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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숨겨진 가야산 폭포들..

호젓한오솔길 2007. 12. 29. 15:10

중국 당나라 이백(李白)이 쓴 시 '망여산폭포(望廬山瀑布·여산폭포를 바라보며). 폭포를 노래한 동서양의 여러 시 가운데 단연 백미(白眉)로 꼽히는 작품이다. 특히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물줄기 내리쏟아 그 길이 삼천 자) 의시은하락구천(疑是銀河落九天·하늘에서 흘러내리는 은하수와 같구나)'란 시구는 시선(詩仙)으로 추앙받는 이백만이 토해낼 수 있는 절창(絶唱)으로 평가받는다. 폭포에 대한 묘사가 이렇게나 크고, 담대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다.

폭포엔 사람의 가슴을 뻥 뚫어주는 그 무언가가 있다. 금강산 구룡폭포, 개성 박연폭포, 설악산 대승폭포 등 장쾌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를 마주하면 몸과 마음이 시원해진다. 특히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폭포는 더위를 쫓아주는 것은 물론 마음의 찌꺼기마저 씻어주는 청량제다.

용수폭포, 그 장쾌한 얼굴 드러내다

"아니 그런 폭포가 정말 있단 말입니까?" 김태봉 전 성주산악회장으로부터 가야산에 높이가 50m에 이르는 폭포가 있단 말을 듣고 믿어지지 않아 부지불식간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런 폭포가 있다면 왜 사람들에게 진작 알려지지 않았을까란 의구심부터 생겼고, 성주군이나 가야산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만든 지도에서도 보지 못한 터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 전 회장의 이야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폭포 가운데 열 손가락안에 꼽힐 만한 웅장하고, 아름다운 폭포가 가야산에 꼭꼭 숨어 있었다.

성주군 가천면 소재지를 출발, 포천계곡으로 많이 알려진 옥계(玉溪)를 따라 놓인 903번 도로를 달리면 신계리가 나온다. 남으로는 톱니바퀴 같은 형상을 한 가야산 정상 칠불봉, 북서쪽으로는 그 이름이 정겨운 형제봉에 둘러싸인 경치 좋고 푸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신계리에서 서쪽으로 차 하나가 겨우 지나갈 만한 길을 따라 5분 정도를 가면 더 이상 차가 갈 수 없는 산길이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20분 정도를 걸어 올라야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용수폭포는 아랫마을 주민이나 일부 귀밝은 등산객들이 찾는 숨겨진 곳이어서 가는 길이 순탄하지 않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며 희미한 등산로를 따라 걷거나 계곡을 가로질러야 한다.

거대한 흰 포물선…계곡이 쩌렁쩌렁

용수폭포는 우렁찬 포효로 그 존재를 알렸다.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바위와 소(沼)에 부딪치는 소리가 계곡을 쩌렁쩌렁 울린다. 어림짐작으로도 폭포는 족히 그 넓이가 15m, 높이는 40m를 넘을 것 같다. 겨울에 폭포가 얼었을 때엔 높이가 50m에 이른다는 주민들의 얘기에 수긍이 간다. 20m가 넘을 것으로 보이는 폭포 윗부분은 60~70도의 바위를 타고 흐르며, 폭포 아래쪽은 15m 아래에 있는 소로 곧장 떨어진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폭포를 한눈에 조망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먼저 폭포 윗부분부터 살펴봤다. 커다란 바위 하나가 계곡에 누워 폭포의 무대가 되어주고 있다. 계곡을 흘러온 물은 넓적한 바위를 타고 흐르며 흰 포말을 일으킨다. 흰 포물선을 그리며 아래로 떨어지기도 하고, 바위를 타고 흐르면서 햇빛 아래 영롱한 물방울을 일으킨다. 바위에 걸터앉으면 폭포가 일으키는 물안개에 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용수폭포의 아랫부분을 보려면 길을 다시 돌아나와 계곡을 따라 다시 올라가야 한다. 폭포 윗부분에서 아래쪽으로 가는 길은 벼랑이어서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폭포 윗부분이 여성적인데 비해 아랫부분은 남성적이다. 거대한 물줄기가 포물선을 그리며 곧장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수식이 없는 단순하고 강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폭포수에 발을 담그니 차가운 기운에 1분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용수폭포를 안내한 김태봉 전 회장은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아 청정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폭포가 계속 깨끗하게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리학자 이원조 수양한 만귀정도

용수폭포의 감흥을 가슴에 담고, 같은 신계리에 있는 만귀정폭포를 찾았다. 만귀정(晩歸亭)은 조선후기 성리학자이자 대신인 응와(凝窩) 이원조(李源祚)가 60세에 벼슬에서 스스로 물러나 낙향한 후 수양과 함께 학문을 가르치기 위해 지은 정자다. 그 정자 앞에 만귀정폭포가 있다. 폭 10m, 높이 6, 7m에 이르는 이 폭포는 야성적인 모습의 용수폭포와 달리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다.

만귀정폭포에서 법전마을을 지나 죽전(竹田)폭포에도 들렀다. 마수리의 서북쪽에 있는 이 폭포를 흔히 마수폭포라 부르고 있지만 죽전폭포가 정확한 이름. 폭포의 맞은 편 동굴은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고 있는데, 여기에 죽전대라 음각돼 있는 것을 보면 죽전폭포가 타당하다는 것. 가야산에서 흐르는 물이 주위의 대나무밭을 거쳐 흐른다고 하여 죽전폭포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8, 9m 높이에서 아래로 쏟아지며 세찬 회오리를 일으키는 폭포 앞에 서니 여름이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출처 : 호젓한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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