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자료실 ♥/산글,산행자료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김장호

호젓한오솔길 2007. 12. 31. 19:40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 김장호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그 외로운 봉우리와 하늘로 가야겠다.

묵직한 등산화 한 켤레와 피켈과

바람의 노래와 흔들리는 질긴 자일만 있으면 그만이다.

산허리에 깔리는 장비빛 노을,

또는 동트는 잿빛 아침만 있으면 된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혹은 거칠게, 혹은 맑게, 내가 싫다고는 말 못할

그런 목소리로 저 바람 소리가 나를 부른다.

흰구름 떠도는 바람부는 날이면 된다.

그리고 눈보라 속에

오히려 따스한 천막 한동과 발에 맞는 아이젠,

담배 한 가치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시 산으로 가야겠다.

떠돌이의 신세로.

칼날 같은 바람이 부는 곳.

들새가 가는 길, 표범이 가는 길을 나도 가야 겠다.

껄껄대는 산 사나이의 신나는 이야기와

그리고 기나긴 눈벼랑길이 다 하고 난 뒤의 깊은 잠과

달콤한 꿈만 내게 있으면 그만이다.

바람이 인다.

새해 아침 먼동이 트면서저기 장미빛 노을이 손짓한다.

배낭을 챙기자.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