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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波 던지는 산 긴 연휴 '방콕' 탈출>

호젓한오솔길 2007. 12. 29. 15:13

 

<秋波 던지는 산 긴 연휴 '방콕' 탈출>

 

 
  올 추석 연휴에는 가족과 함께 부산 근교의 가까운 산으로 산행을 떠나보자. 사진은 천성산 화엄벌 억새군락지.


올 추석 연휴는 길다. 산꾼들에게는 그야말로 황금 같은 기간이다. 이 시기는 덥지도 춥지도 않은 데다 하늘마저 높고 맑아 일년 중 가장 산에 오르기 좋은 시기이다. 한마디로 산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이다.

딱히 정해 놓은 산이 없다면 국제신문 산행팀이 추천하는 근교산을 찾아보자.


# 광평추파의 진면목, 재약산~천황산

 
지금 가을산은 억새가 장관을 이룰 때다. 이름에서 연상되는 투박함과 달리 억새는 한줌 실바람이라도 스치면 파르르 몸살을 앓듯 가녀린 여인네의 자태마냥 서럽도록 아름답다. 이 억새는 어둠침침한 날에는 뼈에 사무칠 정도로 스산하다가 이내 개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이 부실 정도로 화사하다. 역광에 반사되면 찬란한 금빛 억새로 변신하고 석양에 비치면 수줍은 듯 홍조를 띠다 달빛에 젖으면 이내 푸근한 솜털억새로 옷을 갈아 입는다.

재약산~천황산은 이 광평추파(廣坪秋波·광활한 평원의 가을 파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억새 탐승의 고전이다. 통상 호국대찰 표충사에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산꾼들이 너무 붐벼 비교적 한적한 배내골 주암마을에서 올라 심종태 바위~재약산(수미봉)~천황재~천황산(사자봉)~샘물상회를 거쳐 주암마을로 하산하는 100% 원점회귀 코스이다. 걷는 시간만 5시간 정도지만 억새 탐승을 하다 보면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1000m 이상의 고봉이지만 효자 심종태의 전설이 깃든 심종태 바위를 오르는 데 힘이 좀 들 뿐 대부분의 구간은 그리 힘들지 않다. 재약산 쪽에서 발 아래로 사자평의 광활함을 감상할 수 있고, 천황산으로 가는 길엔 천황재에서 역시 억새의 군무를 만끽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깔끔한 산행이다. 〈근교산 499회 참조〉


# 원효대사의 발자취, 천성산 화엄벌

 
천성산은 원효대사가 1000명의 당나라 승려에게 화엄경를 설파, 모두 성인이 되게 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화엄경을 설법한 장소가 바로 지금의 화엄벌이고, 한때 89개나 됐던 암자와 사찰이 당나라에서 온 제자들의 숙소였다.

천성산 화엄벌은 승학산을 제외하고는 부산서 가장 가까운 억새 산행지로 손꼽힌다. 화엄벌은 지난 1999년 고산습지라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지만 오랫동안 방치돼다 2001년 산행팀이 소개하고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산행팀은 이후 양산시 홈페이지에 화엄벌 보호를 위해 안전시설물의 설치가 시급하다는 글을 올렸고, 이를 본 양산시가 부랴부랴 펜스를 설치했다. 덕분에 2002년엔 환경부로부터 '화엄늪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화엄벌의 억새는 타 지역의 그것보다 키가 유달리 작다. 그래서 더욱더 친근감이 간다. 유난히 높은 푸른 가을하늘과 뭉개구름, 끝없이 펼쳐진 12만5400㎡(3만8000평)이나 되는 억새밭의 오묘한 조화가 한 폭의 그림같다. 〈근교산 404회 참조〉


# 황홀한 억새군락 신불산 서릉과 신불평원

 
신불산 폭포자연휴양림(하단)을 들머리로 해서 오르는 신불산 서릉 코스는 영남알프스에서 비교적 인적이 드문 숨은 보석과도 같은 산길이다. 10여 년 전까지 자연생태 보전지역이라는 자율통제형 팻말이 서 있어 산꾼들이 접근을 하지 않은 때문이다.

신불산은 헌걸찬 산세와 수려한 능선, 울창한 숲 그리고 산행을 쾌적하게 갈무리해주는 그 유명한 파래소 폭포가 시종일관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지만 이 시점에 찾으면 장관을 이루는 신불평원의 광활한 억새군락지가 산행의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조망도 빼어나 동쪽으로 신불산 공룡능선, 북으로 고헌산을 비롯해 반시계 방향으로 문복산 상운산 쌀바위 가지산 능동산 운문산 천황산 재약산 향로산 투구봉 영축산 천성산 문수산 남암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코스에는 또 995봉 정상에 '공비지휘소가 있던 곳'이라 적힌 비석이 서 있다. 비석 뒷면에는 한국전쟁 중 남부군 제5지대장이 이곳에 머물면서 신불산의 일대의 부하들을 총지휘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실제로 이곳에 서면 비석 내용 그대로 주변 능선 계곡의 지형이 한눈에 파악된다. 〈근교산 448회 참조〉


# 간월산 공룡능선

 
간월산 공룡능선은 국제신문 산행팀이 명명, 지금은 국내 주요 산 전문 잡지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간월 공룡을 명명한 후 최근 이 코스를 답사한 이창우 산행대장은 "10여 년 전 힘들게 개척한 이 산길은 이제 많이 넓어지고, 암벽을 빽빽이 덮고 있던 초록 이끼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등로의 틀은 그대로"라고 말했다.

산행은 간월산장에서 출발, 간월 공룡을 힘겹게 넘으면 헬기장 옆 전망대 덱에 올라선다. 여기서 좌측으로 5분 정도 내려서면 억새의 군무가 장관인 간월재로 이어지고, 우측으로 발길을 잡으면 간월산 정상으로 향한다.

간월재에서 전망대 덱, 간월산 정상으로 각각 가는 길은 온통 억새 천국. 가을 햇살이 엷게 비칠 때 스쳐가는 바람결이 빚어내는 억새들의 화려한 합창은 산꾼들을 모두 시인으로 만들 듯하다.

간월재에는 특히 노인과 어린이들도 볼 수 있다. 차가 간월재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배내고개를 지나 배내골 방향으로 2㎞쯤 가다 보면 도로 좌측에 '사슴목장'이라 적힌 안내판이 보이며 임도가 열려 있다. 이 비포장 임도로 30분 정도 달리면 해발 895m의 간월재에 닿는다.

환경을 생각하는 산꾼들의 관점에서 보면 간월재로 진입하는 차량을 봉쇄해야 되지만 3대에 걸친 온 가족이 억새탐승을 나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꼭 그렇게 야박하게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근교산 504회 참조〉


# '산속 박물관' 경주 남산

 
경주 남산만큼 가족 산행지로 적합한 곳은 없다. 그렇다고 너무 쉽게 봐서는 안된다. 덩치에 비해 골이 깊고 능선은 변화무쌍하며 발길 닿는 곳마다 기암괴석이 빚어져 있기 때문이다.

남산은 고려 이후 무관심 속에 오랜 성상을 보냈지만 아직도 '산속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유물유적이 널려 있다. 해서, 남산에 오를 땐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고 신경을 곧추 세워야 한다는 말이 회자된다. 등로를 약간 벗어나면 마애불이 기다리고, 바위를 타고 한굽이 오르면 전망좋은 암봉에 석탑이나 석불좌상이 사바세계를 굽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남산의 순례길은 대략 70개. 산행팀은 수년 전 공룡능선을 타고 고위봉을 거쳐 칠불암 신선암마애불 등을 보고 원점회귀하는 코스를 소개했으며 최근에는 통일전에서 출발, 남산 부석~금오봉~상사바위~바둑바위~늠비봉 오층석탑~보리사를 거쳐 통일전 입구에 해당하는 갯마을로 하산했다.

주봉인 금오봉으로 향하는 최단 코스는 삼릉에서 상선암과 마애불을 거쳐 오르는 길. 1시간이면 충분하다. 특히 이곳에서 출발할 경우 삼릉 주변의 '단감농원 할매칼국수'(054-745-4761)의 우리밀로 만든 칼국수를 맛보자. 별미다. 경주 남산을 찾는 찾는 부산지역의 답사단체와 남산을 산행하는 산꾼들의 대부분은 이미 이 집의 단골이다. 파전과 동동주도 일품이다. 〈근교산 526, 423회 참조〉


# 황홀한 조망 통영 미륵산

 
통영 사람들이 아끼고 애정을 쏟는 '통영의 금정산'이다. 통영해협을 사이에 두고 통영 시가지와 마주한 섬 아닌 섬 미륵도에 우뚝 선 미륵산의 해발고도는 458m로 동네 뒷산 수준이지만 최근 산림청이 선정한 한국의 100대 명산에 속할 정도로 황홀한 조망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통영항의 빼어난 경관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뱃길인 한려해상 국립공원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치환 김춘수 윤이상 김상옥 전혁림 박경리 등 통영 출신의 예술가들은 아마도 코흘리개 시절부터 미륵산에 올라 무심히 바라본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절경을 자신들의 예술혼의 근원이자 모태로 삼았으리라.

미륵산에는 들머리와 날머리에 각각 천년고찰 용화사와 미래사가 있다. 미래사는 통합 조계종 초대 종정을 지낸 효봉스님이 통영땅에 선종의 뿌리를 내린 곳이다.

미륵사 가는 도중에는 통영을 대표하는 '코발트 빛의 화가' 전혁림 미술관이 있다. 역시 오가는 도중 통영대교 아래에는 맛집 '십오야 숯불장어구이'(055-649-9292)가 유명하다. 〈근교산 512회 참조〉

# 올망졸망 아홉봉우리, 회동동 아홉산

 
금정산에서 회동수원지 쪽을 보면 바로 뒤에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홉산이다. 기장에도 아홉산이 있어 산행팀이 들머리가 금정구 회동동이라 회동동 아홉산이라 부른다.

아홉 개의 봉우리가 있지만 거의 힘이 들지 않는 데다 산행 시간이 3시간 남짓해 가족산행지로 안성맞춤이다.

해발 353m에 불과한 아홉산은 전망도 아주 빼어나다. 금정 백양 황령 금련 달음 일광산 등 부산의 산과 염수 오룡 시살등 영축 천성산 등 경남의 산이 한눈에 펼쳐진다.

산을 내려서면 곧바로 '밤나무집'(051-721-9048)이라는 추어탕집이 기다린다. 가마솥과 장작불로 만들어 맛이 일품이다.

시내버스 99, 179번 종점에서 들머리까지 걸어서 10분 걸리며, 철마면사무소 앞에서 팔송(범어사 지하철역)행 버스가 40~50분 간격으로 있다. 철마초등 맞은편에는 73번 버스도 있다. 반송 석대 안락교차로를 거쳐 롯데백화점 동래점이 종점이다.〈근교산 420회 참조〉


# 금정산성 일주는 어때요

 
금정산에 관해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하는 산꾼들도 금정산성 일주를 해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흔쾌히 대답하는 사람이 드물다.

산행팀은 최근 총 길이 18.845㎞로 국내에서 가장 긴 금정산성을 두 번에 걸쳐 나눠 돌아봤다. 파류봉에서 서문, 서문에서 주능선(496봉)에 이르는 구간은 의외로 산꾼들의 흔적이 적었다.

총 산행 시간은 대략 9~10시간 정도로 강행군이지만 두 번에 걸쳐 나눠 걸으면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다. 〈근교산 531 532회 참조〉


문의=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