각을 부장품으로 같이 묻어주기도 했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서유기(西遊記)》에도 손오공과 저팔계가 삼장법사의 명을 받아 천신만고 끝에 서역까지 가서 한혈마(汗血馬), 화전옥(和田玉), 천산설련(天山雪蓮) 등과 함께 동충하초를 구해 와서 당 태종 이세민에게 진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신화나 전설, 소설 같은 픽션류에서 희귀식품으로서가 아니라 약재로서 동충하초가 실지 의학서적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상당히 후대의 일이다. 18세기 후반인 1757년 청나라 건륭 22년에 나온 오의락(吳儀洛)의《본초종신(本草從新)》에 처음 보인다.
3. 등소평이 장수하고, 황영조 금메달 타게 한 정력제
오랜 역사를 가진 중국의 침술이 서방세계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이 닉슨의 중국방문 때문이었다면, 동충하초의 홍보는 험난한 중국현대사의 격랑을 헤치고 오뚝이(不倒翁)처럼 우뚝 선 작은 거인, 떵샤오핑(鄧小平)의 공이 크다. 떵이 93세로 장수한 원동력이 동충하초의 장복(長服)에 있다고 알려진 까닭이다. 또 1990년대 초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던 중국 육상팀 마군단의 체력도 동충하초로 관리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마라톤 황영조나 이봉조 선수 등이 체력강화제로 사용하고 있고, 2002년 당시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세계4강의 신화를 세웠던 한국 월드컵 대표선수들에게도 전달된 바 있다.
4. 고산지 설산(雪山)의 눈이 녹자마자 채취한 야생이 최고
동충하초는 원래 균의 상태로 곤충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봄, 여름, 가을에 살아있는 곤충의 호흡기나 소화기 관절 등을 통해 체내로 침입하여 기생하면서 숙주의 영양분을 다 빨아먹어 숙주를 죽이고 겨울을 난 뒤, 그 이듬해 봄, 미라 상태가 된 숙주의 시체에서 피어나는 버섯의 일종이다. 중국 사천, 서장(티벳), 운남, 귀주, 감숙, 청해성 등지에 분포한다.
해발 3천에서 4천미터의 고산지대에 야생하는 자연산을 최고로 친다. 최근 각국에서 인공배양에 성공해서 대중적인 건강식품이 되었다고는 하나, 인삼과 산삼의 경우처럼 자연산과 인공 재배한 동충하초의 가격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크다.
특히 자연산 동충하초는 원래부터 채취하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고산지 눈 쌓인 산에서 눈이 녹자마자 채취해야하고 티벳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의 채취를 금지해왔다. 더구나 기후의 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하여 가격이 폭등했다. 홍콩에서는 예전에 한 냥(一兩=3.75g)에 인민폐로 1400위앤(元) 하던 것이 2200위앤 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1kg에 우리 돈 약 5백만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5. 자식 입에 밥 들어가고,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게 가장 즐겁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번에 사건이 터진 중국 사천성 지방정부에서는 성내에 거주하는 티벳인 내부의 자치와 관련된 문제라고 여겼는지, 경계선 구획을 요구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듭된 중재요청에도, 나 몰라라 오불관언(吾不關焉)의 자세로 수수방관해 사태를 확대시킨 측면도 있다한다. 이렇게 귀하고 값비싼 약재가 야생하는 지역의 마을에 경계가 불분명한데도 싸움이 안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법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제 자식 입에 밥숟갈 들어가는 것과, 제 논에 물 들어가는 것 구경보다 더 즐거운 구경은 없다”했다. 오죽하면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까지 생겨났겠는가. 옛날 우리나라에 수리관개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천수답(天水畓)이 대부분이던 시절에 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이웃사촌 간에 혹은 형제간에 살인까지 일어나는 있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6. 당뇨병 치료제와 항암제로도 각광 받는 동충하초
동충하초의 화학적인 성분은 다음과 같다. 수분이 10.84%이고 지방이 8.4%, 조단백 25.32% 탄수화물 28.90% 회분4.1% 이며 비타민 B 12가 100g당 0.29mg이 함유되어있다. 지방성분은 포화지방산이 13% 불포화지방산이 82.2%다.
현대적인 약리작용을 보면 기관지 평활근을 확장시켜 숨찬 증상을 완화시키는 평천(平喘)작용이 있다. 심혈관 방면에서도 혈압을 강하시키는 작용이 있다. 또한 소화관(腸管)과 자궁평활근의 활동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특히 근자의 연구에 의하면 각종 항균작용과 아울러, 혈당을 내리는 작용이 있고, 특히 인체항암 능력을 증진시킨다는 보고가 있어 항암제로 각광을 받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동충하초가 맛이 달고(실제로는 무미(無味)) 성질이 따뜻하여 신양(腎陽)이 부족해서 생기는 제반 증상, 즉 유정(遺精)이나 임포텐츠,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고 아픈 증상에 효과가 좋다고 본다(益腎陽之平補佳品). 동충하초가 정력제로 소문이 난 배경이기도 하다.
동충하초는 또 폐장의 기(肺氣)가 모자라고, 폐음(肺陰)이 손상되어 생기는 각종 만성 기침이나 천식 폐결핵 등으로 해서 생긴 피가래 등을 삭히는 효능이 있다. 폐장의 기능을 보하여 되살리는게 근원적인 치료(補肺治本)라면, 기침과 피가래를 없애는 것은 현상적인 증상의 치료(止血化痰治標)라 하겠다. 중국 육상 팀이나 우리나라 마라톤 선수, 축구선수들이 동충하초를 찾는 이유다.
7. 허열이 있거나 감기환자는 신중하게 써야
한편 동충하초는 그 약성이 평이하고 완만하여 너무 세지도 않고 건조한 성질도 없어서(不峻不燥) 기본적으로 각종 우리 몸의 저항력 면역력이 떨어져서 생기는 허손성 질병의 치료에 능하다. 특히 우리 몸의 정기를 담당하는 신장과 폐장을 기능을 동시에 북돋우는데(益腎補肺) 적합하다. 원래 신은 정(腎精)을 담당하고, 폐는 기(肺氣)를 담당하며 상호 상생 공조하는 측면이 있다(精氣同助). 성질이 평이한 만큼 병을 치료하고 아직 체력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력이 떨어진 관계로 가만히 있어도 무던히 땀이 나거나(自汗) 추위를 타며(畏寒) 등의 증세에는 오랜 동안 복용하여야 효과를 볼수 있다.
《현대실용중약(現代實用中藥)》에 따라 정리해보면 동충하초는 폐결핵, 노인들이 쇠약해져 생기는 만성 기침, 기관지 천식, 토혈(吐血), 자한, 식은 땀(盜汗)에 효험이 있다. 또 빈혈허약, 임포텐츠, 유정, 노인들이 추위타기(畏寒)나 눈물이나 침이 많이 흐르는(涕多漏出) 등의 증세에도 사용한다.
동충하초의 약성이 비록 평이하다고는 하나, 음이 모자라 허열이 생긴 병증(陰虛火旺症) 환자나, 병사(病邪)가 체표에 머무는 각종 표증(表證), 예컨대 감기환자 등에게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 동충하초가 체표에 머무르고 있는 사기를 체내로 끌고 들어갈(引邪入陰)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8.한국사람들이 티벳인들의 무력충돌을 부추겼다고?
중국 《글로벌 타임즈(環球時報)》는 근착 네팔 르포 기사에서“수많은 한국인 수집상이 (동충하초 때문에)이곳으로 몰려온다”는 현지인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러시아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중국 연변 등지를 누비며 녹용 값을 올리고 웅담의 불법채취에 한 몫하고 있는 일부 한국인들과 상인들. 동남아 등지를 돌며 뱀 등을 비롯한 혐오식품 시식으로 국제적인 추태를 연출하는 사람들. 그들이 이제는 동충하초의 값을 올리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 없다.
좀 과장해서 거칠게 말하자면, 몸에 좋다면 바퀴벌레도 마다 않을 거라는 일부 한국인의 빗나간 보신열풍, 탐욕적인 정력제 추구가 중국내 티벳인들의 무력충돌로 인한 간접살인까지 유발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김중산/M.D/한의학칼럼니스트/cgjung5256@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