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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산에 가느냐고 내게 묻지 마오. / 김좌응

호젓한오솔길 2007. 12. 31. 19:45

 

왜? 산에 가느냐고 내게 묻지 마오. / 김좌응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왜? 사느냐고, 내게 묻지 말아주오.

너무 잔인한 질문이요.

그것에 답 할 자가 몇이나 되겠소.


인생이란 걸어가는 그림자, 바보들이 지껄이는 시끄러운 이야기라고, 내게 말하지 마오.

유관순 누나는 만세 부르다 처참하게 죽고,

윤동주 시인은 일본 감옥에서 옥사했는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이들은,

부귀영화 누리고 사는 까닭이 무어냐고? 내게 묻지 말아주오.

나도 몹시 고민하고 있소.


당신은 왜? 산에 가느냐고, 오늘도 또? 가느냐고, 내게 묻지 말아 주오.

산에 가면 나는 나를 잊을 수가 있고,

산에 가면 나는 나를 찾을 수가 있고,

산에 가면 정직해 지기 때문이라오.


산은 그냥 산이 아니라, 산은 나에게 어머니입니다.

산은 거짓말을 할 줄도 모르고, 나를 비웃거나 , 조롱하지도 않고,

언제나 어머니 같이, 항상 웃으면서 반갑게 맞아 주오.

산에서는 돈도 권력도 명예도 소용없소. 오직 진실만이 통합니다.


산 정상에 서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온 몸으로 부딪쳐 보라.

그 상쾌함,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고 싶다.

일출과 일몰의 장엄한 순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감동하고 감사 할 수밖에 없소.


이끼 낀 바위들, 아름드리 노송들, 기암괴석들은 전설을 이야기하고,

천년의 고목들은 죽은 듯이 조용하고,

풋내기 어린나무들만 소란스레 자랑하고 있소.

산새소리에 숲속을 헤매다 보면,

별유천지에 비인간이 되기도 하지요.

산중에 달력이 없어 세월 가는 것도 모르고 산다고...

왜? 산속에 사느냐고 물으니,

대답 아니 하고 웃기만 하드라고...


친구여,

왜? 산에 가느냐고? 내게 묻지 말아주오.

저 종은 누구를 위하여 울리고 있느냐고? 내게 묻지 말아주오.

그것은, 너와 나,

우리 모두를 위하여 울리고 있는 것이라오.


나는 오늘도 산에 오르고 있소. 왜냐고?

저, 산 속에 어머님의 미소가 손짓하고 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