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솔길 문학방 ♥/솔길 구시렁시

보릿고개

호젓한오솔길 2009. 7. 7. 10:14

 

 

보릿고개

 

 

         솔길 남현태

 

 

가는귀 어두운 할머니 

조팝나무 꽃 피면

보릿고개라시며

석양 넘실대는 하얀 꽃 물결

언덕에서

어렵게 살아버린 긴 세월

돌아보고

땅이 꺼지라 한숨 지신다

 

움츠린 삼 동 넘어

봄 왔건만

묵은 곡식은 떨어지고

들판 청보리 설익은 빛 도는데

산천에 나물도 없는 

난감한 춘궁기

 

마을마다 배 곯아

푸석한 얼굴

굶어 죽은 사람 늘어나는

한 맺힌 보릿고개

봄바람에

조팝나무 꽃 하얗게 

이밥처럼 누리에 피웠다 하네.

 

 

(200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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