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 배달된 고미영의 엽서 한 장
히말라야 8천m 14좌 완등의 꿈을 낭가파르밧(8천126m) 설원에 묻은 ‘철녀’ 고(故) 고미영(43)씨의 죽음이 확인된 다음날인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의 집무실로 한 통의 엽서가 배달됐다.
엽서를 담은 편지 봉투에는 낯선 네팔 우표 두 장이 붙어 있었고 발신자란에는 ‘카트만두에서 고미영 올림’, 수신자란에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42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님’이라고 각각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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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낭가파르밧(8천126m)에서 실족사한 여성산악인 고미영씨가 숨지기 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보낸 엽서와 엽서가 담긴 편지 봉투/연합뉴스
고인이 지난달 9일 네팔에서 세계 5위봉인 마칼루(해발 8천463m) 등정에 성공하며 10번째 8천m 고봉에 오른 뒤 낭가파르밧 도전을 앞두고 휴식을 취하면서 지난달 말이나 이달 초 쓴 글이었다.
고인은 엽서에서 “장관님 안녕하세요, 지난 3월 청사 로비에서 잠깐 뵈었는데 기억나시는지요”라면서 “많은 분의 성원에 힘입어 봄 시즌 등반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세계 최초 3개 메이저봉 연속등정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고인은 이어 “이에 자만하지 않고 14좌(완등)를 끝내는 그날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 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고인은 특히 엽서 말미에 “파키스탄에서 여름 등반을 마치고 8월 귀국 예정입니다”라고 적어 자신에게 일어날 비극을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엽서 뒷장에는 고인이 히말라야 지역의 야생화를 배경으로 활짝 웃는 모습과 히말라야의 어느 한 8천m 고봉으로 보이는 정상에 서서 기뻐하는 모습이 각각 선명한 색깔로 프린트돼 있었다.
두 사진 가운데에는 영문으로 ‘Himalaya from Miyoung’(미영이가 보낸 히말라야 모습)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유인촌 장관은 20일 오후 체육훈장 맹호장을 추서하기 위해 고인의 유해가 안치된 서울 중구 국립의료원을 찾은 자리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나 이 엽서를 보여주면서 “이번 낭가파르밧 정상에 오르기 전에 쓴 것 같다”라면서 “당시에도 ‘너무 무리하지 말라’라고 말했지만 고인이 너무 자신감에 넘쳐 이런 비극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유 장관은 이어 “고인의 죽음이 확인됐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지 하루 만에 밝은 웃음이 담긴 사진에 담긴 고인의 따뜻한 마음씨와 겸손함을 접하고 보니 더욱더 애석할 뿐”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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