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도 넘어선 산사람들의 뜨거운 우정
산사람들의 의리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넘어섰다.
지난 11일(한국시간)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천126m) 정상에 오른 뒤 하산하던 중 실족했다가 닷새만인 16일 오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여성산악인 고미영씨의 시신 수습 뒤에는 죽음도 불사한 산사람들의 우정과 의리가 있었다.
고인이 실족한 지점은 해발 6천200m에 있는 ‘칼날 능선’. 평소 눈사태와 낙석이 많은 위험 지대라 대원들간 로프를 연결하지 않고 하산하다 실족하면서 약 1천m 협곡 아래로 떨어지는 변을 당했다.
사고 직후 원정대는 헬기를 통해 해발 5천300m 인근에 누운 채 발견된 고씨에 대한 구조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헬기에서 내뿜는 하강기류가 눈사태를 유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협곡 사이로 수시로 돌풍이 몰아쳐 현지 헬기 조종사들이 구조에 나서기를 꺼린 것.
결국 구조대가 사고지점까지 직접 가는 수밖에 없었다. 7명으로 구성된 구조대 중 셰르파 2명과 고소 포터 한 명 등 현지인 3명을 제외한 한국인 4명은 모두 고인과 인연의 끈을 맺은 사람들이다.
김재수 원정대장은 고인이 지난 2006년 11월 8천m 고봉 중 초오유(8천201m)에 처음 오른 때를 제외하고는 이번 낭가파르밧까지 모두 10개의 히말라야 봉우리를 함께 오르면서 생사를 함께 한 동지다.
고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김재수 대장에 대한 고마움을 수시로 전하곤 했다. 김 대장도 산악계 선배이자 정신적 멘토(정신적 스승)로서 고인에게 큰 애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김 대장은 이번에 사고 직후 통곡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비치면서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시기도 했다.
문철한은 올 초 시작한 8번째 8천m 고봉 등정부터 원정대에 합류한 막내. 그러나 싹싹한 일처리로 고인이 무척 아끼는 후배였다.
고인은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남긴 글에서 “새로 영입한 문철한이가 ‘예,예’ 하면서 얼마나 일을 잘하는지 나와 김재수 대장은 너무 편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면서 후배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희용씨는 최근 파키스탄 트랑고타워(6천286m) 등정에 성공한 뒤 귀국을 준비하다 비보를 전해듣고 구조대에 합류했다. 고인이 스포츠클라이밍 부문 국내 1인자로 활동할 당시, 고인에게서 클라이밍 기술을 배우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치원씨 역시 코오롱스포츠 원정대 소속으로 낭가파르밧을 함께 오른 뒤 내려왔지만 바로 앞에서 일어난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괴로운 심정 때문에 이번 구조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처럼 고인과 맺은 인연을 잊지 못해 구조에 나선 이들은 목숨을 걸고 무려 13시간여의 사투 끝에 고인의 시신을 차가운 히말라야의 눈밭에서 고인의 생환을 그토록 기다리던 동료가 있는 베이스캠프 내 안치소로 옮겼다.
자신이 사랑하고 존경하고 아끼는 ‘산사람 동료’를 위해서 죽음도 불사한 이들의 숭고한 모습은 이번 비극 속에서도 아름답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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