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솔길 남현태
가는귀 어두운 할머니
조팝나무 꽃 피면
보릿고개라시며
석양 넘실대는 하얀 꽃 물결
언덕에서
어렵게 살아버린 긴 세월
돌아보고
땅이 꺼지라 한숨 지신다
움츠린 삼 동 넘어
봄 왔건만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들판 청보리 설익은 빛 도는데
산천에 나물도 없는
난감한 춘궁기
마을마다 배 곯아
푸석한 얼굴
굶어 죽은 사람 늘어나는
한 맺힌 보릿고개
봄바람에
조팝나무 꽃 하얗게
이밥처럼 누리에 피웠다 하네.
(2009.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